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제안하는 노후소득 관리법
글 : 정나라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선임연구원 2020-08-18
199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샤프 스탠퍼드대 교수의 최근 관심사는 바로 은퇴자산 관리 분야다. 그의 개인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면 가장 큰 메뉴에 '은퇴소득 분석(Retirement Income Analysis)'란이 자리 잡고 있는데, 여기서 특히 눈여겨볼 만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하나 있다. 바로 '락박스' 전략이다. 락박스 전략의 핵심은 은퇴 1년 차에 쓸 돈, 2년 차에 쓸 돈, 3년 차에 쓸 돈을 다 하나하나 락박스에 나누어 담아, 제각각 운용하자는 것이다. 자금을 언제 쓸지에 따라 자금의 운용 기간이 달라지고, 목표수익률과 운용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은퇴를 위한 '5가지 버킷 전략'에도 락박스 전략과 비슷한 아이디어가 들어 있다. 앞서 소개했던 '유동성 자금 버킷(2번)'은 단기 투자자금, '안정성장 버킷(3번)'은 중기 투자자금에 대한 운용이었다면 '장기성장 버킷(4번)'은 보다 장기적으로 운용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자금이다. 즉, 버킷별로 활용 시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에 따라 운용 방향도 달라지게 된다.
장기성장 버킷은 적어도 몇 년 이상, 길게는 수십 년간의 장기적 은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금이다.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해 자산을 장기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주된 목표다. 일반적으로 단기 유동성이 높은 자산은 그에 대한 대가로 보상이 낮아지게 된다. 반대로 장기성장 버킷처럼 단기 유동성이 필요하지 않은 자산은, 장기투자와 함께 더 높은 보상을 추구할 수 있다.
자산을 장기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운용의 전략(strategy)과 전술(tactics)을 적절하게 조합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에서 열세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해류 등을 활용해 '결정적인 시간과 장소에서 상대적인 우세를 만든 것'은 전략의 영역이다. 구체적으로 '철갑선을 전투에 투입하고 학익진을 친 것'은 전술의 영역이다. 장기성장 버킷을 운용할 때도 마찬가지로 장기적 전략과 상황에 맞는 전술이 둘 다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략적 측면에서는 장기 목표 수익률과 전반적인 자산운용 방침을 정해두되, 전술적으로는 포트폴리오에 들어있는 자산을 꾸준히 점검하고 교체하는 식이다.
장기성장 버킷에 담아둔 자산은 노후 후반기의 생활자금으로 활용하거나, 다음 세대에 상속하기 위한 자산으로 남겨둘 수 있다. 미국인의 평균수명이 78.6세임을감안하면, 60세 은퇴를 기준으로 자산 운용 기간이 최대 20년 이상이 될 수 있다. 즉 장기성장 버킷에서 자산을 운용하다가 70세 이후에 찾아 쓸 수 있다. 상속자산의 경우, 자신의 기대수명을 고려하여 운용 기간을 상정하고 운용하는 것이 좋다.
출처: 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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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