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펜 학습지 회사는 어떻게 고령자주택 시장 선두에 올랐나
글 : 이지희 /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2025-06-16
◈ 2024년 기준 고령자 주택 보유 시설수 1위, 입소 정원수 2위
◈ 고가의 유료노인홈보다 저렴한 서비스제공고령자주택으로 승부
최근 일본의 고령자 주택 신문사가 [복지시설·고령자 주택 정원수 랭킹 2024]를 발표했다.
정원 수를 기준으로 1위는 SOMPO 케어로 2만 9,777명 이었다. 조만간 세계 최초로 3만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2위는 학연 그룹으로 2만 644명이었다. 정원수가 아닌 보유 시설 수로 따졌을 때 1위는 학연 그룹이었다. 학연 그룹은 1년 새에 56개 시설, 2,254명이 증가했는데 이렇게 급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고령자 주택 업계 TOP 시설을 소개하는 칼럼 3번째는 빨간펜 선생님으로 유명한 학연(GAKKEN) 그룹이다.
[SOMPO케어] 일본 최초의 손해보험사, 시니어 TOP 시설 만들다
학연 그룹은 어떤 곳인가?
학연 그룹(GAKKEN)은 1946년 설립되었다. 전쟁 후 재건은 교육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창립자의 신념으로 교육사업을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빨간펜으로 유명하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면서 학연 그룹은 2004년 고령자 주택 사업을 시작하였다.
현재는 ‘교육’과 ‘의료 복지’ 두 영역으로 나누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자회사를 포함하여 총 110개사의 그룹사가 있으며, 2024년 기준 매출액은 1,855억 엔이다. 학연 그룹은 해외 활동도 전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YBM 시사와 2015년 협약을 맺고 ‘학연 교실 공부방’ 사업을 전개한 적이 있다.
Gakken 그룹 사업 영역 (출처 : 홈페이지)
학연 그룹, 고령자 주택 Cocofump 시리즈를 만들다.
학연 그룹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2004년 학연 Cocofump 브랜드를 만들고 고령자 주택 사업을 시작하였다. 일본은 보유 객실 수, 매출액, 보유 시설수, 입소자 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통계를 내고 있는데 학연 그룹은 보유 시설 수로 따졌을 때 전국 36개 도도부현에서 572개의 거점을 운영하고 있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번 소개했던 베네세, SOMPO와 마찬가지로 학연 Cocofump의 경우도 저출산 고령사회를 맞이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사업에 눈을 돌리면서 고령자 복지 혹은 고령자 주택과 관련한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인프라와 정보 등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TOP을 꿰찰 수 있게 되었다.
학연 Cocofump의 1호점은 도쿄도 오타구에 위치한 코코펀 레이크 힐스이다. 이곳은 창업자가 살았던 옛 저택 부지에 위치해 있다. 지역에서 살고 있는 보통의 노인이 익숙한 지역에서 안심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 졌다.
학연 Cocofump 시리즈만의 특징
입주금 0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 가능
학연 Cocofump 시리즈는 입주 일시금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월 지불 비용도 후생연금액 정도의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다. 유료노인홈이 입주 시 수천만 엔에서 수억 엔을 지불하는 것과 비교된다.
24시간 365일 직원이 상주
서비스제공고령자주택의 경우 낮동안 직원이 상주해 있는 것이 보통인데 학연 Cocofump 시리즈는 개호 자격증을 가진 직원이 365일 24시간 상주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직원이 정기적으로 입주자의 안부를 확인하고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요개호도 5, 치매노인도 대응이 가능하다. 서비스제공고령자주택 1층에 병설로 방문개호 사업소를 두고 있기 때문에 매일 만나는 익숙한 직원으로부터 케어를 받을 수 있다.
학연 Cocofump이 급속도로 성장한 비결
학연 그룹은 1년 새에 56개 시설, 입소자 2,254명이 증가했다. 그렇다면 이 시설들은 모두 새롭게 만든 것일까?
필자는 매년 유료노인홈과 서비스제공고령자주택을 견학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 작년에 방문한 시설이 있었는데 학연 Cocofump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제공고령자주택이었다.
1층에는 식당과 방문개호사업소, 데이케어센터를 병설로 운영하고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약 50세대 정도 규모의 곳으로 주택가 한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지역에서 살고 있는 일반 고령자를 위한 시설이라는 것이 와닿았다.
직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학연 Cocofump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인수합병이다. 시설 운영이 어려워진 경우 학연 Cocofump과 같은 대형 법인이 소형 시설들을 흡수해 나가면서 시설 폐쇄 등에 따른 입주자의 피해를 막도록 하는 것이 일본 정부 차원의 방침이라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폐쇄되는 시설을 흡수할 수 있는 대형 법인, 우리나라엔 있을까
학연 Cocofump의 급속 성장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 수치상으로 일본은 매년 시설이 증가하고 있어 모든 시설이 다 운영을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운영 폐쇄 되는 시설이 존재하고 그러한 시설들을 대형 법인이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일본 정부가 나서서 방침을 세웠다고 하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결국 운영을 잘 못하는 시설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윤리적으로 잘 경영을 하고 있는 시설들이 계속해서 규모를 키워가면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업자가 수익을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실버타운 산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익‘만’을 최우선으로 하려고 하는 사업주들이 윤리적, 공익적인 측면의 고민 없이 시설‘만’을 만들어 낸다면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몇 년 전 운영이 어려워져 폐쇄된 서드에이지 사례를 보더라도 서드에이지에 입주했던 입주자들은 전국의 다른 시설들로 흩어졌다.
우리나라에서 고령자를 끝까지 잘 모시겠다고 하는 철학, 인력양성 없이 시설만 계속해서 늘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운영이 어려워진 시설을 인수합병할 수 있는 대형 법인이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일본 오카야마현립대학원에서 보건복지학 박사 취득 하였다. 현재 수원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겸임교수,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강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전국의 대표적인 시니어타운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의 사무국장직을 겸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