“당신 자체가 거대한 채권, 연금에 주식 비중 확 늘려야”
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2026-07-20

“당신은 이미 거대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제임스 최(James J. Choi) 예일대 경영대학원 재무학 교수는 노후 자산 배분을 이야기할 때 주식도, 금리도, 시장 전망도 아닌 곳에서 출발한다. 투자자 자신이 앞으로 벌어들일 소득의 총합, 바로 ‘인적 자본’이라는 채권으로부터.
언뜻 보기에 낯선 이 출발점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그것을 말하는 사람이 제임스 최 교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계금융과 행동금융, 즉 시장을 넘어 그 앞에 선 사람까지 들여다보는 분야에서 손꼽히는 권위자다. 그의 401(k) 자동 가입(automatic enrollment) 연구는 사람들의 실제 행동을 파고들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연금 제도를 바꾸어 놓았고, 그 공로로 노후 재정 분야 최고 권위의 폴 A. 새뮤얼슨상을 두 차례 받았다.
2025년 그는 한 사람이 평생 벌어들일 소득까지 자산으로 끌어안아 생애주기별 최적의 주식 비중을 계산해내는 연구보고서 ‘Practical Finance’를 미국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경제연구소 NBER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소개되며 학계 담장을 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론과 현실의 간극을 집요하게 좁혀 온 그의 작업이 이룬 결과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에게 시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앞서, 투자자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물었다. 생애 주기에 따라 최적의 주식 비중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그 판단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이후 구체적인 투자 방법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
한국에는 노후 자산을 현금이나 원리금보장상품에 묶어두는 투자자가 여전히 많습니다. 이분들에게 왜 투자가 필요한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평균적으로 주식시장의 수익률은 안전자산 수익률보다 높습니다. 주식시장에는 리스크가 따르지만, 평균 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에 금융자산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도 최소한 일부는 주식시장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1962년 말부터 2025년 말까지 한국 주식시장의 연평균 수익률(배당 포함)은 23%였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례적인 한 해였던 2025년을 제외하고 2000년 말부터 계산하더라도 연평균 수익률은 12%에 달합니다. 이는 예금 이자율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체 연도에서 25%에 해당하는 기간에 한국 주식시장은 하락했습니다. 그 수준의 리스크가 심리적으로 고통스럽다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이 올바른 대응입니다. 그렇다고 그 비율을 완전히 0으로 만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주식시장의 상승분을 완전히 포기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주식 투자는 다양한 종목과 다양한 국가에 분산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소수의 기업에만 투자하는, 다시 말해 잘 분산되지 않은 포트폴리오는 큰 손실을 입을 리스크에 크게 노출됩니다.
‘60:40 포트폴리오’나 ‘100-나이 법칙’처럼 오랫동안 통용돼 온 자산배분 공식이 있습니다. 교수님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60:40 포트폴리오의 문제점은 투자자의 위험 감내도, 자산 규모, 개인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60:40 포트폴리오는 어떤 사람에게는 적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당신도 그 사람과 같은 상황에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100-나이 법칙을 보겠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투자 포트폴리오가 더 보수적이 되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생각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고려한 모델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 100-나이 법칙보다 더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권고합니다.
젊을 때 더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젊을수록 미래에 받을 수 있는 급여의 합계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급여에도 리스크(실직, 급여 변동 등)가 따르지만, 그 리스크는 주식시장 움직임과는 거의 무관합니다. 따라서 미래에 받을 수 있는 급여의 합계, 다시 말해 인적자본은 주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처럼 작동합니다.
젊은 사람은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 완충 역할을 해주는 막대한 인적자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 포트폴리오에서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할 여유가 있습니다. 반면에 나이 든 사람은 인적자본 규모가 작기 때문에 자산배분을 더 보수적으로 해야 합니다.
말씀하신 ‘인적자본’이 최적 자산배분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고 이해했습니다. 이 개념을 좀 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우리 대부분이 경제활동 기간 동안 보유한 가장 중요한 경제적 자산은 바로 ‘미래의 급여’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진 가장 중요한 경제적 자산이라면, 우리의 금융 포트폴리오 내 최적 자산 배분이 이 거대한 경제적 자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입니다.
이미 저축한 돈이 얼마인지 생각한 다음, 앞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미래 임금 소득과 은퇴 후 받을 모든 연금의 합계를 생각해 보십시오. 대부분의 사람에게 미래의 임금 소득과 연금의 합계는 이미 저축한 금액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인적자본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고려하려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인적자본 외에 최적의 자산배분 비중을 정하는 요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인적자본도 변동성이 있습니다. 근로소득이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고, 실직할 리스크도 있습니다. 근로소득에 노출되는 리스크가 클수록 인적자본의 크기는 줄어들며 그만큼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의 배분은 더 보수적이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위험 성향입니다. 당신은 리스크를 얼마나 감내할 수 있습니까? 리스크 감내도가 높을수록 포트폴리오는 더 공격적이어야 합니다.
또,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이 무위험 자산 수익률(예컨대 국채 수익률)보다 얼마나 높은지도 중요합니다. 이 차이가 클수록 포트폴리오는 더 공격적이어야 합니다. 물론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은 추정하기 매우 어려운 숫자입니다.
실제로 최적의 주식 비중을 어떻게 산출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주시겠습니까?
우선, 미래에 받을 수 있는 급여가 전혀 없다는 가상의 시나리오에서 최적의 자산배분을 결정하는 것으로 시작해 봅시다. 당신의 위험 성향이 ‘중립적’이라고 해봅시다. 현재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미래 배당 또는 이익 성장률이 역사적 평균과 같다고 가정할 때 인플레이션 효과를 제거한 주식시장의 실질 기대수익률은 대략 5%입니다. 지금까지의 조건에 따르면 최적의 주식 비중은 50%입니다. 이제 앞으로 매년 그 해에 받게 될 임금 또는 연금과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채권이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이번 논문(Practical Finance)의 핵심은 인적자본을 쉽게 계산하는 툴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단계는 총자산(금융 자산과 인적자본의 합)의 50%가 주식에 투자되도록 금융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인적자본이 10억원이고 금융자산이 10억원이라면 총자산의 50%를 주식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자산 모두를 주식에 투자해야 합니다. 인적자본이 5억원으로 줄고 금융자산이 15억원으로 늘었다면 금융자산 중 10억원을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 5억원은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합니다. 이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중년기까지 최적의 주식 배분 비중은 100%에 가깝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대나 30대, 심지어 40대 초반의 사람은 인적자본이 아주 큰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40대 초반까지 주식 비중 100%에 가까운 포트폴리오가 최적이라는 결론은 많은 투자자의 직관과 다릅니다. 너무 위험하진 않을까요?
핵심은 이미 저축한 돈 외에도 많은 경제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돈이 별로 없는 23세나 24세 청년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 사람의 증권계좌가 해킹당해 해커가 그 안에 있던 돈의 50%를 훔쳐갔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그 증권계좌 잔고가 이 사람이 가진 전부이고 앞으로 어떤 수입도 없을 것이라면, 이 사람의 생활수준은 50% 떨어져야 합니다. 단순한 산수죠.
배경은 실제 현실세계에서 이 젊은이는 지출을 50%나 줄일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미래에 받을 수 있는 급여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커가 당장 증권계좌 잔고의 50%를 가져갔다고 해서 그것이 전체 생애 자산의 50%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주식 시장에서 손실을 경험했을 때(주식 시장이 10%나 20% 하락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인적자본이라는 큰 완충장치가 있다면 10%, 20% 하락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사실 젊을 때 금융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을 100%로 가져가더라도 당신이 감수하는 리스크는 실제론 그리 크지 않습니다.


제임스 최 교수가 공개한 인적자본 계산 툴을 한국 사정에 맞게 재가공. QR 접속 후 ‘사본 만들기’를 누르면 사용 가능. 두 번째 시트는 현재와 미래 예상 소득을 모두 직접 입력하는 방식, 세 번째 시트는 현재 연간 근로소득을 입력하면 미래 소득 추정치가 자동 입력되는 방식.
관세 갈등과 지정학적 불안으로 시장 변동성이 크게 높아졌었습니다. 변동성이 급등할 때 자산배분 원칙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변동성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장기적으로 평균치로 회귀한다는 것입니다. 지난달에 변동성이 높았다면 다음 달에도 높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지만, 지난달만큼 높지는 않을 것입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대체로 점차 평균값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처럼 주식시장 변동성을 예측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진 않습니다.
고변동성 시기에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저변동성 시기에 투자한 것보다 평균적인 수익률이 높지 않습니다. 결국 고변동성 시기에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불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에 따르면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시기에는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논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거 데이터를 활용해 검증해 본 결과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주식 배분을 줄이는 전략이 포트폴리오를 크게 개선시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변동성이 높아졌을 때 주식시장을 떠났다가 변동성이 재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왔음에도 여전히 주식시장에서 떠나 있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따라서 변동성 타이밍에 관한 초기의 유망한 연구들에도 불구하고, 변동성이 기존보다 높거나 낮더라도 변동성 변화와 상관없이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생각됩니다.
노후를 대비하는 개인투자자에게 가장 효율적인 투자 방식을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특정 종목에만 집중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전략의 평균 수익률이 분산 포트폴리오의 평균 수익률보다 높지도 않습니다. 현명한 투자자는 다양한 종목과 다양한 국가에 분산투자합니다. 특히 패시브 펀드(대표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 등)는 이기기 매우 어렵고, 참여하는 데 특별한 투자 지식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저도 모든 투자를 패시브 펀드를 통해 하고 있습니다.
어떤 주식이 시장 전체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지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장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바이 앤 홀드(buy & hold)’ 전략이 일반적으로 마켓타이밍 전략보다 더 나은 성과를 냅니다.
한편, 일반적인 직장인은 매 급여에서 일정 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적립식 투자 방식은 매우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방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유형의 적립식 투자가 있는데, 이미 투자금이 충분히 있고 투자하고 싶은 자산과 목표 비중이 있는 상태에서 목표 비중에 도달할 때까지 분할 투자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이런 방식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최적이라고 판단되는 자산배분이 있다면, 즉시 이동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노후 자산을 운용하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저비용 패시브 펀드로 구성된 고도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래의 임금과 연금 수입이 경제적 완충 역할을 하므로 중년까지는 포트폴리오 배분에서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빠르게 부자가 되는 방법은 빠르게 가난해질 위험도 높다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따라서 적절히 분산되지 않은 포트폴리오와 눈부신 단기 수익을 약속한다는 투자는 피하십시오. 꾸준한 저축과 인내로 서서히 부자가 되는 것은 가능하며, 그것이 더 나은 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