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에 도입된 AI, 소비자들의 선택을 좌우할까?
글 : 이지희 /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2026-07-13
2025년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 대형 건설사와 금융, 보험 자본이 실버타운 산업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리고 그 경쟁의 새로운 무기로 떠오른 것이 바로 ‘AI’다. 비싼 보증금, 화려한 건물, 다양한 프로그램에 이어 이제는 ‘우리 시설에는 AI가 있다’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실버타운에 도입된 AI는 과연 소비자들의 선택을 좌우하게 될까?
비상벨과 CCTV의 한계를 넘어서
그동안 실버타운의 안전 관리는 비상벨, 재실 센서, 그리고 일반 CCTV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이 방식들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비상벨은 직접 눌러야 작동하기 때문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열감지 방식의 재실 센서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만 파악할 뿐이고, 오작동도 잦다. 일반 CCTV는 사람이 24시간 화면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사고가 난 순간을 즉시 알아챌 방법이 없다.
최근 등장한 AI 솔루션은 바로 이 사각지대를 메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비접촉식 앰비언트 센서가 어르신의 위치, 활동, 수면 상태는 물론 호흡과 심박까지 24시간 파악하고 평소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평소와 다른 변화를 감지한다. 예를 들어 수면 중 일정 시간 이상 심박이 잡히지 않으면 즉시 응급 알림을 보내고, 야간 화장실 사용 빈도가 갑자기 늘면 건강 변화 가능성을 알린다. 공용 공간의 AI CCTV는 영상을 스스로 분석해 어르신이 쓰러지거나 치매 어르신이 위험 구역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운영자에게 통보한다. 기존 방식과 AI 솔루션의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은 이미 ‘운영 효율’로 접근하고 있다.
AI와 센서를 활용한 돌봄은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에서 한발 앞서 자리 잡았다. 다만 일본의 접근법은 우리와 결이 조금 다르다. 일본은 이 기술을 ‘마케팅 포인트’가 아니라 ‘인력난 해법’이자 ‘운영 효율의 도구’로 받아들였다.
일본의 개호 현장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2024년 발표한 제9기 개호보험사업계획 기반 추계에 따르면, 2040년에는 개호인력을 약 57만 명 추가로 확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서 일본은 침대 밑 센서로 호흡, 심박, 수면을 분석하는 시스템, 카메라 영상을 실루엣으로 바꿔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자세변화를 감지하는 센서 등을 폭넓게 도입했다. 見守り(지켜보기) 기기를 도입한 시설들에서는 직원이 일일이 방을 방문하지 않고도 이용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야간 순회 부담이 줄고, 그만큼 직원이 다른 케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현장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일본 정부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생노동성은 특별양호노인홈 등의 야간 근무에 대해 개호 서비스의 질 향상과 업무 효율화를 추진한다는 관점에서 見守り(지켜보기) 기기 같은 테크놀로지의 활용을 ‘안전 체제 확보’ 등을 요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지역의료개호종합확보기금을 통해 개호 로봇과 見守り(지켜보기)센서, 통신 환경 정비 등의 도입 비용을 보조한다. 기술을 도입하라고 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입할 수 있는 환경과 유인을 함께 설계한 것이다. 우리나라 실버타운이 대부분 자체 비용으로 시스템을 개별 구입해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AI는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할까?
그렇다면 실버타운의 AI는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할까? 필자의 생각은 ‘좌우하는 요소가 되겠지만 결정적 기준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대되는 점은 분명하다. AI는 사람이 24시간 지킬 수 없는 사각지대를 메우고, 사고가 난 뒤가 아니라 그 전에 개입할 여지를 만든다. 야간이나 소수 인력 체제에서 특히 그렇다. 무엇보다 단순 모니터링을 기계에 맡김으로써 직원들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정서적 교류와 케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필자가 예전 로봇을 다룬 칼럼(확인하기)에서 로봇의 확대가 오히려 진정한 휴먼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고 썼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보호자 입장에서도 멀리 떨어져 사는 자녀에게 부모님의 상태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는 점은 큰 안심이 된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첫째, 비용이다. 센서와 AI 시스템을 갖추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보조금 제도가 있는 일본에서조차 소규모 시설에는 초기 투자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부 지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비용이 고스란히 입주자의 생활비로 전가될 수 있다. ‘AI 프리미엄’이 또 다른 비용 장벽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둘째,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요양보호사의 상당수가 50~60대인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현장 직원이 다루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셋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AI가 보내는 알림에 누가 어떻게 응답하는가 이다. 수면 중 심박 미감지 알림이 울려도 즉시 현장에 달려갈 사람이 없다면, 그 알림은 기록으로만 남을 뿐이다.
결국 AI는 운영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도구다. 센서가 데이터를 모아도 그 데이터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프라이버시 문제 역시 가볍지 않다. 24시간 나의 호흡과 심박, 화장실 사용 빈도까지 기록된다는 것을 모든 입주자가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은 거들 뿐,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AI는 그 자체로 좋은 실버타운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AI는 좋은 운영을 거들 뿐이다. AI를 도입했다는 홍보 문구 자체에 현혹되기보다, 그 AI가 실제로 어떤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에 누가 어떻게 응답하며, 추가 비용은 얼마이고, 내 프라이버시는 어떻게 보호되는지를 따져 물어야 한다.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 위에서 사람이 만들어 내는 돌봄의 질이 결국 한 시설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실버타운에 도입되는 AI는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하나의 요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선택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끝까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곳에 어떤 AI가 있는가’가 아니라, ‘이곳의 사람들이 그 AI를 가지고 어떤 돌봄을 만들어 내는가’일 것이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지만, 노인주거복지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결국은 사람이다.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일본 오카야마현립대학원에서 보건복지학 박사 취득 하였다. 현재 수원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겸임교수,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강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전국의 대표적인 시니어타운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의 사무국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