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투자엔진으로 자동항해하라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금, 투자엔진으로 자동항해하라

글 : 김경록 /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2017-12-21

연금은 우리에게 노후라는 바다를 건너게 해주는 배와 같다. 폭풍우와 거센 파도가 몰아닥칠지 모르는 망망대해를 건너려면 타고 갈 배에 어떤 엔진을 달고 어떻게 항해하느냐가 관건이다. 연금의 특성을 살펴보고 안전 항해를 보장해줄 연금의 운용법을 찾아보자.



연금 운용을 잘 하려면?

연금의 4가지 특징을 알면 그답이 보인다!


거제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 중에 멀리 바다에 컨테이너를 적재한 큰 화물선이 태평양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이 대형 화물선에 물건을 가득 싣고 대양을 건너다니게 된 것은 배의 동력원을 돛과 노에서 증기기관으로 바꾸면서부터다. 항해 기술도 물론 한몫했다. 노후라는 큰 바다를 건너갈 수 있는 저런 튼튼한 배는 없을까? 천만다행으로 우리에겐 연금이 있다. 하지만 이 연금이라는 배에 어떤 엔진을 달고 어떻게 항해할지가 관건이다. 적토마도 주인을 잘못 만나면 비루먹은 말이 된다. 연금 운용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금의 특성을 파악한 뒤 연금에 적합한 엔진과 항법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연금은 초창기 운용 상품이다.

25세에 취직해서 60세에 퇴직을 한다고 치면 35년간 연금을 부어야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노후엔 연금에서 생활비를 인출하기 때문에 연금이 모두 소진되려면 퇴직 후에도 3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연금은 적립할 때 35년, 인출할 때 30년, 이 둘을 합치면 65년간 운용되는 상품인 셈이다. 40세부터 정신을 차려 연금 운용을 해보겠다고 해도 이때부터 50년간 운용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땅에 투자하려면 20년 정도 묻어둔다는 각오로 사놓은 뒤 까먹고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이는 투자기간에 따라 투자하는 상품이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땅은 장기로 투자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 주식은 장기로 투자하는 걸 잊는 사람들이 많다. 주식과 같은 자산을 장기로 운용하면 위험이 줄어든다.


기대수익은 그대로인데 위험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투자수익이 높아진다. 2000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우리나라 주식지수를 보면 투자기간이 1년 단위일 경우 최대수익률과 최소수익률이 각각 86%, -54%였다. 투자기간 단위를 5년으로 늘리면 최대수익률과 최소수익률은 각각 29%, -4%가 되고, 10년으로 늘리면 16%, 2%가 된다. 이 세 경우에서 평균 수익률은 비슷하다. 그러면 위험이 적은 10년 투자의 수익이 가장 높게 된다. 그래서 연금상품 운용의 가장 첫 번째 원칙은 투자자산을 편입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은 채 다른 것을 시도해봐야 헛일이다.





 둘째  연금은 적립과 인출 과정을 거친다.

연금은 얼마의 돈을 넣어두고 65년간 가만히 두는 상품이 아니다. 퇴직하기 전까지는 적립을 통해 자산을 쌓으면서 운용하고, 퇴직 후에는 적립된 자산에서 돈을 빼 쓰면서 운용한다. 적립할 때는 근로소득에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남은 돈을 쌓지만, 인출할 때는 근로소득 없이 인출한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한다.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하는 것과 축적된 돈에서 생활비를 찾아 쓰는 두 단계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 두 단계에서 자산 운용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포커를 예로 들어보자. 포커는 판을 달리할 때마다 앞으로 나올 패를 생각하며 가능성에 돈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패가 좋은지 여부뿐 아니라 밑천에 따라 돈을 거는 방식이 달라진다. 새 판이 시작될 때마다 누군가 밑천을 계속 주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때는 밑천이 바닥날 염려가 적으니 우리는 기회가 올 때 좀 더 과감하게 돈을 걸 수 있다. 계속 돈을 걸다 보면 딸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판마다 돈을 얼마씩 빼앗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몇 판을 계속 실패하면 나중에 돈을 걸 밑천도 적어진다. 20판을 연달아 돈을 잃고 이후 20판을 계속 딸 수도 있다. 그런데 과감하게 베팅을 하다가 20판을 내리 지면서 돈이 바닥나면 다음 20판에서 돈을 딸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신중하게 돈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적립시기에는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고, 인출시기에는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자산을 택한다. 


연금은 적립할 때와 인출할 때 관리를 다르게 해주어야 한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비행하다가 착륙하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감스럽게도 일반 개인이 수십 년에 걸쳐 이를 관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위험자산의 비중을 적립과 인출시기에 각각 다르게 자동으로 배분해주는 상품을 편입하는 게 좋다. 이는 마치 비행기를 자동항법장치에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셋째  연금은 자기가 직접 운용해야 한다.

연금 운영과 연금자산 운용에 관한 권리와 책임은 모두 본인에게 귀속된다. ‘권리와 책임이 모두 당신에게 있습니다’라는 말보다 무서운 말이 어디 있겠는가. 연금에 어떤 상품을 포함시킬지, 연금을 중도에 찾아 쓸지, 인출할 때는 종신연금을 구입할지 투자자산에서 자동 인출을 할지, 모든 것들을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은 개인이 개입할 여지가 없지만 개인연금, 퇴직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은 개인이 결정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어떻게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까? 연금에서 정말 중요한 질문이다. 


이에 답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경구는 여기서도 유효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연금의 모든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 이는 올해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시카고대의 세일러(R. Thaler) 교수가 밝힌 바 있다. 사람은 목돈이 있으면 중간에 찾고 싶고, 한번 잘못 가입돼 있어도 계속 그대로 두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을 처음 가입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주식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원리금 보장상품에 많이 가입하고 주식시장이 좋을 때는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다. 문제는 이렇게 선택을 하고 난 뒤에는 쭉 그대로 둔다는 점이다. 퇴직연금 최초 가입 시점에서의 주식시장 분위기가 평생 자산 배분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이처럼 연금을 관리해야 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나’라는 존재는 비합리적인 면이 많다. 그래서 연금은 자기가 운용하는 권리의 상당 부분을 자동항법장치에 위임해야 한다. 오디세우스가 사이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돛대에 자신을 묶어놓듯이 스스로를 묶어야 한다.





 넷째  연금은 분산된 상품을 운용해야 한다.

연금은 세제 혜택까지 주면서 정부가 사람들의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만든 제도이다. 마음대로 운용을 하다가 노후자금 마련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 정부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입하는 것을 부권주의(Paternalism·아버지가 자식을 위해 정한 통금시간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혹은 개입주의라 부르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연금을 중간에 마음대로 찾지 못하게 하고, 자산은 개별 주식 종목이 아닌 분산된 상품인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펀드의 특징은 분산이다. 주식펀드에는 50~100종목이 들어가 있고 해외 채권은 미국, 유럽, 브라질, 인도 등의 나라뿐 아니라 국채, 회사채, 모기지 채권 등 다양한 채권들이 편입돼 있다. 이러한 펀드들을 또 여러 개 편입하니 이중삼중으로 분산되는 셈이다. 물론 시장에 큰 충격이 올 때는 자산 가격이 비슷하게 움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분산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연금자산이 잘 분산돼 있다는 것에는 두 가지 함의가 있다. 


우선 인식을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 자국의 금융자산을 고루 가지는 것으로 충분히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는 점이다. 하지만 국내 자산을 모두 가지는 것 역시 한 국가의 위험을 가지는 셈이 되므로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는 아니다. 연금은 초장기로 운용하기 때문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 분산의 개념을 글로벌하게 폭넓은 시야로 볼 필요가 있다. 연금에는 자기가 속한 국가에 집중 투자하지 말고 글로벌하게 분산하라는 식의 규제가 없다 보니 자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연금 규정도 충분한 분산을 유도할 수 없다. 연금에서 정한 분산 원칙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로 분산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분산이라는 특징을 연금에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분산된 자산은 안정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투자자산으로 구성하는 게 좋다. 여러 나라의 정기예금을 갖는 것은 분산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분산은 성격이 다른 위험 자산의 결합에서 효과가 발휘된다. 충분히 분산된 연금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투자자산을 가져야 한다.



노후라는 바다를 어떻게 건너나?

연금이라는 배에, 투자엔진을 장착하고, 자동항해를 하라!


지금까지 살펴본 연금의 네 가지 특징을 간추려보자. 우선 초장기로 운용하고 자산은 분산돼 있다. 이 두 가지 특징에 가장 잘 맞는 자산이 투자자산이다. 투자자산은 야생마와 같아서 힘은 좋지만 다루기 어렵다. 야생마인 투자자산을 길들이는 두 가지 장치는 바로 ‘장기 투자’와 ‘분산’이다. 연금은 이 두 가지 장치를 모두 갖고 있으므로, 연금과 투자는 찰떡궁합이다. 연금이라는 배의 동력원은 투자자산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연금은 적립과 인출, 중도 해지, 연금화 결정 등 많은 의사결정을 개인이 해야 한다. 그 과정이 복잡할 뿐 아니라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개인도 분위기에 휩쓸리고, 비합리적이고, 변화를 싫어하고, 게으르다. 그래서 연금 운용의 일정 부분은 자동항법장치에 맡겨두는 것이 좋다. 투자엔진과 자동항해, 이 둘이 좋은 연금을 만드는 키워드이다. 


연금은 노후라는 태평양을 건너게 하는 배와 같다. 우리는 운전이 서툴다. 연금이라는 배의 엔진은 확정금리 상품과 같은 단기성 자산이 아닌 투자자산이라는 장기성 자산이어야 한다. 이 배의 운행을 출발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몇 가지 의사결정을 한 뒤에는 자동항법장치에 맡겨두는 게 낫다. 이렇게 하면 노후라는 태평양의 파도도 우리를 집어삼키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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