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노동을 대체하면, 우리는 어디에서 소득을 얻을 것인가?
글 : 조성환 /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경영학 박사 2026-08-31

얼마 전 저녁, 거실 소파에 앉아 무심코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한 대담 프로그램에 시선이 멈췄다. 화면 속에는 최근 공중파와 유튜브를 넘나들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저명한 AI 전문 가와 대학교수들이 마주 앉아 ‘인공지능이 바꿀 인류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 었다. 평소라면 과학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편리함 정도로 가볍게 넘겼을 이야기였지만, 그날 한 교 수님이 던진 한마디는 송곳처럼 가슴에 와서 박혔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AI와 고도화된 로봇이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는 시대입니다. 즉,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과 소득이 분리되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그의 설명은 명쾌하면서도 서늘했다. 기계가 노동을 담당하게 되면 인간이 땀 흘려 일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구조는 해체된다. 그렇다면 소득은 어디서 나오는가? 교수는 단호하게 덧 붙였다. 소득은 노동이 아닌, 생산 수단인 ‘자본’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집중될 가능 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방송이 끝난 후에도 어두워진 거실에 앉아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노동이 가치를 잃고, 자 본만이 소득을 창출하는 세상이라니. 그런데 이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곱씹을수록, 이것 이 비단 먼 미래를 살아갈 젊은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 구조 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은퇴자’들의 삶과 정확하게 궤를 같이하고 있었다.
은퇴, 사회적으로 ‘노동의 가치’를 상실한다는 것
냉정하게 말해, 현대 사회에서 은퇴란 단순히 직장을 그만두는 이벤트를 넘어, ‘사회적으로 노 동의 가치가 떨어지는 사람’으로 분류됨을 의미한다. 평생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아무리 뛰 어나도, 은퇴라는 선을 넘는 순간 시장에서 노년의 노동은 급격하게 저평가된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현직에서 퇴임한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동년배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단순 노무나 단기 아르바이트에 그친다. 젊은 시절 못 지않게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땀 흘려 노동을 해도, 손에 쥐어지는 소득은 한 달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육체적 한계는 찾아오고,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의 효율성은 바닥을 친다.
TV 속 교수의 말대로, 은퇴자의 세계는 이미 ‘노동과 소득이 분리된 세상’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노동만으로는 풍족한 소득을 올릴 수 없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다. 노동이 아닌 ‘자본’에 의한 소득을 창출하고, 그것으로 남은 생을 영위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평범한 은퇴자들에게, 매달 마르지 않는 소득을 가져다줄 그 거대한 ‘자본’이란 과히 무엇일까? 재벌가처럼 수백억 원의 주식을 쥐고 있거나 대형 빌딩을 소유하지 못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자본, 나는 그것이 바로 ‘연금 자산’이라고 확신한다.

은퇴자의 유일한 생산 수단, ‘연금 자산’이라는 자본
흔히 연금을 매달 받는 ‘용돈’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AI 시대의 자본가들 이 공장을 돌려 배당을 받듯, 은퇴자에게 연금은 매달 안정적인 현금 흐름(Cash Flow)을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개인적 자본’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그리고 평생 살던 집을 담보로 삼는 주택연금까지. 우리가 젊은 시절 땀 흘려 일하며 차곡차곡 묻어두었던 이 연금 자산들은, 은퇴 후 노동이 멈춘 순간부 터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는 나만의 ‘생산 공장’이 된다.
매달 통장에 정기적으로 찍히는 연금 소득은 노년의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 자본은 내가 병상에 누워있어도, 경기가 침체되어 사회가 혼란스러워도, 심지어 미래에 AI가 세 상을 지배하더라도 변함없이 약속된 날짜에 소득을 창출해 준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되는 당당함, 친구를 만나 커피 한 잔과 밥 한 끼를 기분 좋게 살 수 있는 여유, 이 모든 노년의 존엄성은 바로 ‘연금 자산’이라는 자본을 얼마나 견고하게 구축했느냐에 따라 결정 된다. 미래의 자본가들이 AI와 로봇을 소유해 부를 축적한다면, 은퇴 시대의 지혜로운 이들은 ‘다층 연금’이라는 시스템을 소유해 노후의 풍요를 누리는 셈이다.

자본가로 살 것인가, 소외자로 남을 것인가
TV 화면 속 전문가들의 토론은 미래에 대한 경고이자,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 지는 강력한 힌트였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고 자본의 힘이 비대해지는 흐름은 막을 수 없는 거대한 시대적 조류다. 그리고 그 조류의 최전선에 바로 우리 은퇴자들이 서 있다. 이제 우리는 은퇴 후에도 "무슨 일이라도 해서 입에 풀칠해야지"라는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 나야 한다. 몸을 혹사하는 노동으로 노후를 버티겠다는 생각은, 다가오는 AI 시대에 맨몸으로 기계와 싸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대신, 젊은 시절부터 혹은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내 삶의 ‘자본 구조’를 바꾸는 데 집중해야 한다. 내가 가진 자산 중 얼마만큼을 안정적인 연금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매달 고정적으로 나오는 현금의 크기를 어떻게 키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화려한 부동산의 껍데기나 당장 쓰기 힘든 묶인 돈보다, 매달 나를 위해 일해줄 ‘연금 자본’을 쥐고 있는 사람이 결국 은퇴 시대의 진정한 승자이자 자본가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가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우리가 어떤 자본을 준비했느냐에 달려있다.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은 연금 자산을 품에 안고,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여유를 누리는 ‘노년의 자본가’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조성환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경영학 박사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30여 년간 보험사, 증권사, 은행, 종금사 등 금융권 전반에서 상품 개발과 운용, 재무 컨설팅 업무를 맡아왔다. 미래에셋생명에서 16년간 임원으로 활동하며 퇴직연금 지원 및 영업을 담당하였고, 생명보험업계를 대표해 퇴직연금발전협의회 간사로 활동했다. 제도 도입 초기부터 퇴직연금의 기틀을 다지는 데 기여한 공로로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또한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 자문단으로 6년간 활동하며, 개인과 가계의 노후자산관리 방향을 제시해왔다. 주요 저서로는 『프레임을 바꿔야 자산관리에 성공한다』, 『증권사 금융상품 101% 활용법』, 『평범한 여자들의 돈 버는 비결』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