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분산투자는 물론 리밸런싱이나 종목 교체까지, 연금 자산 운용을 A부터 Z까지 해주는 서비스는 없을까. 예컨대 과일 바구니 선물을 고를 때 과일 조합을 직접 고민할 필요 없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 과일 바구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랩어카운트(wrap account)'가 이에 해당한다.

2025년 2월말 기준 연금계좌용 랩어카운트는 개인연금랩으로 연금저축펀드에서만 가입 가능하다. 그렇다면 랩어카운트는 무엇이며, 그중 개인연금랩은 어떤 투자자에게 적합할까. 개인연금랩에 가입하는 절차 및 체크포인트들과 함께 알아보겠다.

WHAT 랩어카운트란?

랩어카운트는 wrap(포장하다)과 account(계좌)의 합성어다. 계좌 관리를 증권사 또는 운용사에 위임하는 일임 계약을 말한다. 어떤 한 계좌에서 랩어카운트에 가입하면 계좌 내 자금을 투자 전문가가 투자자 성향에 맞춰 알아서 운용해 준다.

연금저축펀드에서 가입 가능한 랩어카운트가 바로 개인연금랩이다. 개인연금랩은 2022년 6월 최초 출시된 이래 현재 총 4개 증권사에서 출시했다. 올해 2월초 기준 2년이 채 넘지 않은 현재, 잔고가 2200억원을 넘어서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일반 랩어카운트와 비교했을 때 개인연금랩은 가입 수수료가 없고 중도해지도 비교적 자유로우며, 최소가입금액 부담도 덜하다. 또, 펀드로만 운용된다. 참고로 올해 중 IRP에서도 가입 가능한 로보어드바이저 랩어카운트도 출시될 예정이다.

FOR WHOM 자산배분 맡기면서도 수시로 포트폴리오 점검 원한다면 적합

개인연금랩은 연금저축 운용을 완전히 맡기되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점검하고픈 투자자에게 안성맞춤이다. 포트폴리오 추천 서비스와 달리 개인연금랩은 가입 이후 투자자가 연금 관리에 직접 관여할 여지가 거의 없다. 원하는 유형의 랩을 골라 가입하면 포트폴리오 구축부터 리밸런싱까지 알아서 이뤄진다. 랩이 운용되는 동안 투자자가 해야 할 의사결정은 추가 입금 또는 해지, 유형 변경 정도다. 

그러면서도 개인연금랩은 투자자에게 포트폴리오 정보가 공개돼 있다. 개인연금랩에 가입한 연금저축펀드 계좌를 살펴보면 포트폴리오 내 펀드 규모와 각각의 수익률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이메일이나 문자 등 투자자가 원하는 수단으로 투자일임보고서를 제공받아 리밸런싱 내역과 포트폴리오 정보, 사후관리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HOW 자동 적립 위한 자동이체 설정까지, 개인연금랩 가입 절차는?

개인연금랩에 가입할 때 가장 처음 해야 할 일은 연금저축펀드를 현금화해 놓는 것이다. 하나의 연금저축펀드 계좌에서 개인연금랩과 다른 상품에 동시 투자할 수 없다. 현재 다른 상품을 운용 중이라면 모두 매도하거나 새로 연금저축펀드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두 번째는 가입 신청이다. 개인연금랩은 온라인에서 직접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니며 상담 직원의 설명을 듣고 가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모바일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는데 이때도 20분 정도의 화상 상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세 번째는 가입 단계에서 이뤄지는 투자성향 진단이다. 포트폴리오 추천 서비스에서의 진단과 유사하게 진행된다.

네 번째는 투자성향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유형을 고를 차례다. 개인연금랩의 유형은 거의 대부분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기준으로 나뉜다. 또, 포트폴리오 추천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위험 성향 진단 결과 이하 위험등급의 유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예컨대 미래에셋증권의 개인연금랩은 주식형 펀드 비중이 70~80%인 유형으로 시 작해, 주식형 펀드 비중이 40~50%, 30~40%, 20~30%인 유형 등 총 4가지 유형을 제공한다. 가입자의 투자성향이 성장형이라면 4가지 유형 모두 가입할 수 있다. 

투자성향 진단 결과를 토대로 상담 직원으로부터 개인연금랩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자신의 투자성향 및 목표에 맞는 유형을 선택하면 된다. 가입 상담을 끝내고 최종적으로 가입을 승인하면 빠르면 당일부터 해당 연금저축펀드가 개인연금랩으로 운용된다.

마지막 단계는 후속 관리다. 여기에는 추가 입금, 유형 변경, 해지 등이 있다. 추가 입금을 고려하는 투자자 중 꾸준히 적립식으로 개인연금랩을 운용하고 싶다면 해당 연금저축펀드에 자동이체를 설정해 놓으면 된다. 자금이 적립될 때마다 자동으로 개인연금랩으로 운용된다.

해지는 원할 때 언제든 신청 가능하다. 그리고 유형 변경도 자유롭다. 원한다면 본인 또는 시장 상황을 판단해 선제적으로 위험등급이 더 높은 또는 더 낮은 유형으로 변경할 수 있다.

연금 운용 돕는 로보어드바이저 올해 랩어카운트로도 출시

혁신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금융회사들은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선제적으로 기술을 도입했다. 최근 AI 기술은 실생활에 바로 맞닿을 정도로 급속하게 발전했으며, AI가 접목된 다양한 금융 서비스들 역시 전방위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 중 알고리즘을 사용한 프로그램에 의해 투자결정 및 자산배분을 하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기술 수준과 자동화 정도에 따라 4단계로 분류되는데(딜로이트, 2016) 현재 전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대부분은 시장분석과 선제적 리밸런싱이 가능한 3단계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전문가 조언까지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4단계는 초개인화 및 완전 자동화된 자산관리를 목표로 하지만 아직 완전한 4단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없다.

한국에서는 2015년경 로보어드바이저가 도입되었고, 2016년 10월부터 금융 당국에서는 각 금융회사가 개발한 알고리즘의 출시 허가 여부를 테스트를 통해 정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무분별한 알고리즘의 사용을 막고 투자자문 및 일임을 수행하기 위한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시장의 발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3월말까지만 해도 국내에 출시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자문형 서비스에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앞으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랩어카운트)가 시범사업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2024년 12월 기준 9개 증권사가 포함된 17개 금융회사가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랩 개발을 신청했고 올해 4월 일부 금융회사를 시작으로 로보어드바이저 랩어카운트가 속속 출시될 예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랩은 고객이 단순히 제안을 받고 선택하는 과정도 필요 없이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서비스이며, 해당 서비스를 바탕으로 고객이 더욱 편리하게 연금 자산을 운용할 수 있게 되는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올해 출시되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랩은 시범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라서 IRP에서만 가입 가능하고 연간 납입 한도가 있는 등 다소 제한적인 상황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랩 출시에 맞춰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이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편 로보어드바이저랩은 연금저축펀드용으로도 출시될 예정이다.

[글로벌 변동성 시대, 꼭 알아야 할 자산배분형 연금 솔루션 3총사]

① 자산배분과 적립식 투자의 힘, 시장 예측하지 말고 시장 안에 머물러라

② 전문가에게 추천받고, 투자 결정은 내가 하는 '포트폴리오 추천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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