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주거시설에서 사고는 누구의 책임인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노인 주거시설에서 사고는 누구의 책임인가

글 : 이지희 /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2026-05-11

실버타운이나 요양시설에서 입주자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부터 묻게 된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가족을 맡긴 만큼 그곳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고 책임의 소재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쯤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가?



막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노인시설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늘 발생한다. 노인의 건강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고 노화가 진행될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운동 중 넘어지거나 문에 부딪히는 일,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으로 쓰러지는 일, 더 나아가 잠을 자다가 사망에 이르는 경우까지, 이러한 상황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A시설에서는 입주자가 운동 중 넘어져 입원하게 되자 치료비는 물론 생활비 감면과 합의금까지 요구한 사례가 있었고, B시설에서는 건강이 악화된 입주자가 요양원으로 이동한 후 사망하자 기존 시설의 돌봄이 부족했다며 항의하는 사례도 있었다. B시설에서 건강하게 생활하셨다는 것을 CCTV 등으로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또한 입주자가 밤사이 별다른 징후 없이 사망한 경우에도, 왜 더 빨리 발견하지 못했느냐며 시설 측에 책임을 묻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들은 집에서도, 시설에서도 충분히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다. 단지 사고가 난 장소가 집이 아니라 시설이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보호자들은 시설이라면 어느 정도의 위험은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때로는 그 기대가 모든 위험을 막아야 한다는 수준까지 커지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의아한 질문


일본의 유료노인홈이나 서비스제공 고령자주택과 같은 노인주거시설을 방문하면, 우리나라 실무자들이 꼭 하는 질문이 있다. 


“혹시 시설 내에서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 보호자들이 원망하거나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나요?”


그러면 일본 실무자들은 이런 질문을 도대체 왜 하는지 의아해 하곤 했다. 그들에게는 사고나 사망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일본은 시설내에서 사고나 나거사 사망이 발생했을 때 보호자들이 시설측에 책임을 묻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했다. 당시 어떤 케어가 이루어지고 있었는지, 위험 신호에 대해 어떤 대응이 있었는지, 기록과 절차는 적절했는지 과정이 명확하다면 보호자들은 납득하고 책임을 묻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책임부터 묻는가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가족이 직접 노인을 돌보는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시설에 돌봄을 맡긴다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복잡한 감정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드러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질문이 ‘내가 맡기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감정이 책임 소재를 찾는 방향으로 흐른다.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가 아직 시설을 집을 대신하는 ‘생활의 공간’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위험을 막아줄 수 있는 공간’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의 유무보다 절차와 대응


시설이 모든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결과만으로 시설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사고의 유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떠한 절차와 대응이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 기준이 자리잡을 때, 실버타운과 노인주거시설은 비로소 신뢰받는 ‘삶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왜 막지 못했는가’를 묻기보다 ‘그 순간 어떤 대응이 있었고, 어떤 절차가 이루어졌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앞으로 실버타운과 노인복지주택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이러한 논쟁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입주 전 충분한 설명과 한계에 대한 공유, 과정 중심의 기록과 평가, 그리고 매뉴얼을 갖추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될 때 시설과 보호자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도 점차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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