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의 장수비결 중 하나는 작은 키에 있었다
글 : 정지천 /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 2017-05-24
중국공산당의 혁명 1세대로서 모택동 주석에 이어 대륙을 통치한 등소평(鄧小平, 1,904~1,997)은 파란만장한 혁명가의 삶을 살았고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 속에서 마치 낭떠러지를 외줄로 오르는 듯한 삶을 살았지만 94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했다.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위인 중 보기 드문 경우인데, 사실 등소평이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건강을 지켰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순탄치 못한 삶을 산 오뚝이 인생
등소평은 16세가 되던 해인 1,918년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칼 마르크스를 알게 되었고, 파리에서 공산주의 운동에 참여한 뒤에 모스크바에 가서 공부하다 귀국했다. 1,927년부터 공산당 지하운동에 참여하였고 모택동을 지지하면서 대장정에 동참했는데, 세 차례에 걸쳐 실각과 복권을 거듭하면서 인생의 부침과 고뇌를 제대로 느꼈다. 1,967년 실각했다가 1,973년에 복귀했고, 1,976년 모택동 사후 문화혁명 때 다시 추방되었다가 1,977년에 복귀했기에 ‘오뚝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것이다. 그가 최고 권력자가 된 것은 1,980년이었는데, 당시 나이가 무려 77세였다.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중국 경제를 일으켜 세웠기에 당, 군, 각 종족 인민에게 가장 숭배를 받는 탁월한 지도자로 평가되고 있다. 등소평의 장수는 과학적인 양생법(養生法)을 잘 지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장수하는데 한 몫을 한 신체조건
등소평의 장수에는 키가 150cm 정도에 불과했던 신체 조건이 한 몫 했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 키가 5cm 커지면 피부 면적이 10%, 체중이 16%, 혈압이 10% 증가되고 심장의 부담도 커진다는 연구가 있다. 그래서 키가 작은 사람이 큰 사람보다 오래 사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1,993년 중국의 100세 이상 장수자 중에 절반 이상이 150cm 미만의 키에 40kg 안팎의 체중을 가진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키가 작은 사람일수록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하와이 의과대학의 노인의학전문의 브래들리 윌콕스 박사가 하와이 거주 일본계 주민 8,006명을 대상으로 1,965년부터 거의 50년에 걸쳐 진행한 조사 분석 결과로 밝혀졌다. 이들을 신장 기준으로 157cm 이하와 162cm 이상의 두 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157cm 이하 그룹의 수명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키가 클수록 수명은 짧은 경향을 보였다.
유전자 분석에서는 키가 작은 사람이 수명 관련 FOXO-3 유전자의 변이형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 때문에 성장 초기에 체구는 다른 사람보다 작고 수명은 길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키가 작은 사람들은 혈중 인슐린 수치와 암 발생률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하와이는 미국에서 주민들의 평균수명이 가장 길고 또 주민들이 오랫동안 거주하기 때문에 이처럼 장기간의 조사가 가능했다고 한다. 조사 대상자 중 약 1,200명은 90~100세까지 살았고, 이 중 250명은 아직 살아있다고 한다. 키가 큰 사람은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고, 키가 작은 사람은 자신감을 가지고 매사에 임하면 되겠다.
평생 일에 파묻혀 살았지만 망중한을 즐기다
공자(孔子)가 평생을 쉴 새 없이 몸과 마음을 써서 노력한 바람에 장수했듯이 등소평도 직책상 날마다 각종 일을 처리해야만 했기에 장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그러나 그 바쁜 중에도 틈을 내어 여러 가지 운동과 취미활동을 즐겼다. 스스로 말하기를 “일은 효율이 중요하니 나는 최소한으로만 일할 뿐이다. 너무 많은 일을 하려 들지 않고 모든 근심 걱정을 떨치고, 매사에 지나치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다. 나는 일을 할 수 있는 한 적게 하려고 하며 일이 발생하면 다른 사람을 보내어 처리하게 하니 이는 좀 더 살려고 하기 위함이다. 내 소원은 1,997년까지 사는 것이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1,997년에 사망했다. 그의 철학 이론은 “유소불위재능소위(有所不爲才能所爲)”인데, 하지 않는 바가 있음으로써 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다.

정지천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91년부터 동국대 한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국대 서울 동국한방병원장, 서울 강남한방병원장, 동국대 의료원 부의료원장 겸 일산한방병원장 등을 역임하였고, 2017년 7월에 대통령 한방의료 자문의로 위촉되었다. 저서로는 ‘명문가의 장수비결’, ‘음식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질병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이 있다. KBS, MBC, SBS, EBS 등 다수의 방송 건강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