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무리한 중간선거용 부양책
글 : 데스먼드 라크먼 (Desmond Lachman) /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 연구원 2026-04-09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용 부양책이 미국발 금융위기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신흥국에서는 경기가 좋을 때 정책 당국이 경제의 취약성을 간과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그 결과 호황이 불황으로 뒤집히는 순간 채권과 환율 시장 위기가 주기적으로 터진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경제를 부양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는 이와 비슷한 단면을 보여준다. 차이가 있다면, 미국에서 신흥국형 위기가 발생하면 그 충격이 전 세계로 번진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공공재정의 취약한 현실을 사실상 부정하는 듯하지만, 지난달 공개된 미 의회예산국(CBO)의 최신 보고서는 트럼프가 작년에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재정 전망이 더 악화됐음을 보여줬다. 미 의회예산국은 2026년 재정적자 전망치를 2025년 1월 전망 대비 약 1,000억 달러(약 8%) 상향했고, 2026~2035년 누적 적자도 1조 4,000억 달러(약 6%)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올해 1조 9,000억 달러에 달하고, 10년 뒤에는 3조 1,000억 달러(GDP의 6.7%)까지 치솟을 것임을 뜻했다.
따라서 미국의 재정적자는 향후 10년 동안 GDP 대비 평균 약 6%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공공부채의 안정과 양립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수준(대략 GDP의 3%)의 두 배다. 그 결과 공공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현재 100%에서 2030년 108%로, 그리고 2036년에는 전례 없는 120%로 올라갈 수 있다. 또한 미 의회예산국은 두 개의 주요 신탁기금, 즉 고속도로 신탁기금(Highway Trust Fund)과 사회보장연금의 노령·유족 보험 신탁기금(Old-Age and Survivors Insurance Trust Fund)이 불과 몇 년 안에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정책은 이미 취약해진 미국의 재정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그는 향후 2년 동안 국방 예산을 5,000억 달러 늘리자고 주장하는 한편, 11월 선거를 앞두고 경기를 부양할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물가와 생활비 문제 등 경제 이슈에 대한 대응에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만회해 표심을 되찾으려는 의도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출을 크게 줄인 거의 유일한 분야가 미국인들이 실제로 의존하고 있는 프로그램, 예컨대 의료 같은 영역이라는 점이다.

미국발 채권·달러 위기 경고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에 자신이 서명해 법제화한 ‘원 빅 뷰티풀 법(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과 연계된 세금 환급이 곧 시작되면, 유권자들이 달래질 것이라 기대하는 듯하다. 하지만 ‘원 빅 뷰티풀 법’이 향후 10년 동안 재정적자를 3조 달러 이상 늘릴 것이라는 점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의회 지배를 유지하는 것뿐이었고, 그는 이를 위해 미국인들이 투표할 때까지만이라도 자신들이 더 부유해졌다고 느끼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믿는 듯했다. 즉, 트럼프의 계산대로라면 유권자들이 공화당 후보들에게 표를 던지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투표일까지 잠시라도 ‘살림이 나아졌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했다.
지난 11월 트럼프가 대다수 미국 가구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던 2,000달러짜리 ‘관세 배당금 수표’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 공약은 진척되지 못했지만, 트럼프는 투표 직전 지급을 추진하거나, 최소한 지급이 임박했다는 새 약속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법원이 트럼프가 상호주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비상권한을 사용한 것은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결하면서, 이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더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환급을 명령받으면 적자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와 같은 판결에 대해 초당적 기관인 ‘책임 있는 연방 예산위원회’(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는 향후 10년 동안 미국의 공공부채를 약 2조 달러 늘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
앞으로 부채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미국을 다른 나라들(특히 신흥국)과 구별해온 핵심 요소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미국 국채에 대한 강력한 수요다. 오늘날 외국 중앙은행, 연기금, 민간 투자자들은 미국 재무부 국채를 8조 5,000억 달러어치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미국 국채의 약 30%에 해당한다. 미국이 연간 거의 2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내고 있고, 올해 만기가 돌아와 차환해야 할 채권이 9조 달러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은 필수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 신뢰를 적극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연준(Federal Reserve)의 독립성을 공격하는 트럼프의 행태는 물론이고, 공격적인 대외정책, 동맹에 대한 폄훼, 금융의 무기화까지, 미국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례는 끝이 없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는 ‘미국 기업에 불공정하게 과세하는’ 국가의 투자자에게 지급되는 미국 국채 이자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이런 발언 역시 시장의 불신을 키워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트럼프는 달러 약세와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그러나 유럽이 그린란드 합병 위협에 대응해 미국 국채를 매도할 경우 ‘큰 보복’을 하겠다고 경고했다가 곧바로 한발 물러선 일은, 미국의 부채 확대가 만들어낸 취약성을 트럼프 역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신흥국에서 흔히 볼 법한, 잘못된 경제정책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 이런 정책은 장기 성장 전망을 훼손하고 채권시장의 위기 가능성을 키웠다. 예컨대 혼란스럽고 공격적인 수입관세 정책은 경제 불확실성을 높였고, 국제무역이 가져다주는 효율성과 경제적 이익을 제한했다. 또한 과도하게 공격적인 이민정책은 특히 숙련노동 분야에서 노동력 부족을 만들 위험을 초래했다.
마찬가지로 트럼프가 고등교육과 연구에 대한 예산을 삭감한 조치는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떠받쳐 온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다. 또한 인텔 지분 10%를 확보하려는 시도와, 엔비디아의 대중국 반도체 판매 가운데 15%를 요구한 것과 같은 그의 산업 정책은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 이 모든 요인은 미국이 AI 혁명이 가져다줄 이익을 최대화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다.
월가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는 “신흥국에서 가장 긴 강은 ‘The Nile’(나일강)이 아니라 ‘denial’(현실 부정)이다”라는 오래된 농담이 있다. 두 단어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에 빗대어, 신흥국 정부가 여러 위기 신호를 오랫동안 ‘현실 부정’하며 외면하는 태도가 ‘나일강’처럼 길고 끈질기다는 뜻이다.
미국도 이제 재정 악화와 신뢰 훼손의 신호들을 외면하는 ‘현실 부정’이 점점 커지고 있고, 그 결과 금융위기가 실제로 터질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여전히 세계 GDP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은 세계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데스먼드 라크먼 (Desmond Lachman)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 연구원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 연구원이며, 국제통화기금(IMF) 정책 개발 및 검토국 전 부국장, 살로몬 스미스 바니(Salomon Smith Barney) 전 신흥시장 수석 경제 전략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