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의 AI 혁명이 가능한 이유는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중국 기업들의 AI 혁명이 가능한 이유는

글 : 한우덕 / 중앙일보 차이나랩 2025-07-25

상하이와 항저우를 다녀왔다. ‘AI 현장 투어’였다. 중국 AI는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오늘 칼럼은 그 기록이다. 2회에 걸쳐 나눠 실는다.



 상하이&항저우 AI 현장 리포트 1부 


이번 혁명에서는 결코 서방에 밀리지 않겠다


“AI는 도구의 혁명인가, 아니면 혁명의 도구인가?” 중국 AI 업계의 전통 강호인 센스타임(중국명 商湯科技)의 CEO 쉬리(徐立)가 던진 화두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AI 기술 발전은 인간 도구의 혁명적인 진화인가, 아니면 인류 혁명을 가져올 거대한 도구가 될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다. 전자가 도구에 방점을 찍었다면, 후자는 혁명을 강조하고 있다. 


쉬리 CEO는 후자를 선택했다. ‘혁명의 도구’라는 생각이다. 결국 인류 사회가 AI로 인해 혁명적 변화를 겪게 될 거라는 얘기다. 


그동안 인류 역사에는 몇 차례 기술 혁명이 있었다. 산업혁명, 공업혁명, 정보 혁명… 증기가 산업혁명을 가져왔고, 전기가 공업혁명을 이끌었다. 인터넷은 정보혁명의 기폭제였다. AI는 증기, 전기, 인터넷을 이을 또 다른 혁명의 도구가 될 것이라는 쉬리 CEO는 단언한다.



화웨이 회장 런정페이(任正非)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지난 6월 10일 인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AI는 아마 인류 사회의 마지막 기술 혁명이 될 것이다(人工智能也许是人类社会最后一次技术革命)”. 


이게 뭘 뜻할까? 


중국은 산업혁명, 전기혁명, 정보 혁명을 거치는 동안 뒷 자석에 앉아 있었다. 서방에 끌려갔다. 특히 산업혁명 때에는 아편전쟁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마지막이 될 AI 혁명에서는 다를 것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기어코 이번 기술 혁명에서는 서방에 뒤지지 않는 기술 진보를 이뤄내겠다고 결의를 다진다. 그렇게 중국은 지금 혁명하듯 AI를 개발하고 있다. 그 절박함이 AI 혁신을 가져온다.


국가가 시장을 창출한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는 AI 발전과 함께 새롭게 뜨고 있는 중국 도시다. 그곳에 AI 발전을 대표하는 6개 벤처 기업이 있다. 흔히 ‘항저우의 여섯마리 용(六小龍)’이라고 불린다. 올 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생성형 AI 개발회사 딥시크,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회사인 유니트리, 브레인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BCI)을 개발하는 브레인코, 4족 로봇 분야 세계 최강 수준의 딥로보틱스, AI 기반 3D 디자인 플랫폼 회사 매니코어, 게임 업체인 게임사이언스 등이 주인공이다. 이중 브레인코와 딥로보틱스를 방문했다.


현란했다. 브레인코 실험실에서는 사고로 팔이 잘린 사람이 의수(義手)를 차고 붓글씨를 쓰고 있다. 그 옆 총각은 의수를 끼고 피아노를 치기도 했다 한 다리를 잃은 소녀는 의족(義足)을 끼고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었다. 기구들은 신경과 근육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 뇌의 명령을 수행한다. 의족을 낀 소녀는 “6개월 됐는데, 도보에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브레인코의 기술이 너무 고마울 뿐이란다. 



딥로보틱스의 4족 로봇은 활동에 거침이 없었다. 계단을 오르고, 산지를 달리고, 껑충껑충 장애물을 뛰어 넘었다. 불 나면 소방 활동에 투입된다. 전력 설비 관리, 반도체 공장 자동화, 통신 설비 점검 등에도 사용된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로봇의 세계 표준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AI는 그렇게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저 기술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 질문에 동행한 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이렇게 답한다.


“물론 뛰어난 기술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넘지 못할 벽은 아닙니다. 우리도 충분히 개발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상업화입니다. 중국은 그 기술을 상업화해서 돈을 벌고 있고,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결국 시장이다. 딥로보틱스의 4족 로봇의 경우 대부분 공공 분야에서 수요가 발생한다. 각 지방 정부의 소방청, 국유 전력회사인 스테이트 그리드(國家電網), 통신사 차이나 모바일, 철강기업 바오스틸(寶山鋼鐵) 등은 모두 국가 기관 또는 국유기업이 사간다. 국가가 시장을 창출해 준다는 얘기다. 


시장이 있으니 생산을 할 수 있고, 실적이 발생하니 추가 투자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다. 딥로보틱스의 경우 최근 5억 위안(약 957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 돈은 신기술 개발에 투입된다. 기업은 시장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신기술, 제품을 내놓는다. 그렇게 혁신의 생태계가 형성된다.


‘AI+’, 중국 인공지능은 무한대로 확산된다.


중국이 ‘AI+’라는 용어를 정부 문서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한 건 2024년 3월. 당시 리창 총리는 전인대 정부 업무 보고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응용을 확대할 것이다. ‘AI+’ 행동을 펼쳐 나가겠다. 그리하여 국제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深化大数据、人工智能等研发应用,开展“人工智能+”行动,打造具有国际竞争力的数字产业集群)”


‘AI+’라는 용어는 2024년에 이어 2025년 정부 업무 보고에도 언급됐다. 그만큼 ‘AI+’가 주는 의미는 크다.



10년 전에도 그랬다. 중국은 2015년 정부 업무 보고에서 ‘인터넷+’라는 용어를 제기했었다. 당시 총리였던 리커창(李克强)이 제시한 ‘인터넷+’의 의미는 인터넷과 전통 산업 분야와의 접합이었다. 인터넷과 유통을 결합해 전자상거래를 발전시키고, 인터넷을 제조업에 응용해 사물인터넷(IOT)을 개발하고, 인터넷과 금융을 결합해 결제시스템을 발전시키겠다는 뜻이다.


‘AI+’ 역시 같은 개념이다. AI를 전통 산업에 적용, 응용한다는 얘기다. 이런 식이다.


상하이에서 방문한 센스타임은 한때 안면 인식 분야 세계 최강 기업이었다. 그러나 챗GPT·딥시크 등 생성형 AI 회사가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센스타임은 뒷방으로 밀리는 모습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미국의 제재, 2023년 공동 창업자 탕샤오어우(湯曉鷗)의 사망 등으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본 센스타임은 굳건하게 살아있었다. 그들이 개발한 생성형 멀티모달 ‘센스노바(SenseNova, 중국명 日日新)’를 바탕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센스노바를 기본 모델로 금융·의료·제조(로봇) 등 분야를 빠르게 파고들고 있었다. AI+를 실현하고 있다는 얘기다.



센스타임에 이어 방문한 아이플라이텍(중국명 커다쉰페이·科大訊飛)도 유사한 과정을 밟으며 발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음성 인식 분야 글로벌 강자였지만 생성형 AI 시대에 들어 밀리는 듯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 회사 역시 멀티모달 ‘스파크 데스크’를 바탕으로 의료·금융·교육 등 적용 분야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중국은 제조업 말단에서 하이테크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에 걸친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제조업에 관한한 못하는 분야가 없다. 신발 공장 그 옆에는 자동차 공장이 있고, 자동차 공장 옆에는 민간 항공기 제작 회사도 있다. 단순 제조업뿐만 아니라 물류, 금융, 문화, 심지어 관광에 이르는 서비스업까지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발전 중이다. 여기에 AI를 접목시키겠다는 게 ‘AI+’의 뜻이다. 


플러스의 영역은 무한대다. 모든 제조업 공장에 AI 시스템 적용이 적용되고, 금융 관광 등 서비업 역시 AI 운용을 고민하고 있다.  AI의 승부는 결국 누가 더 AI 잘 활용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중국 AI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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