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천 만원도 번다는 미장일, 직접 해봤더니...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한 달에 천 만원도 번다는 미장일, 직접 해봤더니...

글 : 버들치 / 작가 2023-05-19


지난 글에서는 퇴직을 5년 앞두고 배웠던 기술 중 도배와 타일 작업(이전 글 보기 클릭)에 대해서 썼다. 이번에는 미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 중에 아파트 바닥 미장을 하는 친구가 있다. 마침 동부기술교육원에서 미장도 배웠으니(동부기술교육원 경험에 대한 이전 글 보기 클릭) 경험 삼아 한 번 해보고 싶었고 힘들다고 하는데 정말 얼마나 힘들지 직접 체험해 보고도 싶었다. 남들은 힘들다고 피하는데 왜 나는 굳이 힘든 걸 해보고 싶은지 모르겠다. 벽 미장과 달리 바닥 미장은 허리를 구부리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 더욱 힘들다. 친구 말마따나 뱃일 다음으로 힘든 게 미장이었다. 그래서 빡세게 25일 정도 일하면 개인 당 1천만 원을 가져가기도 한다.




바닥 미장은 해보니 뱃일 다음으로 힘든 직업이 아니었다. 뱃일을 안 해본 내게는 뱃일 보다 힘든 직업인 것 같았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을 몇 번 경험했다. 친구 말로 미장을 배우겠다고 들어와서 3일을 넘긴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고 했다.


아파트 현장에 아침 6시 정도에 도착하려면 대부분 새벽 5시 이전에 집에서 출발한다. 작업장이 대부분 경기도가 많다. 도착하면 함바(식당)에서 바로 밥을 먹는다. 기계팀에서 유압 펌프로 아파트 맨 꼭대기 층부터 모르타르를 쏘아 올려 바닥에 뿌려주는데 이를 초벌이라고 한다. 초벌 후 1시간 30분 내외면 물때(모르타르가 굳은 정도)를 봐서 까치발을 신고 들어가 미장 작업(중벌)을 한다. 그리고 다시 1시간 정도를 기다려 오리발을 신고 들어가 마지막 바닥 미장(시야기)을 하면 끝난다. 아파트 한 채당 2번의 미장 작업이 필요한 셈이다. 그렇게 오전에 한 명당 5채에서 6채를 작업한다. 밥은 물때를 봐가면서 먹는데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먹는다. 오후에는 4채에서 5채를 한다. 그래서 한 사람당 오전 오후 해서 10채 정도를 한다. 여름엔 오후 5~6시 사이에 작업이 끝나고 가을과 겨울철에는 밤 9시 또는 10시 전후로 끝난다.



 

바닥 미장은 기계팀과 함께 일한다. 기계팀은 믹서기로 레미탈(모래+시멘트)에 물을 혼합한 모르타르를 유압 펌프로 아파트 고층으로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기계팀도 5명으로 이루어진다. 지상에서 믹싱을 하는 반장 1명, 30층 고층까지 모르타르를 운반할 수 있도록 특수 고무호스를 설치하고 해체하는 인원 3명, 그리고 아파트 바닥에 모르타르를 쏴주는 인원 1명이다.


기계팀은 고정급 일당제다. 숙련도에 따라 하루에 20만 원 내외의 일당을 받는다. 그에 비해 미장은 바닥을 마는 만큼 받는다. 적게 밀면 30 ~ 40만 원, 많이 밀면 40~50만 원을 받는다. 기계팀에서 보면 열받는 일이지만 기술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비슷한 일을 하고 또 일하는 날짜도 똑같은데 월급은 두 배 정도다 차이가 난다.


물론 기계 팀원 중에서 미장을 배우면 그만큼의 일당을 받지만 그게 쉽지 않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일 배우기가 힘들다.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최소 1,2개월 걸린다. 둘째, 미장을 배우려면 현재의 기계팀에서 빠져나와 다른 미장 팀을 쫓아다녀야 하는데 그러기가 또한 쉽지 않다. 같이 다니는 미장 팀에게 배우면 좋지 않을까 싶지만 그걸 용인해 주는 기계 팀원이 없을뿐더러 미장 팀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잘 가르쳐주지 않는다. 위와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기계팀에서 미장으로 넘어온 사람은 극소수라고 한다. 그래서 미장팀과 기계팀 간에는 보이지 않지만 묘한 이질적인 정서가 흐른다. 같이 다니지만 기계 팀은 미장 팀을 질시하고 또 미장 팀도 기계 팀을 하대한다. 인간 사회에서 평등과 공정과 정의는 멀고도 험난한 길이다. 한 번 획득한 기득권은 목숨을 걸더라도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한다. 그게 야비하거나 불공정하다는 게 아니다. 살아가는 원리이다. 그걸 인정해야 비로소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미장 일은 겨울엔 일거리가 없어 한두 달 쉰다. 그리고 건설 경기가 안 좋으면 한 달에 15일 일하기도 힘들다. 그러면 일당도 많이 떨어진다. 집에서 노느니 용돈이라도 벌자며 다들 임금을 낮추기 때문이다. 아파트 미장에서 밀려나면 그 아래 단계의 빌라와 단독주택 미장으로 내려간다. 물론 일당도 내려간다. 노임이 내려가는 대신 일의 강도 또한 많이 내려간다. 아파트 미장하던 일에 비하면 설렁설렁하는 정도란다. 이런 일은 대개 현역에서 은퇴한 60대 이상의 미장이가 맡는다.


미장 실습은 2017년 6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1년 4개월 정도 무급으로 주말마다 따라다니다 그만두었다. 일주일에 한 번 해서는 몸만 피곤하고 기능이 생각만큼 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친구를 계속 따라다니는 것 또한 민폐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벽 미장과 달리 바닥 미장은 보조가 필요 없다. 모르타르 반죽을 기계로 펌핑해서 뿌려주면 까치발과 오리발을 신고 들어가 밀고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보조가 같이 들어가서 할 일이 없다. 거치적거리기만 한다.


미장일을 하는 친구를 아직 가끔 만난다. 그동안 같이 일했던 기계 사장이 몇 개월 전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일거리가 줄었다고 한다. 또 15년 이상 같이 일 해온 동료들 간에 불화가 생겨 분위기가 냉랭하다고 한다. 다 돈 배분 때문에 생긴 문제다. 내일 모레면 우리는 60이다. 하지만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아직 현업에서 뛰고 있다. 대견하다. 친구가 건강을 지키며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계속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에 글에서는 지게차, 굴삭기 등 중장비 면허를 딴 일, 그리고 대형버스 운전기사 경험에 대해 써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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