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투자, 자동항법장치가 필요하다
글 : 윤치선 / 미래에셋자산운용 디지털마케팅팀 팀장 2021-06-29
2020년 기준으로 DC형 퇴직연금의 83.3%, IRP의 73.3%가 1%대 금리에 불과한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머물러 있다. 사람들은 왜 금리가 낮은데도 이런 행태를 보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투자를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투자상품은 어느 정도 지식이 없으면 접근하기 힘들며, 심지어 귀찮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보자.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가 해외주식형 펀드에 관심이 생겨서 금융회사에 상담차 방문했다.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까. 금융회사 직원은 이 근로자에게 먼저 상품의 개념을 설명하고 위험을 고지해줄 것이다. 세계경제 및 해당 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산업 전망도 한참 동안 이야기하게 된다. 이쯤에서 이미 근로자는 정신적으로 지쳐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해외펀드라서 환율에는 어떤 영향을 받는지, 환헤지를 했는지 여부도 설명하려 할 것이다. 펀드에 가입하는 과정은 이처럼 투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험난한 일일 수 있다.
투자 이후 관리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처음 가입할 때는 퇴직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므로, 장기 기대수익률이 높은 투자형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퇴직 시점이 다가오면 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이 발생하도록 자산배분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 시장에 급격한 변화가 왔을 때 그에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작업을 근로자가 모두 직접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대안 중 하나는 자동항법장치를 활용하는 것이다. 자동항법장치란 비행기를 예정된 경로로 비행시키기 위한 자동조정장치를 말한다. 이륙할 때는 조종사가 수동으로 해야 하지만, 목적지까지의 비행과 착륙 직전 고도를 낮추는 접근까지는 자동항법장치 가 이끌어준다. 퇴직연금도 처음 투자와 마지막 인출만 근로자가 결정하고, 그 사이의 모든 투자 과정을 이끌어주는 자동항법장치가 있다면 편리할 것이다.
다행히 퇴직연금 시장에는 이러한 자동항법장치에 해당하는 금융상품이 존재한다. 바로 TDF다. TDF(Target Date Fund)는 개인별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적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상품을 의미한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시점(Target Date)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투자 비중을 자산배분곡선(Glide Path)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한다. 한국에만 국한해서 투자하지도 않는다. 전 세계 다양한 지역의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에 분산 투자하며, 지속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펀드들의 비중을 조정하고 필요한 경우 펀드를 교체한다. 그야말로 근로자들을 위한 최적의 자동운용상품인 것이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TDF도 종류가 많다는 점이다. 운용 회사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12개나 된다. 국내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경우도 있고, 해외 운용사에 위탁을 주는 경우도 있다. 회사별로 수수료, 환헤지 정도, 투자 대상 자산의 종류 등에서도 차이가 나며, 당연히 이런 부분이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면밀하게 분석해서 자신에게 보다 적합한 상품을 골라야 한다.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이란?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직접 선정 하지 않은 경우 TDF 등 사전에 지정한 적격금융상품으로 자동 운 용되게 해주는 제도다. 물론 해당 적격투자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 으면 근로자가 직접 상품을 지정해도 된다. 한국에는 아직 디폴트 옵션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이 상정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출처: 투자와연금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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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치선 미래에셋자산운용 디지털마케팅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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