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내가 할 수 있는 일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내가 할 수 있는 일

글 : 신미화 /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 2026-07-22



소중한 사람이 언젠가 삶의 마지막을 맞이한다. 우리는 그 현실을 평소 얼마나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초고령사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연간 약 160만 명이 사망하는 ‘다사(多死)사회’가 본격화되고 있다(2025년·후생노동성 인구동태통계).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그때’가 닥칠 때까지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가족과 충분히 이야기하지 못한 채 지낸다.

병이 발견되고 남은 시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을 때, 가족은 무엇을 묻고, 무엇을 선택하며, 어떻게 곁에 있어야 할까. 아무런 준비 없이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뒤에는 ‘살아 계실 때 더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오랫동안 가족의 마음에 남기도 한다.

취재에 응하는 야스이 의사

고등학생 때 아버지를 여읜 야스이 유(安井佑) 의사는 당시 의료자와 가족 사이에 지식과 정보의 측면에서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 경험은 그를 의사의 길로 이끈 출발점이 되었다. 야스이 의사는 ‘집에서 자기답게 죽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는 이념 아래 도쿄 이타바시(東京板橋)에 ‘야마토 진료소’를 개업했고, 이후 ‘집으로 돌아가요. 병원’을 설립했다. 그는 환자와 가족을 24시간 지탱하는 팀 의료 체제를 구축해 왔다.

저서 -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당신이 할 수 있는 10가지

2026년 3월 출간된 그의 저서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당신이 할 수 있는 10가지』는 생애 말기 의료의 전문서라기보다, 가족이 후회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곁에 머물고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관계 맺기의 실용서’에 가깝다. 이번 인터뷰에서 야스이 의사는 출간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고령자가 늘고 있음에도 많은 사람은 인생의 마지막에 대해 준비하지 않습니다. 무언가가 닥친 뒤에 대응하려고 하면 판단은 절박해지고 선택의 폭은 좁아집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이른 단계에서 가볍게 읽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해 조금이라도 상상해 보기를 바랐습니다.”



삶의 끝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시작된다

치료가 어려운 병이 발견되는 순간, 본인과 가족은 종종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듯한 상태에 놓인다. 검사, 치료, 입원, 퇴원, 재입원. 눈앞의 선택에 쫓기다 보면 ‘앞으로 환자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은 뒤로 밀리기 쉽다.

그래서 야스이 의사가 가족에게 권하는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의사에게 묻는 일이다. 의사는 아무래도 다음 검사나 다음 치료에 대해 설명하기 쉽다. 그러나 가족에게는 조금 더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앞으로의 경과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병의 경과가 어떻게 됩니까’, ‘가능하다면 앞으로 3년 정도 사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까’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앞으로의 경과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면, 본인과 가족은 치료뿐 아니라 만나고 싶은 사람, 가고 싶은 장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

병원 건물과 입구


‘만지는 것’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이 된다

저서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소중한 사람의 몸을 만져본다’는 부분이다. 삶의 마지막 시기에 있는 사람은 침대에 누워 있고, 가족은 그 앞 의자에 앉는다. 의료자도 가족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환자를 ‘바라보는 쪽’에 서게 된다. 가족이라 해도 ‘만져도 되는 걸까’ 하고 망설이는 일은 적지 않다.

인터뷰 도중 야스이 의사는 “이것은 책에도 쓰지 않은 이야기입니다”라고 운을 뗀 뒤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환자분을 만지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가능하면 옆에 누워 같은 눈높이에서 허리나 어깨를 만져보세요. 옆에 나란히 누워 다리를 마사지하면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환자분의 숨결, 몸의 무게, 괴로움을 조금은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현대에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목소리와 표정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체온이나 피부의 감촉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되찾을 수 없다. 가족에게 ‘환자를 더 많이 만져줄 걸 그랬다’는 후회는 깊다. 만지는 일은 특별한 의료행위가 아니다. 통증이 있는 부위를 피하고 본인의 반응을 살피면서, 그저 곁에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전하는 행위다. 그 안에는 말보다 조용한 위로와 안심이 있다.


병이 아니라, ‘그 사람’을 만나러 간다

문병을 가면 우리는 무심코 병세부터 묻게 된다. ‘통증은 어떠세요’, ‘식사는 하세요’, ‘치료는 어떻게 됐나요’. 물론 걱정하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환자에게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은 병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야스이 의사는 병이란 그 사람의 인생에 일어난 하나의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친구라면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가족이라면 예전 추억이나 일상의 작은 일들을 이야기합니다. 그 자리에서 본인이 ‘이걸 하고 싶다’, ‘그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 남은 시간은 다시 본인의 시간이 되기 시작합니다.”


삶의 마지막 시기에 나누는 대화에 정해진 정답은 없다. 지나치게 격려할 필요도, 심각한 이야기만 이어갈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병이 아닌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일이다. 병명 이전에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이 있고, 오래된 습관이 있으며, 가족만이 아는 추억이 있다. 인생의 마지막에 필요한 것은 병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환자가 자신이 살아온 삶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대화다.



짧더라도, 함께하는 방식을 설계한다

멀리 떨어져 사는 자녀에게 부모의 삶의 마지막 시기에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는 쉽지 않은 문제다. 일, 육아, 생활의 기반을 모두 내려놓고 달려가는 것이 반드시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행복한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마음만 남은 채 시간이 흘러가고, 환자가 세상을 떠난 뒤 깊은 후회가 남는 일도 피하고 싶다.

야스이 의사는 이때 필요한 것이 ‘자기 나름대로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병의 초기 단계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이 한순간에 세상을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짧게라도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순간 한순간이 중요합니다. 육아와 마찬가지로 임종 돌봄 역시 긴 시간을 한꺼번에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만남과 관계를 하나씩 쌓아가는 것입니다.”


야스이 의사는 미국에 거주하는 마리코 씨(50대)의 사례를 들었다. 어머니에게 병이 발견되었고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말을 들은 마리코 씨는 직장에서 휴가를 낼 수 있는 2주만이라도 어머니와 마주하기 위해 일본으로 귀국했다. 이후에도 일본과 미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친정집에서 어머니를 돌보았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그녀는 “어머니와 마지막까지 시간을 보내는 일을 포기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함께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소중한 사람의 마지막 시간을 곁에서 지킬 수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다.

자유롭게 일하거나 소통할 수 있는 오피스 공간


‘집’으로 돌아오면, 삶의 주도권도 돌아온다

야스이 의사의 말 가운데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일단 병이 생기면, 삶의 중심이 병을 치료하는 일로 옮겨갑니다. 그러나 본래 중요한 것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라는 지적이다. 병원은 생명을 지키는 곳이며 급성기 치료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장소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은 치료 성적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다.
야스이 의사는 미용실을 운영하던 70대 여성의 사례를 들려주었다. 폐렴으로 입원했고 여러 합병증이 겹친 그 여성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돌아가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남편은 고민 끝에 ‘야마토 진료소’의 재택의료팀 지원을 받아 집에서 지내는 선택을 했다.

그 집은 2층 건물로, 1층은 미용실이었다. 의료용 침대를 놓을 충분한 공간은 없었다. 그래서 미용실에 침대를 놓고, 영업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문을 열어두었다. 마지막 두 달 동안 이웃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며 말을 걸고 얼굴을 비추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 남편은 야스이 의사에게 “집으로 돌아오기를 선택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곳에 있었던 것은 특별한 의료 설비가 아니었다. 본인이 살아온 장소, 쌓아온 인간관계, 그리고 익숙한 일상의 온기였다.

물론 모든 사람이 마지막까지 집에서 지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사정, 의료적 관리, 주거 환경의 문제도 있다. 그래도 ‘일정 기간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마련한다’는 생각은 가족의 후회를 줄이는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며칠이라도, 몇 주라도, 본인이 당연한 듯 살아온 장소로 돌아갈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삶의 주도권도 돌아온다. 병원의 침대에서는 환자였던 사람이, 집에서는 다시 아버지로, 어머니로, 남편으로, 아내로, 그리고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한국의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마지막 시간’의 대화

지난번 야스이 의사의 활동을 한국 미디어에 소개한 뒤, 한국 방송사의 취재와 한국 대학 관계자들의 병원 견학 등 한일 간 새로운 연결이 생겨났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재택의료, 지역사회 통합돌봄, 삶의 마지막 시기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한편 야스이 의사는 일본에도 한국에도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일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본다. 특히 한국에는 유교적 가족관이 있어 부모의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한국 사회에는 경쟁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어느 병원이 좋은지, 어느 의사의 치료가 뛰어난지, 어떤 선택이 더 나은 선택인지 따지기 쉽습니다. 물론 좋은 의료를 찾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80세를 넘으면 많은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병과 함께 살아가고, 병과 함께 인생을 마무리합니다. 그때는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인지를 따지는 것보다, ‘그 사람에게 소중한 마지막 시간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노후 준비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연금, 저축, 보험, 간병비 같은 숫자의 이야기부터 떠올린다. 물론 그것들은 반드시 필요한 준비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 장에 가까워졌을 때 가족을 지탱하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어디에서 지내고 싶은가. 누구를 만나고 싶은가. 어떤 치료를 원하고, 어떤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은가. 그런 질문을 건강할 때부터 조금씩 말로 표현해 두는 일도 노후 준비의 중요한 일부다.

강연 중인 야스이 씨


소중한 사람의 마지막은, 나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야스이 의사의 말은 생애 말기 의료에 관한 이야기이면서도, 사실 우리 자신의 노후 준비와도 맞닿아 있다. 소중한 사람을 어떻게 떠나보낼지 생각하는 일은, 내가 어떻게 늙고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일이기도 하다.

손을 잡고 몸을 만져보는 것. 앞으로의 경과를 묻는 것. 병이 아닌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 짧더라도 곁에 함께하는 것. 가능하다면 일정 기간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만드는 것. 어느 것도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작은 시간의 축적이 본인에게는 ‘나는 여전히 내 삶을 살고 있다’는 감각을, 가족에게는 ‘할 수 있는 일은 했다’는 조용한 버팀목을 남겨준다.

초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죽음을 멀리 밀어내는 일이 아니다.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에도 마지막까지 그 삶이 본인의 것으로 남을 수 있도록 돕는 지혜다.

야스이 의사는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자신, 혹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삶의 마지막에 대해 함께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인생의 마지막 장에서 병을 고칠 수는 없더라도, 좋은 시간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그 말은 임종 돌봄을 특별한 가족만의 문제로 두지 않고, 누구나 언젠가 마주하게 될 삶의 주제로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노후 준비의 본질은 오래 살기 위한 대비만이 아니다. 마지막까지 자기답게 살아가기 위해 누구와, 어디에서, 어떤 시간을 가질 것인지를 생각해 두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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