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에너지 회의론자인 트럼프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글 : 비즈니스월드 (BusinessWorld) / 인도 경제지 2025-03-28
민주주의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관료 또는 장관은 임기 동안의 의제와 정책 초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2024년 11월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에너지 분야를 이끌 새 장관으로 크리스 라이트를 지명했다. 크리스 라이트 장관의 임명으로 세계적인 기후 변화 논의와 청정 에너지 전환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더욱 명확 해졌다.
트럼프는 콜로라도주에 본사를 둔 유전 개발회사 리버티 에너지(Liberty Energy)의 설립자 겸 CEO인 크리스 라이트를 에너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크리스 라이트는 화석 연료 사용을 강력히 옹호해 왔으며,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더 많은 화석 연료 생산이 필요하다는 글을 자주 썼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로 알려진 크리스 라이트는 링크드인에 게시한 동영상에서 “기후 위기는 없으며, 우리가 에너지 전환의 한가운데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에너지 정책의 변화
트럼프와 크리스 라이트의 입장은 일맥 상통한다. 트럼프는 대선을 앞두고 2008년 공화당 선거 구호였던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슬로건을 되살려내면서 석유 및 가스 시추 확대를 촉구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화석 연료 산업에 대한 규제, 특히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적 기후 법안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철회 를 촉구했다. 대통령 선거 당시, 미국의 석유업체들은 거액의 선거 자금을 후원하며 트럼프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과거 민주당 행정부는 인도와의 관계에서도 기후와 에너지를 양자간 의제의 최우선 순위로 밀어붙여 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11월 대선 승리 이후 두번이나 무역 정책을 강조하면서 상호 관세로 인도를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월 기자회견에서 “상호적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인도가 우리에게 100%를 부과한다면 우리도 그들에게 똑같이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의제 역시 무역의 변화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컨설팅 회사인 S&P 글로벌은 “액화천연가스(LNG), 태양광, 석유 화학 및 기타 부문에 무역 정책 변화가 있을 수 있으며, 미국 석유 시장은 제재 정책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LNG 수출에 집중
트럼프는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자신의 임기 첫날 최우선적으로 LNG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미국 에너지부로 하여금 LNG 수출 허가를 재개하겠다고 호언장담 했다. 특히 전 세계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미국의 LNG 생산 능력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미국의 LNG 수출의 미래는 필요한 행정적 절차들을 어떻게 실현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인도는 미국의 LNG 수출국 가운데 그 규모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이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더 가속화하고자 할 것이다. 국제 에너지 시장 조사 기업인 영국의 볼텍사(Vortexa)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5월, 6월, 7월 인도의 월별 LNG 수입량은 평균 2.57톤으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6월에는 미국이 카타르를 제치고 인도 최대 LNG 공급국으로 올라섰으며, 월간 기록인 815킬로톤을 수출했다.
이러한 수요는 주로 지난 여름 기록적인 고온으로 인해 냉방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가스 화력 발전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인도는 2023년에 LNG선 43편(cargo)의 물량을 수입했으며, 2024년 10월 기준, 수입량은 65편에 달한다. 인도가 이러한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볼텍사의 LNG 분석가인 미코탄은 인도의 LNG 수입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 가격대가 국영기업인 게일(Gail)과 IOC 등 대부분의 구매자에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인도 태양광 산업 현황
인도는 현재 자국에서 제조한 태양광 모듈의 약 90%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에너지와 관련하여 무역이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분야는 인도의 태양광 모듈 수출이다. 첫 임기 때 트럼프는 태양광 모듈 및 기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어느정도 지속되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선거 운동 기간동안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최대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광범위한 보호 무역주의를 강조할 가능성이 높으며, 관세 인상은 태양광 비용을 높이고 특히 전세계 태양광 제조를 지배하는 중국과의 무역 긴장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인도의 태양광 수출업자에게 중요한 시장이다. 미국은 인도 태양광 발전 모듈의 주요 수출 시장으로, 2022-23 회계연도와 2023-24 회계연도 모두 인도 태양광 발전 모듈 수출의 97% 이상을 차지했다.
뉴델리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CEEW에 따르면,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확대법 232조로 인해 일부 태양광 관련 제품을 포함한 인도의 대미 수출은 2.3% 가량 타격을 입었다. 이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인도의 태양광 수출에 대한 관세 부과라는 선례를 남기며 대미무역이 보호주의 정책에 얼마나 취약한지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에너지경제 재무분석 연구소(IEEFA)의 남아시아 담당 비부티 가르그 디렉터는 “미국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인도 태양광 제조 생태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인도의 태양광 제조업체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여 궁극적으로 제품 품질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인도가 진정한 글로벌 제조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면 인도 태양광 제조업체는 태양광 전지와 모듈을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도는 기존 시장에서의 입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유럽,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과 같은 미개척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전환의 속도 조절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는 기후 변화 문제를 거의 무시했다. 더 나아가 그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비판하며 전기차와 풍력 정책이 “급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경제에 불공평하다는 이유로 미국이 다시 파리 협정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는 또한 풍력 발전 단지를 위한 토지 임대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대신 석유, 가스, 석탄, 원자력과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원에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지원책이 폐지되면 단기 및 중기적으로 에너지 전환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풍력 터빈 및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를 포함한 100개 기업을 추적하는 S&P 글로벌 클린 에너지 지수에 따르면 청정 에너지 주식은 작년 7월 이후 28% 하락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들의 환경 규제가 일관되지 않거나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인도의 재생 에너지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주요 시장에서 재생 에너지 채택이 늦어지고 전반적인 글로벌 수요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검찰이 인도의 재생 에너지 기업인 아다니 그린 에너지(Adani Green Energy)의 핵심 관계자와 아다니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가우탐 아다니를 기소하면서 인도 재생 에너지 업계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들은 친환경 에너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정부 관리들에게 2억 6,500만 달러의 뇌물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인도에서 두 번째로 큰 재생 에너지 회사인 리뉴(ReNew)는 나스닥 철회 계획을 밝혔다. 최근 인터뷰에서 리뉴의 수만트 신하 최고경영자는 트럼프의 재선이 청정 에너지 주식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상장 폐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델리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CEEW의 아루나바 고시 최고경영자는 청정 에너지원과 기존 화석 연료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인도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배출 규범과 품질 표준을 준수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국가결정기여(NDC: 파리협정 각 당사국이 자국의 상황과 역량을 감안하여 자체적으로 정한 감축 목표, 절차, 방법론 등)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보급 목표를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도가 나아갈 길은 국내 재생 에너지 생산을 강화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한 대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이 필수 조건이다. 필요할 경우 미국으로부터의 화석 연료 수입을 늘리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2기 동안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겠지만, 인도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지난 10년 동안 큰 도약을 이루었다. 이것을 기반으로 저렴한 청정 에너지 분야의 리더로서의 신중하면서도 전략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특집 Trump 2.0]
비즈니스월드 (BusinessWorld) 인도 경제지
1981년 창간된 인도 최대 경제전문 잡지. 미래에셋이 만드는 글로벌 경제잡지 THE SAGE INVESTOR는 2007년, 전신인 ASIA INVESTMENT 시절부터 BusinessWorld 와의 제휴를 통해서 인도 현지의 비즈니스와 산업계 소식을 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