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기간 길수록 주식 비중 높아야 한다”
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2026-07-20

흔들리는 시장 앞에서 노후 자산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존 Y. 캠벨(John Y. Campbell)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석좌교수의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길게 보고, 분산하고, 원칙을 지켜라. 누구나 들어본 조언처럼 들리지만, 그는 이 평범한 원칙이 왜 가장 강력한지를 누구보다 정밀하게 증명해 온 학자다.
캠벨 교수는 현대 자산가격결정 이론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주식 수익률은 예측 가능한가, 장기투자자는 어떻게 자산을 배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평생 파고들며 금융과 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1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2002년 루이스 비세이라(Luis Viceira)와 함께 펴낸 <전략적 자산배분(Strategic Asset Allocation)>은 장기투자자의 자산배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기념비적 역작이다.
그의 통찰은 강의실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캠벨 교수는 자신의 이론을 토대로 퀀트 운용사 애로스트리트 캐피털(Arrowstreet Capital)을 공동 창업했고, 이 회사는 현재 3000억 달러를 굴리는 세계적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이론과 시장 양쪽에서 검증받은 학자, 그것이 그의 자리다.
그는 최근 한국을 찾았다. 지난 5월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연기금 자산배분 심포지엄과 부경대 금융 세미나에서 강연하며, 저성장·고변동성 시대에 한국의 투자자들이 마주한 과제를 짚었다.
방한의 길목에서 그를 만나, 노후를 준비하는 장기투자자가 반드시 새겨야 할 질문들을 던졌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주식 비중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가는 평균으로 회귀하는가, 분산투자는 어떻게 리스크를 줄이는가. 반세기 가까이 시장을 연구해 온 그의 답변은 명료하고도 단단했다.
한국에는 노후 자산을 현금이나 원리금보장상품에 묶어두는 투자자가 여전히 많습니다. 이분들에게 왜 투자가 필요한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노후 대비 자산관리에 있어 중요한 것은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입니다. 수익률의 작은 차이도 수십 년에 걸쳐 복리로 쌓이면 은퇴 후 생활수준에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은퇴자금은 오랫동안 꺼내 쓸 일이 없습니다. 현금으로 방치하거나 낮은 금리 수준의 자산에 예치해 장기 수익률을 포기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습니다. 감수해야 할 위험 수준은 개인의 위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매우 보수적인 투자자라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최소한의 리스크는 감수해야 합니다.
투자에는 늘 손실 위험이 따릅니다. 그래서 투자 자체를 꺼리는 분들도 있는데, 이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투자 손실은 언제나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위험 자산을 오래 보유할수록 손실이 발생할 확률은 낮아집니다. 은퇴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라면 자신의 자산배분 법칙을 정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단기적인 자산 가치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Richard Thaler)는 증권사 명세서를 읽지 말고 버리라고 조언했는데, 이는 그러한 규율을 유지하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연금 투자자는 자신만의 자산배분 원칙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좋은 출발점은 자신의 위험 성향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하락장에서 공황 상태에 빠져 주식을 모두 팔아치우기 전에 어느 정도의 손실까지 감내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소득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이미 약속된 지출이 얼마나 되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된 생애주기에 걸친 자산배분에 있어 합리적인 법칙이 있습니다. 바로 젊었을 때는 주식 비중을 높이고 나이가 들수록 줄여 나가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법칙이 합리적인 데에는 두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첫 번째이자 더 중요한 근거는, 젊은 투자자는 앞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때문에 금융자산을 더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나이가 들수록, 특히 이미 은퇴한 분들은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합니다.
두 번째 근거는 주식 수익률의 평균회귀 특성입니다. 호황 뒤에는 불황이 오고, 불황 뒤에는 호황이 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이 등락이 상쇄되면서 주식 투자가 더 안전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했을 때 40세 미만의 투자자, 특히 위험 감수 성향이 있는 분들은 퇴직연금을 주식에 100% 가깝게 투자하고, 40세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여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앞선 말씀은 투자 기간이 길수록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야 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두 근거 중 첫 번째는 직관적으로 이해되는데, 두 번째인 주식 수익률의 평균회귀 특성이 왜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야 하는 근거가 될까요?
두 가지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먼저, 주식을 높은 가격에 매수하면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여기서 높은 가격이란 이익이나 배당과 같은 기본 가치(fundamental)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말합니다. 높은 주가는 대개 최근의 높은 수익률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높은 수익률 시기 이후에는 낮은 수익률 시기가 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익률과 낮은 수익률이 평균화되어 변동성이 낮아지게 됩니다.
둘째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이 제시하는 기간 간 헤지 수요(intertemporal hedging demand)입니다. 장기투자자는 지금 당장의 기대수익률뿐 아니라 미래 투자 환경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주식은 장기적으로 평균에 회귀하는 성질이 있어 만약 지금 주식 수익률이 부진하다면 미래에는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재 증시가 좋아 미래 기대수익률이 낮더라도 지금 충분히 성과를 거뒀다면 미래의 부진한 성과를 상쇄할 수 있겠죠. 이처럼 현재와 미래 간 수익률의 차이를 상쇄시켜 전체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는 위험을 헤지하려는 수요가 바로 기간 간 헤지 수요입니다.
이러한 헤지 수요는 장기투자자라면 구조적으로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 수요를 효과적으로 충족하려면 기본적으로 주식 비중이 더 높아야 합니다. 따라서 장기투자자라면 단기투자자보다 높은 주식 비중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물론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자산배분 비중은 자신의 위험 성향, 앞으로 받을 미래 소득 등 여러 가지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매번 신고가를 경신해 왔는데 주식 수익률이 평균으로 회귀한다는 전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일까요?
2002년 출간한 저서(Strategic Asset Allocation)에서 관련 내용을 다룬 이후, 주식 수익률이 초기 추정치가 시사하는 것만큼 실제로 평균회귀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시장이 고평가되면 결국 주가가 하락해 수익률이 낮아지고 저평가되면 그 반대가 되면서 수익률이 장기 평균으로 회귀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경기 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이 20세기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자, 이러한 수익률의 평균회귀가 예전만큼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죠.
하지만 제 견해는 CAPE 비율의 평균 자체가 영구적으로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을지언정, 지금의 현상이 수익률의 평균회귀에 대한 근거를 없앤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높은 주가 자체가 낮은 미래 수익률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주식의 배당수익률이 지속적으로 더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식 수익률이 평균에 회귀하는 특징이 있다면 수익률이 높을 때 주식 비중을 줄이고, 낮을 때 늘리는 방식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좋을까요?
동적 자산배분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적으로 마켓타이밍은 개인투자자가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주식 비중을 너무 일찍 또는 늦게 줄이거나 늘리게 마련입니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최근의 증시 상황을 보고 잘못된 교훈을 얻어 투기적인 행태를 보이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런 투자자들은 단순히 주식을 사서 보유(buy & hold)하는 것보다 낮은 평균수익률을 얻게 됩니다.
따라서 매수 후 보유하는 방식이 완전히 최적의 방법은 아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빠지기 쉬운 수익 추종 행동(return-chasing)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사실 더 좋은 방법은 자산배분형 펀드를 매수해 보유하는 것입니다. 증시의 평균회귀 특성을 고려하면 시장 상승으로 비중이 늘어난 자산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리밸런싱을 수행해야 하는데, 자산배분형 펀드는 리밸런싱을 알아서 해주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투자 방식 가운데 개인투자자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폭넓게 분산투자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위험 자산에 분산투자하면 평균 수익률을 낮추지 않으면서도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에게 주어지는 ‘공짜 점심’입니다. 한 가지 더 첨언하면, 적립식 투자는 주가가 올랐을 때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막고, 큰 금액을 한꺼번에 투자했다가 바로 하락장이 오는 것에 대한 후회를 방지하는 유용한 심리적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분산투자는 어떻게 변동성을 낮추는 것인가요? 리스크는 줄지만 기대수익률까지 낮아지는 경우는 없습니까?
분산투자가 변동성을 낮추는 이유는 자산들이 불완전하게 상관되어 있을 때 높은 수익률과 낮은 수익률의 시기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한국에서는 단기적으로 반도체 주식의 변동성이 다른 많은 업종의 주식에 비해 매우 높았습니다. 반도체와 다른 업종을 모두 포함하는 포트폴리오는 반도체에만 집중 투자하는 것보다 변동성이 낮을 것입니다.
분산투자가 기대수익률을 낮출 이유는 없습니다. 동일한 평균 수익률을 가진 두 주식으로 구성된 분산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은 개별 종목의 수익률과 같으면서 리스크는 더 낮습니다.
채권 또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주식보다 변동성이 낮고, 주식과 불완전하게 상관되어 있어 분산투자의 이점을 제공합니다. 이번 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미국 국채는 실제로 주식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이는 채권을 매우 효과적인 위험 감소 수단으로 만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최근 채권·주식의 상관관계가 약간 양으로 전환되었지만, 그럼에도 채권은 여전히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서 가치 있는 분산자산입니다.
최근 한국 증시는 유례없는 강세장을 보였고, 국내 주식에 집중한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그럼에도 글로벌 분산투자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글로벌 분산투자도 앞서 얘기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국가마다 서로 다른 충격에 노출되기 때문에 글로벌하게 분산된 포트폴리오는 평균 수익률은 동일하면서도 리스크는 더 낮습니다. 평균회귀 관점에서 보면, 유례없는 호황을 경험한 한국 시장에 더 많이 투자하기보다 오히려 덜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후 자산을 운용하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은퇴 준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미리 계획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저축할지에 대한 결정을 미루지 마세요. 젊은 투자자라면 먼저 3~6개월 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비상자금을 마련하고, 그 직후부터 바로 은퇴를 위한 투자를 시작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금액이 적어도 됩니다. 특히 앞으로 소득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커리어 초반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저축하는 습관을 최대한 일찍부터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은퇴한 분들은 자신이 보유한 자원을 폭넓게 바라봐야 합니다. 예컨대 주택 자산도 규모를 줄이거나 역모기지 방식(한국의 주택연금)으로 은퇴 생활비에 활용할 수 있는 재산의 일부라는 사실을 쉽게 잊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