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새로운 일에 도전해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 3
글 : 신미화 /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 2025-04-09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책이 있다. 바로 『LIFE SHIFT(라이프 시프트) 100세 시대 인생 전략(국내판 제목 : 100세 인생)』이다. 2016년에 출간된 이 책은 영국의 경영학자 린다 그래튼(Lynda Gratton)과 경제학자 앤드류 스콧(Andrew Scott)이 공동 저술한 작품으로, 평균 수명이 연장된 ‘100세 시대’를 대비해 삶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LIFE SHIFT(라이프 시프트) 100세 시대 인생 전략』은 기존의 ‘교육 → 직장 → 은퇴’ 3단계 모델에서 벗어나, 다단계 커리어를 설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책이 유독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다음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다. 노후 준비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LIFE SHIFT』는 이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하는 책으로 주목받았다.
두 번째로 기존의 연공서열과 종신고용 문화가 강한 일본에서는, 커리어 전환을 강조하는 『LIFE SHIFT』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졌다. 일본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변화와 깊은 공감을 이루며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자기계발서를 넘어, 일본인의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이프 시프트 재팬’ 같은 기업이 탄생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LIFE SHIFT』의 개념에 공감하여 이를 일본 사회에 전파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으로, 린다 그래튼 교수의 연구를 기반으로 기업 연수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인터뷰한 카와노 준코(61) 씨는 바로 이 회사에서 CMO(최고마케팅경영자)를 맡으며, 일본 사회에 ‘라이프 시프트’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 라이프 시프트는 왜 절실한가
카와노 준코 씨는 ‘인생 100세 시대’를 보다 풍요롭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개발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라이프 디자인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방법론을 개발하여,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과 연수를 제공합니다.”
일본 사회는 집단에 대한 동조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스스로 변화를 통제하려는 경향이 크다. 그녀는 일본 사회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라이프 시프트가 더욱 절실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누구나 가속페달(엑셀)과 브레이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브레이크를 많이 밟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더 활기찬 노후를 맞이할 수 있도록,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카와노 씨는 라이프 시프트의 본질을 ‘자기 재발견’ 과정으로 본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다시 평가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직업 환경에서 자신의 부족한 기술은 무엇인지, 앞으로 필요한 스킬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학습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저는 그 도전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50대는 제2의 사춘기?
100세 인생에서 라이프 시프트가 꼭 필요하다고 보시는 이유가 뭘까요?
“인생 100세 시대에 가장 큰 불안 요소는 ‘건강’과 ‘돈’입니다. 현재 60대들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실천하고 있고, 대다수는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월 5~10만 엔 정도의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만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진정한 문제는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50대는 제2의 사춘기이며, 60대를 향한 라이프 시프트의 과정은 곧 ‘내가 원하는 나를 찾는 여정’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0대는 제2의 사춘기’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중년의 위기를 자각하고 있을까요?
“50세 전후가 되면, 자신의 조직 내에서 어느 정도까지 출세할 수 있을지 대략적인 윤곽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직시하기보다 애써 외면한 채 하루하루 업무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사춘기가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겪으며 자아를 찾아가는 시기라면, 50대는 사회적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시기입니다. 이제는 회사에서 정한 역할이 아닌, 스스로 원하는 인생을 설계해야죠.”
사춘기에는 방황이 따르기 마련인데,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찾기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배움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 역시 회사원으로서 한계를 느끼고 53세에 퇴직한 후, 무려 5년간 방황했습니다. 상사에서 다니던 동안 영어 실력의 부족을 절감해, 미국과 필리핀으로 단기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고, 대학원에 입학하기도 했습니다.
56세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게이오대학교 SFC 연구소의 책임연구원이 되었지만, 결국 ‘나는 비즈니스 세계가 더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후 라이프 시프트 재팬의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가 되면서 비로소 ‘정말 되고 싶은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은퇴 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활기찬 삶을 살고 있는 분들을 120명 가량 취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분들에게 공통점이 있었을까요?
“저는 은퇴 후에 전혀 경험이 없는 분야에서 새롭게 도전한 이들을 ‘라이프 시프터(라이프 시프트 실천가)’라고 부릅니다. 80세 혹은 90세까지 건강하게 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단순히 돈을 위해서만 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죠.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공통된 원칙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작은 일부터 시도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작더라도 다양한 일을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면 한 가지에서 실패하더라도 리스크가 적습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즐겁게 몰입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실력이 쌓이면서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자신을 고용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일본에서 유행하는 1인 창업을 의미합니다. 회사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바로 라이프 시프트입니다. 많은 사람이 회사를 떠난 후에야 비로소 ‘일하는 기쁨’을 온전히 느낀다고 합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짜 내 삶을 살고 있다’는 실감을 얻는 것이죠..
세 번째는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인생 100세 시대’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할 기회가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원하는 일을 찾아 시작할 수 있으며, 어린 시절 꿈꾸던 일에 도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현재 50대라면 앞으로 10년 동안 천천히 고민해도 늦지 않습니다.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내가 진정 원하는 모습을 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해보세요. 저의 경우, 과거 몸담았던 리쿠르트와 스미토모 상사에서 쌓은 인맥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폭넓은 커뮤니티와의 관계 형성이 새로운 자신을 찾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신미화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
1986년 4월, 일본 문부과학성 장학생으로 히토쓰바시 대학원에 유학한 후,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거쳐 게이오 대학원에서 상학 박사 학위를 취득. 현재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 혁신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시니어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 지방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연구하며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