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을 거스르는 5대 우주기업
글 : 김인순 / 인사이트아웃 대표 2024-06-20
우주관련 산업 벤처투자자 스페이스 캐피털(Space Capital)에 따르면 2014년 이후 1,832개 스타트업에 약 2,980억 달러가 투자됐다. 스페이스 캐피털은 2023년 4분기 우주 스타트업 투자가 직전분기 대비 31% 증가했다고 밝혔다. 민간 발사체 활동과 관련 정부 계약이 늘어남과 동시에 우주 인프라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거래가 늘어나면서 투자금이 더 유입되었다는 분석이다. 스페이스 캐피털은 2023년 총 스타트업 투자액이 179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는데,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및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분야의 성장성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수 있는, 눈에 띄는 성과다.

우주산업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회사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다. 이 회사는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ByteDance)에 이어 스타트업 중 가장 기업 가치가 높은 회사다.
2023년 스페이스X는 아직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은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매출과 수익은 알기 힘들다. 다만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내부자 주식을 주당 97달러에 제공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계산해 보면 기업 가치는 1,8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스페이스X의 성장은 발사체 건수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스페이스X는 2021년 31건의 발사체를 쏘아 올렸는데, 2023년에는 발사 건수가 98번으로 증가했다. 3년 만에 3배가 된 셈이다. 2023년 스페이스X 발사 중 63건은 자체 위성인 ‘스타링크’를 궤도에 올리는 작업이었다. 그결과 스타링크를 통한 위성인터넷이 활성화되고 이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 많이 늘어났다.
스페이스X는 회수 가능한 발사체를 이용해 로켓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이를 바탕으로 위성을 싼 비용으로 우주에 보낼 수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팰콘(Falcon) 9의 경우 재사용 발사 비용은 5천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1천만 달러 이하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현재 개발 중인 7,600톤 규모의 달 착륙선 ‘스타쉽’(Starship) 로켓 발사비용 역시 일론 머스크의 말을 빌린다면 평균적으로 약 1천만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인 우주 강국 러시아 로켓의 경우 발사 비용이 팰콘 9 대비 약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위성 발사체 사업에서는 발사체 회수가 불가능했지만, 스페이스X는 발사체 재사용 기술을 통해 실질적으로 발사 비용을 이전 대비 10분의 1 정도로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 결과 우주로 위성을 보내려는 정부와 기업들이 줄을 선 상태이다.
스페이스X는 로켓 회사로 시작했지만 현재 스타링크 위성 서비스가 보다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페이스X는 2020년 스타링크 베타 버전을 내놨다. 스타링크 위성 서비스는 수천 개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배치하여 지상 수신기와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를 사용해 초단 응답 인터넷 접속을 제공한다. 스페이스X는 본래 로켓 발사체 제작과, 화성에 인류를 이주시키겠다는 원대한 목표로 유명하지만, 회사 수익을 가져오는 것은 스타링크가 될 전망이다.
우주산업 관련 비즈니스 및 정책 분석 업체인 페이로드 리서치(PayloadResearch)에 따르면 스타링크는 2023년 세계적으로 23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 대다수는 미국 고객이지만 스타링크는 해외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페이로드 리서치는 2024년 스타링크 사용자가 65% 증가해 3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스페이스X는 NASA의 핵심 발사 제공 기업이기도 하다 우주비행사를 달까지 보낼 수 있는 달 착륙선 스타쉽을 개발하기 위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현재 진행 중이다.
미국 유명 투자가인 캐시 우드(Cathie Wood)의 ARK펀드는 2023년 10월 스페이스X에 투자했다. 스페이스X의 투자자 명단은 화려하다. 구글, 퓨처 벤쳐스(Future Ventures), 밸러 에퀴티 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 세콰이어 캐피털(Sequoia Capital),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 기가펀드(Gigafund)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미래에셋이 스페이스X에 2천억원 이상을 투자한 바 있다.
블루 오리진 (Blue Origin)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경쟁하는 또 다른 우주회사는 블루 오리진(BlueOrigin)이다. 블루 오리진은 2000년 설립됐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개인자산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 오리진은 준궤도 우주 관광을 목적으로 한다. 블루 오리진이 개발한 뉴 셰퍼드(New Shepard) 로켓과 캡슐은 20번의 테스트 비행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2021년 7월에는 베이조스가 직접 타고 여행을 즐기기도 했다.
또한 블루 오리진은 아마존이 글로벌 광대역 인터넷 통신 제공을 위해 추진 중인 ‘프로젝트 카이퍼’에 사용된 ‘뉴 글렌’(New Glenn) 로켓을 제작 중이다. 뉴 글렌은 약 98미터 높이에 50톤 규모인 로켓이다. 저궤도로 위성 등을 보낼 수 있는 발사체로서 블루 오리진의 첫 번째궤도 로켓이다.
뉴 글렌은 스페이스X의 주력 제품인 팰콘 9 로켓보다 2배 많은 적재량을 우주로 보낼 수 있다. 뉴 글렌 역시 팰콘 9처럼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이다. 블루 오리진은 10년 넘게 뉴 글렌을 개발했다. 당초 2020년까지 뉴 글렌 개발을 마치겠다고 했지만 여러 차례 지연된 바 있으며 올해 연말 첫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블루 오리진은 미국 NASA와 계약을 맺고 우주정거장 개발도 하고 있다. 현재 국제 우주정거장은 기체가 낡아서 여러가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 쪽 모듈에 균열이 나타났고 공기가 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NASA는 기존 우주정거장을 대체할 수 있는 미국 주도 상용 정거장 건설 계획을 세웠다. 블루 오리진은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와 만든 조인트 벤처 ‘오비탈 리프’(Orbital Reef)를 통해 1억 7,200만 달러 계약을 따냈다.
NASA는 새로운 민간 우주정거장이 완성되면 숙소와 실험실 공간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우주 비행사를 보낼 예정이다. 상업 회사가 정거장을 소유하게 돼 우주 관광객에게도 개방될 수 있다. 블루 오리진은 오비탈 리프에 무중력의 스릴을 경험하면서 지구를 볼 수 있는 대형 창문이 있다고 밝혔다.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
1980년대 페덱스는 ‘익일 배송 보장’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크게 성장한 기업이다. 우주 분야에서 페덱스를 표방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미국의 우주기업 시에라 스페이스다. 시에라 스페이스는 화물을 90분 안에 지구 어디든 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고스트(Ghost) 우주선을 활용한 주문형 택배 서비스다.

고스트 우주선은 생존 키트와 풍선 보트, 식량, 무기 등 중요한 품목을 최단 시간 내에 빠르게 배송한다. 국가 안보 등을 위한 긴급 작전에 사용되는 서비스다. 전쟁 지역이나 외딴 지역에 있는 군인들에게 빠른 시간 내에 필요한 보급품을 전달한다. 재난 지역에 구호 물품을 공급하는 일도 가능하다.
시에라 스페이스는 고스트 우주선에 보급품을 싣고 지구 저궤도에서 최대 5년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밝혔다. 보급품 전달 명령이 떨어지면 열 차폐 장치와 착륙용 낙하산을 사용해 대기권에 진입한다. 시에라 스페이스는 2024년 2월 1일 플로리다 우주센터에서 낙하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시에라 스페이스는 2021년 시리즈A라운드에서 14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2023년에는 일본 투자자가 주도하는 시리즈B 라운드에서 2억9천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일본 최대은행 MUFG, 손해보험사 토키오 마린 & 니치도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시에라 스페이스의 기업 가치는 53억 달러에 달한다.
시에라 스페이스는 드림 체이서(DreamChaser)라는 우주선으로 유명하다. 드림 체이서는 우주 화물선으로 지구와 우주정거장을 오가며 보급품과 실험 장비를 운반한다. 블루 오리진과 함께 상업용 우주정거장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2006년에 설립된 미국의 로켓 랩(Rocket Lab)은 발사 서비스, 위성 제조, 우주선 구성 요소 및 궤도 관리 등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본사를 둔 로켓 랩은 우주선인 일렉트론(Electron) 소형 궤도 발사체를 주력 상품으로 갖고 있다. 또한 대형 발사체 뉴트론(Neutron)을 개발 중이다.
로켓 랩의 일렉트론 발사체는 2018년 1월 첫 궤도 발사 이후 매년 두 번째로 많이 발사되는 미국 로켓이다. 이 로켓의 제조 비용은 5만 달러다. 스페이스X의 팰콘 9 로켓 크기의 4분의 1 정도이며, 높이는 56피트에 500파운드 정도다.
로켓 랩은 민간 및 공공 부문 조직을 위해 180개 이상의 위성을 궤도에 발사해 국가 안보, 과학 연구, 우주 쓰레기 작업, 지구 관찰, 기후 모니터링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로켓 랩은 뉴질랜드에 위치한 민간 궤도 발사장의 발사대 2개와 버지니아의 세 번째 발사대를 포함해 3개의 발사대를 보유하고 있다.

로켓 랩은 최근 미국 우주군 우주 시스템 사령부(United States Space Force’sSpace Systems Command)와 2개의 임무 수행을 위해 5천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로켓 랩은 또한 2024년 4월 한국 과학기술원(KAIST)의 탑재체를 실은 위성을 발사해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바 있다.
플래닛 랩스(Planet Labs)
미국의 민간 위성기업인 플래닛 랩스는 전통적인 농업과 국방 분야를 뛰어넘어, 위성 데이터 접근의 민주화를 표방하는 위성사진 데이터 분석 기업으로,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다.
플래닛 랩스는 NASA 과학자였던 크리스 보쉬우젠(Chris Boshuizen). 윌 마샬(Will Marshall), 로비 쉰들러(RobbieSchingler)가 2010년 설립한 기업이다. 이들은 작은 위성을 사용해 지구의 이미지를 찍는 데 집중했고, 이렇게 촬영된 지구 이미지를 판매했다.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기업과 정부, 연구기관 등을 대상으로 데이터와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지 속 데이터를 통해 작물의 생육 상태를 파악하거나 인프라 기반 사업을 추적·관리하고 도시 개발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농산물 기업과 정부를 포함해 고객이 500여 개에 이른다.
플래닛 랩스는 2017년 구글의 위성 이미지 사업인 ‘테라 벨라’(Terra Bella)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7개의 고해상도 위성을 확보했다. 이후 구글은 플래닛 랩스의 지분을 얻고 플래닛 랩스의 이미지를 구입해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김인순 인사이트아웃 대표
전자신문 ICT융합부 데스크 출신으로 20년간 보안 소프트웨어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재했다.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실리콘밸리 혁신기업을 취재한 ‘파괴자들 ANTI의 역습’을 집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