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와 타일 작업으로 먹고 살려면 유념해야 하는 것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도배와 타일 작업으로 먹고 살려면 유념해야 하는 것들

글 : 버들치 / 작가 2023-05-03

지난 글에서는 퇴직을 5년 앞두고 동부기술교육원에 입학해 기술을 배운 이야기를 다루었다. (지난 글 보기 클릭) 그런데 동부 기술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나는 이미 기능을 배우기 시작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배운 기능은 바로 도배였다. 2016년 1월에 도배 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구에 소재한 학원을 다녔는데 쓰러져가는 건물에 한 번 놀랐고 화장실의 협소함과 불결함에 두 번 놀랐다. 국비 지원을 받아 무료로 배우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라 그런지 시설투자에 극도로 부정적이지 않았나 싶다. 학비가 무료라 시설이 후지더라도 어차피 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학원장은 생각했을 것이다. 학원장의 생각이 합리적인 건지 아니면 장사 속인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둘 다가 아닌가 싶다. 이런 경험은 몇 군데 국비지원 학원에서도 똑같았다. 국가가 모든 걸 다 해주면 서비스의 수준은 계속 내리막길을 가게 된다. 그리고 정작 혜택을 받는 학생들도 그리 고마워하지 않는다.


도배학원을 좀 다니다 서울동부기술교육원에 입학하면서 그만뒀다. 끝까지 수료하지는 못했지만 특별히 더 배울 기술도 없어 아쉬움은 없었다. 그러나 경험이 없다 보니 어디 가서 도배학원을 다녔노라고 떳떳이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경험을 쌓으려고 세준 집을 아내와 함께 도배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내에게 미안한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나도 아내도 당연히 그래야 되는 것으로 알고 도배하고 장판도 깔았다.




인맥이 중요한 도배, 팀워크가 중요해

도배는 특별한 조건이 필요 없고 또 누구나 조금만 연습하면 어느 정도의 실력을 확보할 수 있다. 큰 진입장벽이 없다. 공인된 도배 자격증은 있지만 도배 일을 하기 위해서 도배 자격증을 요구하는 곳은 없다. 그러다 보니 다른 기능에 비해 돈벌이 면에서는 뒤처진다. 모든 기능이 그렇지만 도배 일 또한 일거리가 꾸준하지 않기 때문에 안정된 생활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는 생활비 정도를 번다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도배 기능을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일거리를 찾는 것이 문제다. 일거리가 대부분 인적 네트워크에 의해 주어지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인맥이 중요하다. 일거리에 따라 최소 2명에서 5명 정도의 팀으로 이루어지므로 마음에 맞는 팀과 사람을 찾아야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 그래서 부부가 같이 일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 일이든 일을 좀 하다 보면 일을 좀 잘하고 못하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개인 간의 숙련도 차이는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평균에 수렴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마음에 맞는 사람과 인연을 맺긴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개개인의 성격과 기질이다. 가시와 송곳 같은 사람이 있으면 조직이 와해되는 건 시간문제다.



“기능은 배우는 게 아니라 훔치는 겁니다”

동부기술교육원에서 가장 흥미를 느꼈던 순간은 건물보수과에서 조적, 미장, 타일에 대해 배울 때였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일을 배워보고자 먼저 타일 전문 학원에 가보았다. 2018년 3월에 일산 덕양구 소재 타일 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학원에서는 모르타르를 이용한 떠붙임 공법을 주로 배웠다.

타일을 배워 해외로 진출하는 사람도 있다. 해외 취업 이민을 가기 위해선 자격증이 필요하다. 학원에 다닐 때 조선족 타일공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을 찾아와 연습하는 걸 옆에서 지켜봤다. 한국에 들어와 10년간 조공(기능공의 보조)을 하며 기능을 배웠다고 했다. 자식들 공부를 위해 호주로 이민 가기 위해 자격증을 따러 왔다고 한다. 연습하는 걸 보니 거의 달인의 솜씨였다. 타일이 벽에 척척 달라붙는다. 한 치의 오차도 한순간의 가쁜 호흡도 허용치 않았다. 모든 게 완벽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포정의 솜씨는 보는 듯했다. 기능이 익으면 저렇게 예술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도배 일을 하며 타일을 배우던 젊은 친구도 있었다. 도배보다는 타일이 단가도 세고 장래성이 있을 것 같아 진로를 바꾸고 싶어 왔다고 했다. 그 젊은이가 한 말이 아직도 귀가에 생생하다. "기능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훔치는 것입니다." 그렇더라. 나중에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닌 노하우도 순순히 가르쳐주지 않는다. 다들 경쟁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능은 스스로 깨치거나 훔쳐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무급으로 따라다니며 배웠던 타일, 왜 포기했는가

타일 기능은 현장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나로서는 경험을 쌓기 위한 방법이 마땅히 없었다. 궁리 끝에 일면식도 없는 타일 사장님께 부탁하여 무급으로 따라다닐 테니 써달라고 부탁했다. 무급으로 들어와 허드렛일이라도 하겠다고 하니 안 쓸 이유가 없다. 그렇게 토요일과 일요일 2개월 정도 따라다녔다. 사장님이 "타일을 하면 밥은 먹고살아요"라고 했다. 아마도 월 4백 이상은 가져간다는 뜻일 것이다.(2018년 기준)

타일 현장은 혼돈 그 자체였다. 공사현장은 좁고 더럽고 힘들다. 모든 인테리어 공사가 컨베이어 벨트처럼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다른 작업 팀들과 공간을 같이 쓰다 보면 동선이 뒤엉키고 다른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타일과 시멘트 재료를 계단을 통해 올리고 내려야 한다. 특히 작업 현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의 양 또한 생각보다 엄청 많다. 모르타르를 만들 때와 타일을 재단할 때 그리고 타일을 철거할 때의 먼지는 마스크를 쓴다고 완전히 걸러지지 않는다. 좁고 밀폐된 작업 공간에서 누군가 담배를 피우면 나 같은 비흡연자는 정말 괴롭다. 그래서 타일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먼지와 불결한 작업환경 그리고 담배 때문이다.

타일을 포기하고 이번엔 미장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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