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미래학자가 주목하는 스타트업은 어디?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인구 미래학자가 주목하는 스타트업은 어디?

글 : 강남규 / 중앙일보 국제경제 선임기자 2023-09-19

external_image


저출산·고령화!

한국에선 종말론에 버금가는 말이다. 한국의 올해 2분기 출산율이 0.7명까지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발표되면서 기업인과 정책 담당자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의 한 교수가 저출산을 걱정하며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라며 머리를 부여잡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저출산 소식을 들으면 ‘이러다 한민족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인구 감소→일손 부족→장기 침체’라는 통념이 똬리를 틀고 있어서다. 


그런데 이런 지배적 통념을 거부하는 미래학자가 있다. “슈퍼 에이지 이펙트”의 지은이인 브래들리 셔먼이다. 그는 미국 은퇴자협회(AARP)에서 글로벌 파트너 담당 이사로 일하면서 고령화와 인구통계를 기반으로 한 미래 트렌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셔먼은 ‘인구미래학자’로 불릴 정도로 이 분야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와 세계경제포럼 등에선 고령화와 장수 이슈 등을 담당하는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잘 알다시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나라다.


맞다! 한국은 이제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78%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역사상 가장 독특한 인구 상황에 처해 있는 나라 중 한 곳이다. 정말 놀랍다. 어떻게 한국이 아주 젊은 나라에서 가장 늙은 나라로 그토록 빠르게 바뀔 수 있었을까. 사실, 한국과 유사한 궤적을 보이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 대만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이 전화위복으로 고령화 시기를 활용하고자 한다면, 선택지가 많기는 하다.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조금만 조정하면, 고령화 시대에도 다양한 밝은 면이 있기는 하다.


external_image


솔직히 말해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나라에 살고 있는데도 고령화가 아주 심각한 문제인지 실감하지 못했다.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인구학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낮은 출산율이다. 이런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인다는 사실 자체가 내겐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러시아의 기대수명은 짧다. 우크라이나라고 해서 나은 편은 아니다. 전쟁이 시작될 당시 나는 ‘그런 두 나라가 어떻게 전쟁을 할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두 나라 모두 싸울 젊은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전투를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나이가 마흔 살 정도다. 마흔 살 말이다. 마흔 살 먹은 병사를 머릿속에 떠올리기 쉽지 않다. 병사라면 18~24살 사이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참전 군인의 나이를 듣는 순간,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웃어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고령화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당신 책을 아직 읽지 못한 한국 독자를 위해 ‘슈퍼 에이지’가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면 좋을 듯하다. 


우선 내 친구이자 동료에게 그 개념의 저작권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야 할 듯하다. 그녀의 이름은 램지 올윈이다. 미국의 고령화국가위원회라는 조직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녀가 몇 년 전에처음 제시한 슈퍼 에이지는 ‘인구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65살 이상인 시대 즉, 고령화의 마지막 단계’에 대한 전문적이고 낙관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기존 우리 사회의 모든 시스템은 많은 수의 젊은이가 아래를 받치고 소수의 나이 든 사람이 위에 있는 피라미드 형식의 인구구조에 맞춰 설정되었기 때문에, ‘슈퍼 에이지 사회’ 또는 ‘슈퍼 에이지 문화’라는 개념은 상당한 우려를불러일으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external_imageexternal_image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책에 ‘엘더노믹스’라는 또 다른 전문용어도 등장한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자세히 말해주면 좋겠다.


개인은 고령화로 인해 보다 오랜 기간 소득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엘더노믹스는 이를 넘어 개인이 보다 오랜 기간 동안 서비스와 재화를 구매하는 소비자로 남을 것이고, 또한 보다 오랜 기간 납세자로 남아 있게 될 흐름에 주목한 개념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노인은 단기적으로는 경제가 성장하도록 돕고 장기적으로는 이를 유지하며 사회 변화의 충격을 흡수할 것이다. 또한 우리로 하여금 인구가 전혀 늘지 않을 경우 마주하게 될 뉴노멀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한마디로 노령층은 낙하산과 같다. 오랜 기간 경제성장이 지지부진하거나 오히려 경제 규모가 감소하는 신(新)경제체제에 돌입할 경우 우리의 안전한 착지를 도울 것이다.


external_image


인터뷰 첫머리에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조금만 조정한다면” 고령화 시대에도 기회를 발견할 것이라고 했다. 조금만 조정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려달라. 


슈퍼 에이지 시대에 우리는 여러 면에서 과거의 기준으로 돌아가야 한다. 바로 인간이 죽기 전까지 평생 일했던 기준 말이다. 이는 결코 비아냥거리는 말이 아니다. 인류 역사 대부분에서 인간은 (현대의) 은퇴 나이를 넘어서까지 일했다. 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때까지 말이다. (은퇴 시점을 넘어 일을 하는 옛 기준으로 돌아가면) 아주 다양한 혁신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이 점은 고령화에 관한 많은 토론에서 흔히 간과되는 점이다.


오래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된다면, 국가 재정, 특히 고령화 사회의 정책 담당자에게 골칫거리인 공적 연금 시스템은 어떻게 될까?


고령자가 많다는 것은 그들이 이전 세대의 또래보다 한결 건강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만큼 일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무차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무차별적인 정년 연장이 무조건적인 답은 아니다. 다만 인구가 고령화하고, 달리 말해 사람들이 더 오래 살게 될 때 모든 상황이 바뀌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여든 살, 심지어 아흔 살이 넘었는데도 경제 활동을 한다. 이들은 건강하고, 활동적이다. 인지능력도 좋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건강하다. 아마 이들은 매월 연금을 전액 다 수령하지 않거나, 연금 수령 시기를 미뤄도 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반면에 60대인데 건강하지도 않고 경제적으로도 좋은 상황이 아니어서 연금을 빨리 받아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일괄해서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연금 받는 나이를 60세나 65세, 더 나아가 70세로 연장한다고 고령화가 낳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률적인 조정은 복잡한 문제를 아주 단순하게 해결하려는 태도다. 개인의 상황 등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한다면 한 차원 높고, 보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연금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한 오래 일한다면, 기업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나이 든 사람의 연륜은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도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는 좋은 일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소비나 고용 시장이 거대한 고령층을 주요 타깃으로 품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혹은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은 거대한 고령층 시장을 끌어안음으로써 큰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업이 지금 당장 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슈퍼 에이지 시대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가장 큰 관심사로 꼽는 것처럼 우리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들어서고 있다. 


고령층에 맞춰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를 언급했는데, 슈퍼 에이지 시대에 맞춰 투자자는 어떤 스타트업이나 기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


회사 이름을 대놓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5년이나 10년, 15년 정도의 기간을 보고 고령층이 시장에 대거 진입하는 곳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홈 모니터링 등 돌봄 부문이 투자자의 시야 안에 잡힐 수 있다. 반면에 장기 돌봄을 담당하는 커뮤니티(양로원) 등은 당장 단기적으로 큰 성장을 누릴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장기 돌봄을 제공하는) 회사의 장기 전망은 좀 불투명하다. 절대 다수가 자기 집에서 가능한 한 오래 머무르고 싶어 한다. 내가 돌봄 서비스가 (양로원 등) 시설에서 가정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기술이 그런 이동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생겨나는 고령층 시장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고령층만이 갖고 있는 니즈를 잘 포착하는 회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런 회사는 지금 당장이라도 승리자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 볼 수 있는 승리자에는 어떤 예가 있을까?


사실 미국에는 스타트업 단계인 기업이 몇 개 있다. 이 중 유니콘 기업이 하나 있는데,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은 첫 고령화 기술 기업 사례다. 이는 단순한 가치 평가 기준이다. 그 기업은 나이 든 사람이 단기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공동체를 만들어주고 케어를 해준다. 어머니가 병원에 가야 할 필요가 있다면, 어머니를 데리고 의사한테 가줄 수 있는 도우미를 보내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가 기업공개(IPO)를 한다면 투자자로부터 큰 관심을 받을 것이다. 나는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이 슈퍼 에이지 시장을 바꿔나갈 수 있는 회사를 눈여겨보고 있다. 물론 대기업도 살펴보고는 있다.


노년에 대한 통념이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이나 규정, 제도 등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아주 뒤떨어진다는 일종의 편견이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은 새로운 것에 저항한다고까지 이야기하기도 한다.


핵심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은 일에 관련될 때 더 많이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 일상에서 이러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면 (즉 일을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이러한 기술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투자자와 비즈니스 리더, 펀드 매니저의 눈으로 볼 때 슈퍼 에이지 시대엔 어느 나라가 유망할까?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와 견줘 출산율 (하락)이 더 빠른 곳이 있을 뿐이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0.78 수준인데, 최근 쿠데타를 겪은 니제르는 6.79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니제르 한 여성이 거의 7명 정도를 낳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개발도상국인 니제르의 출산율도 낮아지고있다. 현실적인 출산율은 초고령국가인 한국과 니제르 사이 어디쯤일 것이다(*주: 한국은 2022년 말 기준 노인 인구 비중이 17.9%로 해당 수치는 초고령국가의 전 단계인 고령국가에 해당한다). 글쎄, 단기적으로 이민 친화 정책을 가진 국가들은 실제로 미국과 영국과 같은 국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캐나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이민에 관대한 정책을 펼치는 나라다. 이들 나라는 인구수를 기준으로도 계속 성장하겠지만 다양한

아이디어와 문화, 관련 전문가를 받아들이면서 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다. 


한때 무한한 것으로 여겼던 노동력이 이제는 아주 가치 있고 투자가 필요한, 다른 나라에서라도 끌어모아야 할 자원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독일과 네덜란드도 괜찮은 예이다. 이들 나라는 숙련된 인재를 대상으로 입국 후 하루 만에 영주권을 발급해 주는 취업비자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인재 확보를 위한 전쟁, 노동력 확보를 위한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뉴스레터 구독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주 1회 노후준비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이름
  • 이메일
  •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보기
  • 광고성 정보 수신

    약관보기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정보변경이 가능합니다.

  • 신규 이메일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구독취소가 가능합니다.

  •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