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의 씨앗에 ‘자(子)’를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오자 외에 호마자(검은깨), 구자(부추와 부추 씨) 등도 있다. 아무튼 이런 ‘자’들은 일반적으로 남성의 정기를 강화하는 약성(藥性)을 지니고 다고 생각해도 좋다.
오자 가운데 오미자(五味子)는 유둣날(음력 6월 15일) 절식(節食)인 유두면을 만들 때 다섯가지 색깔을 내는 식재료 가운데 하나이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 등 다섯 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오미자이다. 다섯 가지 맛 중에서 더위에 지친 입맛을 되살려주는 신맛이 가장 강하다. 신맛은 입에 침이 돌게 하므로 입이 자주 마르는 노인에게 유용하다.
오미자는 색깔이 붉을수록 상품(上品)
오미자는 씨보다 열매를 주로 이용하는데 열매의 색이 붉다. 붉은 색을 띠게 하는 것은 껍질성분인 안토시아닌이다. 포도, 흑미, 검은깨, 블루베리 등 블랙 푸드의 대표 웰빙 성분인 안토시아닌은 검붉은 색소성분이자 각종 성인병과 노화의주 범인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抗酸化) 성분이다.
열매를 물에 담가두면 붉은 색이 우러난다. 대개 하루 전날 깨끗이 씻은 오미자를 찬물에 담가 우린 뒤 면으로 된 보에 걸러 그 물을 마신다. 끓이거나 더운 물에 우려내면 쓴맛, 떫은맛이 나므로 찬물에 넣어 천천히 우려내는 것이 좋다. 오미자 국물의 맛과 빛깔은 우려낸 시간에 따라 달라지므로 덤으로 ‘기다림의 미학’까지 배울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오미자 우린 물은 각종 과일 화채의 기본 재료로 요긴하게 쓰인다.
오미자는 약차(藥)인 생맥산(生脈散)에도 들어간다. 맥문동, 인삼, 오미자 등 세 약재를 섞어 만든 생맥산은 기(氣)가 부족해 저절로 땀이 나고 열 때문에 체액이 소모돼 갈증이 날때 유익한 음료이다.
오미자는 열매의 붉은 색이 선명한 것이 상품(上品)이다.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동의보감>은 ‘오미자가 허(虛)한 것을 보(補)하고 장(腸)을 튼튼하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남자의 정(精)을 돕는다’고 칭송했다. 한방에서는 전립선 질환이 있는 남성에게 오미자, 복분자, 삼지구엽초를 함께 가루 낸 뒤 꿀과 섞어 만든 알약을 처방한다. 입이 자주 마르고 갈증을 느끼는 당뇨병 환자에게도 유익하다고 여긴다.
흰머리도 검게 하는 복분자
복분자(覆盆子)는 가지에 열매(子)가 매달린 모양이 마치 그릇(盆)을 뒤집어 놓은(覆) 것 같다고고 하여 붙은 명칭이다. 복분자를 산딸기의 한방 이름으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껍질 색깔이 산 딸기보다 훨씬 검붉다. 산딸기의 영문명이 라스베리(Raspberry)라면 복분자는 블랙라스베리(Black Raspberry)이다.
민간에서 복분자의 ‘분(그릇)’은 요강이다. 기력이 약한 노인이 복분자를 먹으면 소변 줄기가 세져 요강이 엎어진다는 것이다. 한방에서도 복분자는 생식기 문제 해결사이다. 조루, 정력감퇴, 발기부전 등 양기 부족 증상을 보이는 남성과 불감증, 불임을 호소하는 여성에게 주로 처방한다.
<동의보감>에는 ‘복분자는 남자의 정력이 모자라고, 여자가 임신되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고 기술돼 있다. 생식기를 지배하는 신장의 기운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실험용 쥐에 복분자를 5주간 투여했더니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양이 16배 증가했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복분자의 어떤 성분이 생식기능 개선에 기여하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민간요법에서 복분자는 흰머리 개선제로도 이용된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지 않도록 하고, 백발을 검게 만드는데 유용하다고 봐서다. 흰머리 때문에 고민이라면 복분자 100g을 물 1ℓ에 넣어 달인 뒤 잠들기 전에 이 물로 머리를 감거나 즙을 짜서 두피에 보름에서 한 달간 바르는 것도 시도해보자.
복분자의 대표 건강성분은 유해산소를 없애는 안토시아닌이다. 검은색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은 색이 짙을수록 더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나타낸다. 암, 당뇨병, 치매, 고혈압 등 성인병을 예방하고 노화를 억제하며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데 복분자가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안토시아닌의 존재 덕분이다.
복분자는 혈당 조절에도 유익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연구진이 당뇨병에 걸린 쥐에 ‘복분자 추출물과 전분’을 제공해봤다. 이 결과 전분만 먹인 쥐에 비해 식후 혈당변화가 50%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분자가 당질(탄수화물)의 소화를 늦춘 덕분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추론이다. 식사할 때 복분자를 함께 섭취하면 위암, 위궤양의 원인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균을 죽이는데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국내에서 나왔다.
건강을 위해 복분자를 이용한다면 덜 익은 열매를 잘 말린 뒤 가루 내어 환약으로 만들어 먹거나 그냥 가루(두 숟가락)를 끓인 물(한잔)에 타서 차처럼 마시는 것이 요령이다. 잘 익은 생과를 우유와 함께 믹서에 갈아 주스로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잘 익은 열매를 소주에 담근 뒤 2개월 가량 기다리면 향이 뛰어난 복분자술이 만들어진다. 복분자술은 장어를 먹을 때 흔히 곁들인다. 산 복분자는 국산에 비해 색이 연하고 꽃받침대가 거의 없으며 독특한 향도 나지 않으므로 국산과 쉽게 구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