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일본 사장님들의 ‘고령화’, 10명 중 3명 '70대 이상’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멈추지 않는 일본 사장님들의 ‘고령화’, 10명 중 3명 '70대 이상’

글 : 김웅철 / 지방자치TV 대표이사, 매일경제 전 도쿄특파원 2026-06-04

일본 기업 사장님들의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초고령화는 노동 인구의 노화에 그치지 않고, 기업을 이끄는 ‘경영 사령탑’의 급격한 고령화를 야기하면서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최근 제국데이터뱅크(TDB)가 약 150만 개 기업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발표한 '2025년 전국 사장 연령 분석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 사장의 평균 연령은 60.8세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0.1세 상승한 수치로, 조사가 시작된 1990년 이후 무려 35년 연속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기록입니다.



10명 중 3명이 '70대 이상'… 고령화의 가속화


사장 연령대별 구성비


50대 이상 60대 이상 시장 비율의 흐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장 연령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간은 '60대'로 전체의 27.2%를 차지했습니다. 50세 이상 사장이 전체의 82.6%를 차지하며, 60세 이상은 처음으로 절반(52.6%)을 넘어섰습니다. 60대 비율은 전년 대비 0.7%p 상승해 최근 15년 중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고, 현재 50대 사장 중 58세가 가장 많다는 점은, 앞으로도 60대 이상 비율이 계속 늘어날 것을 예고합니다. 


주목할 점은 70대 이상 고령 사장의 비율입니다. 70대 사장은 20.4%, 80대 이상은 5.1%에 달해, 전체 기업의 약 4분의 1 이상을 70세 이상의 고령자가 이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30대 이하 사장의 비중은 2.8%에 불과해 젊은 리더의 출현이 매우 저조한 실정입니다. 30년 전인 1995년 평균 연령이 55.4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일본 경영계의 중심축이 한 세대 가까이 뒤로 밀려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낮은 교체율이 부른 '경영의 노령화'


사장 평균연령 교체율 흐름


사장의 평균 연령이 계속 높아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낮은 '사장 교체율'에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사장 교체율은 3.84%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기업 100곳 중 단 4곳 미만에서만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합니다. 리먼 쇼크 직후(2009년 4.34%)나 코로나 직후(2021년 3.92%)보다도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후계자 부재 문제는 심각합니다. 고령의 사장이 은퇴를 원하더라도 적절한 후계자를 찾지 못해 경영을 지속하거나, 결국 폐업을 선택하는 '흑자 폐업'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사장들의 평균 은퇴 연령이 68.5세인데, 이 때까지 후계자를 찾지 못해 억지로 경영을 이어가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추세는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신산업으로의 전환을 늦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TDB 보고서는 지적합니다.


하지만 '후계자 부재 리스크'를 최근에는 '성숙한 지식의 자원화'로 보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이 '시니어 창업'의 증가인데, 수십 년간 쌓아온 전문 지식, 넓은 인맥, 그리고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노년층이 직접 새로운 사업을 일구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재가 시장의 플레이어로 복귀하는 '지식의 재구축' 현상이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부동산, 제조업 고령화 두드러져


업종별 사장 평균연령 연령별 구성비


사장 연령대를 업종별로 보면 전통 산업인 부동산(62.9세), 제조(61.6세), 도매(61.5세) 순으로 사장의 고령화가 두드러진 반면,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고 트렌드 변화가 빠른 서비스업(59.4세)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게 나타났습니다.


지역별로는 아키타현(62.6세)이 가장 높은 평균 연령을 기록하며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미에현과 오키나와현은 59.7세로 가장 낮았으나, 이마저도 60세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경영 불확실성, 후계자 공백이 사장 교체 늦춰



왜 사장 교체가 진행되지 않고 있을까. TDB 보고서는 세 가지 구조적 원인을 지적합니다.

첫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물가 상승, 임금 인상 압력, 인보이스 제도 본격 시행, 코로나 대출(제로 융자) 상환이 맞물리며 현 사장이 "지금은 자리를 넘길 때가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후계자 공백도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중소기업일수록 사업을 이어받을 인재 확보가 어려운데, 이는 사장 개인의 신용·인맥에 경영이 의존하는 구조에서 교체는 곧 '신용 리스크'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퇴직 후 창업하는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통계적으로도 평균 연령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합니다.



“M&A, 제3자 승계 활용, 경영 연속성 확보해야”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경영자의 고령화로 인해 약 127만 개 사가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 위기에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약 65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일본 GDP 중 약 22조 엔(약 200조 원)이 증발하는 경제적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고 중소기업청은 경고합니다.


제국데이터뱅크 관계자는 "사장 연령의 상승은 경영 경험의 축적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혁신 역량 저하와 급작스러운 유고 시 리스크를 동반한다"고 분석합니다. TDB는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 승계 지원금 및 세제 혜택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세대교체 속도는 고령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친족 승계라는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 M&A(인수합병)나 제3자 승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일본 기업의 '35년 연속 고령화 기록'은 단순히 통계적 수치를 넘어, 일본 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리기 위해 '준비된 퇴장'과 '새로운 수혈'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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