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했다는 느낌과 실제 학습효과의 차이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공부했다는 느낌과 실제 학습효과의 차이

글 : 박재원 / 행복한 공부연구소 소장 2018-12-11

한국 학생들의 공부 생산성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상한 공부를 하고 있다. PISA(국제 학업성취도 비교평가)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공부 효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1시간당 수학 공부의 생산성을 비교한 연구결과(2006년 PISA 결과 분석)를 보면 쉽게 드러난다. 




가까운 대만 학생들이 1시간을 공부한다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1시간 24분을 해야 비슷한 성적을 받는 것으로 확인된다. 모든 학생을 상대평가를 통해 1등부터 꼴등까지 한 줄로 세워 공부로부터 도망가지 못하도록 묶어놓고 있지만 사실은 우물 안 개구리들끼리 도토리 키 재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기 때문이리라. 대학 입시를 내세워 공부를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그렇게 강요당한 공부 때문에 굳게 뿌리내린 부정적인 태도가 공부 효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기 싫은 공부를 얼마나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공부시간은 길지만 실력 향상에 실제 도움이 되는 '유효'한 시간은 짧고 '무효'한 시간은 긴 공부, 결국 장시간 저질 공부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판단된다.  


강의와 공부 효율성


무효한 공부의 원인을 동영상 강의와 관련하여 정리해보자. 동영상 강의를 활용하여 성적이 큰 폭으로 오른 학생들은 비슷한 말을 한다.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가 됐다는 생각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다음부터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한다. 열심히 공부했다는 느낌에 만족한다면 모르겠지만 성적 향상 효과를 기대한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동영상 강의를 활용하여 수능 대비를 하는 경우에 특히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남이 하는 것을 보고 이해할 때 사용하는 두뇌 부위와 자신이 직접 그 일을 할 때 활용하는 두뇌 부위는 다르다는 사실을 두뇌 스캔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복잡한 두뇌 관련 용어는 생략하고 기억의 종류로 설명하는 것이 쉽겠다. 공부를 하는 목적은 우선 기억을 얻기 위함이다. 모르는 것을 배우고 익혀서 기억을 만들어야 그 기억을 활용해서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래서 기억 만들기에 실패한 공부는 사실 고생만 했을 뿐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정말 자신이 의도한 기억이냐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비유컨대 뱃살을 빼려고 운동을 했는데 허벅지만 굵어지는 경우라고나 할까. 사람의 기억은 의미 기억과 방법 기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혼자서 공부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스타 강사의 강의를 들으면 시간이 금방 간다. 그만큼 강의 흡입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의에 빠져 있는 시간 동안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많은 것을 알 게 되었지만 그것이 개념이나 지식에 그치고 사고력이나 문제해결능력 향상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 ‘무효’가 되는 것이다. 박지성이 출전하는 프리미어 리그 중계방송을 보면서 매우 만족해했지만 구경만 하고 실제 연습을 하지 않았다면, 또한 중계방송에서 본 것과는 상관없이 자기 멋대로 연습을 한다면 훌륭한 축구 선수로 성장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강의 중심의 공부에서 벗어나야 한다. 강의를 자기주도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열심히 공부했다는 느낌 이상의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강의를 듣기 전에 서툴지만 반드시 먼저 스스로 해봐야 한다. 문제를 보면서 나름대로 출제의도를 파악해보고 지문을 읽으면서 어떤 내용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다음에 강의를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것(개념적인 결함과 사고과정의 오류)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또한 강의를 듣고 난 다음에는 의미 기억과 방법 기억 측면에서 자신이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해야 공부의 완성도가 생기는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특히 방법 기억과 관련해서는 강사가 문제를 해석하여 출제의도를 파악하는 과정, 출제의도에 맞게 풀이과정을 설계하는 과정, 문제에 주어진 조건을 활용하여 정답에 도달하는 과정 등을 ‘이럴 경우에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정리하고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적으로 실습을 해야 한다. 


둘째, 강사를 선택할 때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공부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고 기본적인 개념 이해에도 어려움을 겪거나 절대 공부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에는 재미와 화려한 강의력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상위권 이상의 학생의 경우라면 강의의 흡입력보다는 자신의 개념(내용영역)과 사고(행동영역)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일깨워주는 강의를 선택해야 한다. 자신의 설명을 잘 듣고 따르면 된다는 식의 강의보다는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많이 제공하는 강의를 선택해야 ‘느낌’이 아니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부했다는 느낌의 중독성에 대해 경고한다. 너무나도 명쾌한 설명과 깔끔한 정리에 매료되어 중계방송 보는 것에 만족한다면, 그리고 그런 수동적인 공부가 중심을 차지한다면 대부분 실전에서 참패하게 된다. 혼자서 할 수밖에 없는 방법 기억을 만드는 실습과정이 어렵다고 느낄 때마다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스타강사의 명강의를 선택하게 되면 ‘동영상 강의 중독’이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강의를 볼 때는 이해가 되지만 실제 문제는 풀지 못하는, 그래서 답답한 나머지 다시 인강을 듣게 되고 여전히 문제해결능력은 기르지 못한 채 다시 강의를 듣지 않으면 공부가 되지 않는 답답함을 이겨내기 어려운 악순환에 대부분 빠지고 만다. 




강의를 들을 때 활용하는 머리와 수능 문제를 풀 때 활용해야 하는 두뇌 부위가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성적 향상은 개념적인 결함과 사고과정의 오류를 스스로 분석하여 해결하는 만큼만 오른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아무리 ‘불수능’이라도 사고과정의 오류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실습을 통해 행동영역을 강화한, 방법기억을 제대로 준비한 수험생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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