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량을 알면 주식 부동산 금 가격이 보인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통화량을 알면 주식 부동산 금 가격이 보인다

글 : 손진석 / 조선일보 기자 2025-12-29


AI 거품론이 맞을까? 미국의 주가 과열됐을까?


요즘 투자 고수들은 통화량 지표를 통해 주가 수준을 가늠해봅니다. 광의의 통화량(M2) 대비 상장사 시가총액의 합계가 어떤 추세를 보이느냐를 보고 주가 수준을 판단하는 전문가들이 꽤 있습니다. 상장사 시가총액의 합계를 M2로 나눈 숫자의 추이를 본다는 얘기죠. 이 숫자가 높으면 돈이 풀린 양에 비해 주가가 높다는 뜻이며, 낮으면 통화량에 비해 주가가 낮다는 뜻이죠. 이건 주가의 장기적 추세를 따져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미국 주식에 투자한 분들이 많을 테니 먼저 미국의 ‘시가총액/M2’를 살펴 보죠. 미국에서 1970~1980년대에는 ‘시가총액/M2’가 1에 못 미치는 기간이 길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1을 넘어섰습니다. 1이 됐다는 건 M2와 시가총액이 같아졌다는 뜻이죠. 


이 숫자는 주가 상승에 따라 점점 높아져서 1997년쯤부터 2를 넘었고, 2000년 IT 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그해 3월에는 3.03으로 3을 살짝 넘겼습니다. 이 숫자가 3에 근접하면 주가가 과열됐다는 신호로 여겨도 될 겁니다. 이 숫자는 IT 버블이 터지자 1.4 정도까지 급격하게 후퇴했다가 2007년 2.1 정도까지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1에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죠. 이후로는 장기 상승을 보이며 올해 7월에는 2.86까지 올라갔고요. 10월에는 3.06까지 더 올랐습니다. 2000년 IT 버블 시대의 ‘시가총액/M2’을 이제는 넘어선 겁니다.


미국 상장사 시가총액 합계를 미국 M2로 나눈 수치의 장기 추세


당연히 투자자들로서는 증시가 과열됐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시기입니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에는 월가에서 ‘AI 거품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죠. 다만 최근의 미국 주가 상승은 2000년 IT 버블 시대와 분명하게 다른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이 차이를 잘 따져봐야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2000년만 하더라도 주식 투자의 세계화가 덜 이뤄졌을 무렵이라는 점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즉, 그때는 미국의 IT주를 대부분 미국 내 투자자들이 사들였습니다. 하지만 2020년대 미국의 AI 주식은 전세계 투자자들이 매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죠. 그래서 미국의 M2 대비 시가총액의 합계를 25년전과 똑같은 선상에서 놓고 비교하기는 무리일 수 있습니다. 즉, 설령 나중에 버블 붕괴가 온다고 하더라도 IT 버블 시대에 비해 당장에는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두번째 차이점은 IT 버블 당시에는 막연한 기대감이 주가를 과열시켰고, 지금은 어느 정도 견고한 실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25년전 IT 기업들은 충분한 실적을 내기 이전에 주가만 엄청나게 뛰었습니다. 나스닥의 역사적인 평균적 PER은 15~20배인데요. 닷컴버블 때는 175~200배에 달할 정도였죠. 실제 벌고 있는 돈의 200배까지 주가에 반영됐다는 뜻입니다. 


이와 달리 올해 주요 AI 기업들은 이미 상당한 실적을 내고 있어 주가의 바탕이 좀 더 튼튼한 편입니다. 엔비디아의 경우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원화로 55조원 규모에 이르고, 영업이익률은 무려 66%에 달할 정도입니다.


최근의 미국 주가 수준은 분명히 역사적으로 고점이라 투자자들의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2000년 닷컴 버블 때와는 질적인 차이가 꽤 크다는 것도 계산에 넣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코스피, 통화량에 비춰 보면?


시가총액 합계를 M2로 나눠보는 건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2025년 8월 기준 우리나라의 ‘시가총액/M2’는 0.69이었고요. 가을에 접어들어 주가는 더 큰 폭으로 뛰어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넘나들게 되자 이 비율은 0.85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가총액/M2’이 1을 넘긴 순간이 없습니다. 0.8을 넘긴 적도 거의 없습니다. 대체로 0.5~0.8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정도였습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통화량에 비해 얼마나 주가 수준이 낮은지 알 수 있죠. 돈을 시중에 많이 풀어도 주식시장으로 가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으로 많이 흐르는 우리나라 자산시장의 특징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유동성이 늘어나 증시로 투자금이 쏠린 절정이었던 2021년 8월에 ‘시가총액/M2’가 0.77었다는 걸 감안하면 최근의 주가 수준은 상당히 높습니다. 그래서 주가 수준이 과열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경기 부양용 통화 팽창을 지향하기 때문에 0.9 안팎까지 오를 가능성은 꽤 열려 있는 편이라고 봅니다. 만약 증시가 추가적인 호조를 보여 1 가까이 오른다면 경계심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도달한 적 없는 영역일뿐 아니라 역사적 평균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 되기 때문이죠.





통화량으로 본 아파트값 추세는?


아파트 가격 역시 통화량과 비교해서 추이를 살필 수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 가격 실거래지수(2017년 11월 가격을 100으로 정한 지수)가 산출된 가장 먼 과거인 2006년 1월부터 2025년 5월 사이 M2는 월평균 0.63%씩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월 평균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률은 서울 0.5%, 수도권 0.39%, 전국 0.34%였습니다. 


역시나 서울 아파트 값어치가 높다는 게 입증됩니다. 매월 0.5%씩 가격이 오르는 자산이란 꽤 매력적이죠. 생각해보시죠. 연 이율이 3% 안팎인 정기예금에 수억원을 예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거 기능을 제공하거나 전월세를 놓을 수 있는 권리를 주면서도 매달 0.5%씩 가격이 오르는 상품을 구입하지 않을 이유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우리나라 통화량(M2)과 서울 아파트값 추이


그래프로 M2와 아파트값의 장기 추세를 함께 그려서 보면 서울 아파트값이 M2와 엇비슷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프상에서 장기 추세로 볼 때 M2와 서울 아파트값이 둘다 상승하지만 분명하게 M2에 비해 서울 아파트값이 낮은 시기가 보입니다. 그러면 2~3년이 지나기 전에 아파트값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한 M2에 비해 아파트값 상승 기울기가 지나치게 높아 과열됐다는 느낌을 주는 구간이 있습니다. 이런 구간을 지나면 수년 안에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런 추세를 눈여겨 봐야 현명한 투자자가 됩니다. 현 정부가 과감한 돈 풀기 정책을 계속 이어 나가면 2030년대가 시작하기 이전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 속도가 가파르게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통화량으로 본 금값의 향방은


금(金)도 통화량을 통해 장기적인 가격 향방을 점쳐 볼 수 있습니다. 대체로 금값도 미국의 M2와 장기적인 추세는 엇비슷합니다. 그래도 1970년대 이후 추이를 보면 미국 M2 증가 속도와 비교해 금값 상승 속도가 더 빠른 구간이 있고, 더 느린 구간이 있습니다. 이건 향후 금값이 조정되거나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신호를 미리 감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1990년대 후반부터 2008년 사이에는 통화량 증가 속도가 금값 상승 속도를 앞질렀습니다. 이건 2010년대 초반 금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예고로 해석됐고, 실제로 그렇게 됐습니다. 2020년대 초에는 통화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에 비해 금값 상승 속도가 더뎠는데, 이걸 가리켜 2020년대 중반 이후 금값이 뛸 수밖에 없다고 장담한 전문가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전망은 이미 현실화됐습니다. 국제 금값은 2025년을 시작할 때 트로이온스당 2644달러였는데요. 9개월 만에 3600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M2/금값’을 따져보기도 합니다. 미국의 10억 달러 단위의 M2를 트로이온스당 금값으로 나눈 지표죠. 이 수치가 높으면 통화량에 비해 금값이 낮다는 뜻으로 해석돼 향후 금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수치가 낮으면 통화량에 비해 금값이 높으니 앞으로 금 가격이 내리막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칠 수 있습니다. 


‘M2/금값’은 금값이 꽤 많이 올랐던 2011년 무렵 6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보다 10년 전인 2001년 19를 넘나들었던 것에 비하면 꽤 많이 낮아진 셈이었죠. 즉 금값이 오버슈팅이라고 볼 여지가 컸고, 실제로 금값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우하향하면서 내렸습니다.


금값 대비 미국 통화량(M2)의 추이


2020년대 들어서는 2022년 말부터 금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2년 말 ‘M2/금값’은 12.5 내외였는데, 이후 금값이 빠르게 올라 2025년 8월에는 6.47까지 내려왔습니다. 금값이 추가로 상승해 ‘M2/금값’이 5 안팎까지 내려간다면 그 다음부터는 금값이 내려갈 가능성에 비중을 두는 게 현명하죠.


다만 올해 금값의 급격한 상승은 달러 가치의 하락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좀 더 흐름을 현명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자만 한 해 1000조원을 훨씬 넘게 갚아야 할 정도로 미국 정부의 국가 채무가 심각해지자 달러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금값이 올랐기 때문이죠. 미국 정부가 과다한 채무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면 2026년 금값은 전례 없는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상 쭉 살펴본 것처럼 통화량은 각자가 자산을 쌓아가는 데 중요한 나침반이 됩니다. 부동산, 주식, 금, 원자재의 가격 추이와 M2 증가 속도를 비교해보시죠. 훨씬 정밀하게 경제를 분석하고 전망할 수 있습니다.


※ 내용은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저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투자에 있어서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시리즈 전체 보기 


1부 한 해 260조원씩 증가하는 통화량, 은퇴자가 치명상 입지 않으려면


2부 글로벌 통화량 대폭발, ‘국경 없는 돈’의 시대 대비하려면


3부 통화량을 알면 주식 부동산 금 가격이 보인다


4부 통화량 폭발에 맞춘 자녀·손자 교육, 가문의 명암 가른다


5부 은퇴자는 새로운 ‘4분의1세기’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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