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로봇, 외로운 노후 달래는 새 동반자 되다
글 : 이경원 / 텍사스 주립대학 교수 2026-07-20

전 세계가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많은 노인이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배우자의 사별, 신체 기능 저하, 은퇴 이후 사회적 역할 감소 등은 노년기의 고립감을 더욱 심화시킨다. 미국의 경우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독립을 하고, 대학·직장·결혼 등의 이유로 다른 주에 거주하게 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자녀와의 거리가 노년기의 고립이나 외로움을 키우기도 한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노인들의 사적 연결을 돕기 위해 주로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활용한 문자메시지, 영상통화, 또는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교류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서 단순한 온라인 소통을 넘어 노인과 직접 대화하고, 감정을 교류하며, 정서적 안정감까지 제공하는 기술을 가진 로봇들이 등장하고 있다.
근래 들어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인간을 더욱 고립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AI 기술을 이용해 노인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을 지원하는 등 AI 기술은 새로운 돌봄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의 AI 기반 대화형 시스템은 노인의 사회적 고립 완화에 중요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혼자 생활하는 노인에게 이러한 상호작용은 단순한 정보 제공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많은 노인이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느낌” 자체에서 정서적 위안을 경험한다고 보고한다.
예컨대 음성 기반 AI 스피커나 대화형 AI 시스템은 노인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하루 일과를 묻거나,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고, 음악을 틀어주며, 날씨나 뉴스도 설명해 준다. 일부 시스템은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분석해 우울감이나 외로움의 신호를 감지하기도 하고,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추억 대화를 유도하거나, 손주 이름을 기억하고 관련 이야기를 이어가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자동응답 수준을 넘어 개인 맞춤형, 관계성, 정서적 연결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AI 기술은 특히 이동이 제한되거나 사회적 활동 참여가 어려운 노인, 건강상의 이유로 거동이 불편하고 집 밖 외출이 거의 불가능한 노인에게 유용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기술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AI 기반 화상소통 시스템이나 디지털 동반자(companion technology)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사회적 교감도 가능한 돌봄형 로봇
최근 미국 뉴욕주를 중심으로 AI 기반 대화형 로봇인 엘리큐(ElliQ)가 노인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돌봄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엘리큐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노인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음악을 틀어주거나 운동·명상·약 복용 등을 제안하며, 가족과의 연결도 도와주는 AI 동반자 역할을 한다.
특히 혼자 생활하는 노인들은 엘리큐와 하루 동안 여러 차례 상호작용하며 정서적 안정감과 동반자 의식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를 이끄는 전문연구원은 AI 로봇이 인간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돌봄 인력 부족과 증가하는 노인 고립 문제 속에서 정서적 지원과 사회적 연결을 보완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사람의 형태를 띤 사회적 로봇(social robots)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과 유럽에서는 노인 돌봄 현장에서 대화형 로봇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로봇들은 얼굴 표정, 음성 반응, 간단한 몸짓 등을 통해 사람과 유사한 상호작용을 시도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사회적 로봇이 노인의 외로움 감소, 우울 증상 완화, 인지 자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기억력 저하나 초기 치매를 경험하는 노인에게는 반복적인 대화 및 정서적 안정감 제공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텍사스대학교 알링턴 캠퍼스(University of Texas at Arlington)에서도 실제로 AI와 사회적 로봇을 활용해 노인의 외로움과 돌봄 문제를 연구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사회복지학과 내의 ‘감성로봇 리빙랩(Emotional Robotics Living Lab)’은 사회적 로봇이 노인과 돌봄 환경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연구실이다.
이 연구실은 인간 중심 설계를 바탕으로 치매 노인 지원, 사회적 참여 증진 등을 목표로 다양한 사회적 로봇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페퍼(Pepper)와 나오(Nao) 같은 사회적 로봇을 활용해 셰익스피어 소네트를 함께 읽거나 대화를 나누는 활동을 통해 노인의 우울감 감소와 사회적 참여 증가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반려동물 관리 부담 덜어주는 로봇 반려동물
노인 돌봄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바로 로봇 반려동물(robotic pets)이다. 대표적으로 로봇 강아지나 로봇 고양이는 실제 동물처럼 움직이고 소리를 내며 사람의 접촉에 반응한다. 어떤 제품은 쓰다듬으면 꼬리를 흔들거나 야옹, 멍멍 소리를 내고, 이름을 부르면 반응하기도 한다.
실제로 치매 등 인지 기능 저하를 겪는 노인을 위한 전문 요양시설에서는 로봇 고양이나 로봇 강아지를 활용해 노인의 불안과 초조 행동을 감소시키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치매 노인들은 로봇 반려동물을 실제 살아 있는 동물처럼 대하며 말을 걸거나 쓰다듬고, 이를 통해 불안과 초조함이 감소하고 감정 표현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반려동물은 관리 부담이나 안전 문제로 인해 요양원과 같은 돌봄 시설에서 제한될 수 있습니다. 특히 치매 노인의 경우 실제 반려동물을 돌보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반면에 로봇 반려동물은 이러한 부담 없이 정서적 교감과 감각 자극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상호작용은 일부 노인들의 불안 감소, 미소 증가, 사회적 상호작용 향상과 관련될 수 있다. 특히 언어적 의사소통이 줄어든 치매 노인에게는 촉각적·감각적 자극 자체가 중요한 정서적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물론 AI와 로봇이 인간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가족, 친구, 지역사회와의 실제 관계는 여전히 노인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일부에서는 기술 의존 증가, 개인정보 보호, 윤리적 문제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그럼에도 AI와 로봇 기술은 앞으로 고령사회에서 노인의 외로움과 고립 문제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독거노인 증가, 돌봄 인력 부족, 치매 인구 증가와 같은 사회적 변화 속에서 기술 기반 돌봄은 점점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에는 단순한 기능 제공을 넘어, 노인의 감정과 생활 패턴을 이해하고 개인 맞춤형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더욱 정교한 AI 시스템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원 텍사스 주립대학 교수
오하이오 주립대학 에서 사회복지 박사학위를 취득 한 후 현재는 알링튼에 위치한 택사스 주립대학에서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치매노인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 평가 및 개발 그리고 사회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노인과 장애 노인들의 보다 독립적이고 안전한 삶을 위한 정책 개발 및 분석을 바탕으로 다양한 노년학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 사회공헌실과 미래에셋증권 상품개발본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