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글 : 박덕건 / 前 THE SAGE INVESTOR 편집장 2026-04-09

이 책은 얼핏 보기에 흔해빠진 자기계발서 같지만, 매우 성실한 취재에 기초한 책이다. 지은이도 영국의 권위 있는 매체 <더 타임스> 기자 출신이다. 이 책의 주요 관심사는 ‘왜 실패가 계속 일어나느냐’, 그리고 ‘실패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실패, 실수, 사고는 늘 일어난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가장 먼저 지목하는 것은 부주의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해결책은 자명하다. 주의하고 또 주의할 것. 하지만 과연 그걸로 될까?
이 책의 지은이는 그런 뻔한 해결책을 거부한다. 어떤 사고가 왜 발생했는가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그 원인을 추적한다. 그 결과 지은이가 보여주는 사태의 전모는 우리의 상식을 훌쩍 넘어선다.
여러 분야에서 발생한 실패 사례를 분석하지만, 지은이가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의료업계와 항공업계다. 이 두 분야에는 공통점도, 대비되는 점도 있다. 공통점은 무엇보다 이 두 분야에서는 안전이 중요하며, 실패란 곧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사가 된다는 점이다. 한편 이 두 분야는 실패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극단적으로 다르다. 항공업계는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보고하고 조사해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점을 찾아낸다. 반면, 의료업계에서는 실수를 처리하는 태도가 훨씬 방어적이며, 개선점을 찾고자 하는 업계 차원의 노력도 드물다.
왜 항공업계가 사고 조사에 적극적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비행기 사고는 대개 대형 참사다. 게다가 일단 일이 벌어지면 실패 당사자인 조종사부터 목숨을 걸어야 한다.
반면, 의료업계가 사고 조사에 소극적인 이유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의료사고는 그 자체로 분간이 어렵다. 당사자인 의사조차 자신의 실수로 환자가 죽었는지, 본래 죽을 수밖에 없는 경우였는지 헷갈릴 수 있다.
게다가 의사가 하는 일은 조종사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의료업계의 사고 발생 가능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의료업계의 사고 발생 빈도가 항공업계보다 높은 현상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단지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차이의 정도다. 책에 인용된 의학 교수의 비유에 따르면, 만약 항공업계에 의료업계 수준의 사고 비율을 적용하면 보잉 747기 2대가 매일 추락하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예방 가능한 의료 과실은 심장병과 암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사망 원인이다.

실패에서 배운다
지은이는 두 업계의 현격한 사고율 차이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결국 사고 조사와 개선책 마련에 대한 두 업계의 태도 차이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즉 사고를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대응 여하에 따라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고 인식하는 전향적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부터 지은이는 각종 실패 사례로부터 도출된 실패 원인과 예방책에 대한 탐구로 나아간다.
대표적 사례로 1978년에 발생한 유나이티드 항공 173편 사고가 있다. 이 사고는 비행기가 착륙 지점에서 착륙 장치에 문제가 있다고 오인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다 연료가 바닥나서 추락한 사고다. 사고 당시 기장은 착륙 장치에 집착하는 바람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동승한 부기장과 기관사는 문제를 강하게 어필하지 못했다. 기장이 가장 실력을 갖춘 데다 경험도 많았기에 하급자가 그런 기장의 권위에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몇 번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마침내 사고의 패턴이 드러났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권위적인 기장과 순종적인 하급자 사이의 의사소통 부족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연방 교통안전위원회는 조종실의 의사소통 개선을 위한 훈련을 적극적으로 실시했다. 이 훈련은 하급 승무원, 특히 부기장이 단호하게 의견을 표현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반면 기장은 다른 승무원의 말을 경청하고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교육을 받았다.
이 외에 지은이가 인지부조화, 기억의 재구성, 희생양 찾기 등 인간의 사고가 실패에 당면했을 때 그것을 외면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도 재미있다. 개념적으로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이지만, 생생한 사례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실패는 불가피하다. 단지 우리는 그 실패를 그냥 어쩌다 일어난, 그야말로 불가피한 일로 넘기느냐, 아니면 그 실패에서 배우는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하느냐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차이는 실패가 계속 불가피한 사건으로 발생하느냐, 피할 수도 있는 사건이 되느냐 하는 차이를 만든다.
박덕건 前 THE SAGE INVESTOR 편집장
<월간중앙>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