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의료비는 진료비, 약제비, 간병비 그리고 중요한 또 하나는?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노후 의료비는 진료비, 약제비, 간병비 그리고 중요한 또 하나는?

글 :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2026-05-11

마트도 공원도 아니다. 초고령사회 한국에서 은퇴 후 가장 자주 찾는 장소는 병원이다. 65세 이상의 연간 의료이용일수는 평균 47일로 OECD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47일 전부를 혼자 갈 수 있는 노인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점이다. 70대 중반의 어르신은 대학병원을 한 달에 세 번 가량 다닌다. 내분비내과, 안과, 재활의학과를 각각 다녀야 하는 탓이다. 배우자가 떠나기 전까지는 괜찮았지만, 이제는 혼자다. 자녀는 직장에 매여 있고, 택시는 접수와 부축, 대기까지 감당해주지 않는다. 병원 한 번 다녀오는 길은 왕복 네 시간이다. 


이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 전체가 막 맞닥뜨리는 구조 변화의 단면이다. 그동안 가족 노동으로 가려져 있던 ‘의료 접근 비용’이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동행 서비스’도 등장했다. 65세 이상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고령 가구의 3분의 1을 넘어서면서, 가족 안에서 무상으로 공급되던 돌봄은 공급 부족에 직면했고, 그 빈자리를 시장이 메우기 시작했다. 



동행가족의 빈 자리를 채우는 모빌리티 서비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변화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단순 서비스업의 확장이 아니라 기술과 제도가 동시에 만들어낸 새로운 산업 카테고리라는 점이다. 기술측면에서는 미국에서 우버가 2018년 ‘Uber Health’를 출시한 뒤 리프트가 ‘Lyft Healthcare’를 출범시키면서 의료기관과 차량호출 플랫폼을 직결했다. 


환자가 앱을 다루지 못해도, 병원 접수 단계에서 차량이 자동 배차된다. 여기에 AI 기반 다중 경유지 최적화가 얹히면서 ‘집→병원→약국→집’이라는 과거 수지타산이 맞지 않던 동선이 하나의 서비스로 묶였다. 차량은 더 이상 탈 것이 아니라 ‘의료 접점의 연장’이 된다. 


제도의 영향은 보다 더 결정적이다. 일본은 2000년 개호보험법 시행과 함께 '개호택시(介護タクシー)' 제도를 만들어, 요양 등급에 따라 이동 비용을 공적 보험이 부담하도록 설계했다. 2024년에는 택시 공급이 부족한 지방에 한해 일반 운전자의 유상 운송을 허용하는 '일본형 라이드셰어' 특례를 노인 이동 영역까지 확장했다. 


미국은 메디케이드(Medicaid)의 NEMT(비응급 의료수송) 조달 시장이 수십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그 위에 시니어 전용 호출 플랫폼 'GoGoGrandparent'가 얹혀 있다. 이동과 의료, 복지가 제도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특수여객자동차’는 장의차량 중심으로 좁게 정의되어 있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이동 관련 급여는 방문목욕과 방문요양에 부속된 수준이다. 규제 샌드박스로 몇몇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본격적인 제도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노후 의료비에 추가되어야 할 '이동 비용'


결국 노령층의 이동을 고려한다면 노후 의료비에 ‘의료 접근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 지금까지 노후 의료비는 진료비와 약제비, 간병비의 세 항목으로만 계산해 왔다. 하지만 월 3~5회 병원을 오가는 70대 후반 이후에는 의료 접근 비용이 진료비 본인부담금을 넘어설 수 있다. 못해도 월 30~60만원, 연간 400~700만원 수준의 지출을 노후 현금흐름 계획에 선반영해 두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의료접근 비용을 공적 및 민간 보험이 어디까지 흡수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노후 부담의 크기를 결정한다.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등급 인정자에 한해 일부 이동을 지원한다. 실손보험·치매보험·간병보험 상품군이 ‘통원 이동 보장’ 특약을 어떻게 설계할지, 그리고 장기요양보험의 급여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보험 설계 시 약관에서 이동 관련 조항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는 일이 점점 중요해진다. 


결국 고령층 이동의 본질은 기술의 문제를 넘어선다. 가족이 메우던 공백을 사회가 어떻게 메울 것인가. 그리고 그 비용을 누가 나눠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구조적 전환이다. 병원으로 나서는 전 과정이 서비스가 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안타깝게도 그 시대는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다. 준비한 사람에게는 ‘선택’이, 준비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다. 


이동은 권리이자 존엄이라는 명제는 변하지 않지만, 그 명제를 떠받치는 방식이 가족에서 시장과 제도로 옮겨가고 있다. 그 전환의 속도에 맞춰 노후 설계의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뉴스레터 구독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주 2회 노후준비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이메일
  •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보기
  • 광고성 정보 수신

    약관보기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정보변경이 가능합니다.

  • 신규 이메일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구독취소가 가능합니다.

  •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