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딥사이언스 글로벌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인도 딥사이언스 글로벌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다

글 : 비즈니스월드 (BusinessWorld) / 인도 경제지 2026-04-09

인도 딥사이언스 생태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정책, 자본, 노동력 전반의 변화는 인도 딥사이언스가 본격적으로 확장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딥사이언스는 기초과학과 공학의 근본 원리를 기반으로 긴 기간 연구개발과 높은 기술 장벽을 거쳐 상용화되는 과학·기술 분야를 말한다. 과학 분야 창업가들을 지원해 온 투자사 앙쿠르 캐피털(Ankur Capital)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딥사이언스 생태계는 단순한 기대나 잠재력 단계를 넘어 실질적 실행 역량을 갖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합성생물학, 첨단소재, 반도체 분야에서 진행한 10건의 딥사이언스 투자,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친 150건 이상의 특허, 2,500개가 넘는 벤처에 대한 평가, 그리고 핵심 기술 성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사업화와 확장을 위해 시리즈 A·B 단계의 성장 투자를 유치하는 창업가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자국 지식재산 확대와 글로벌 지향성


변화의 근간은 지식재산(IP)을 창출하는 주체가 바뀌는 구조적 전환이다. 2023-24 회계연도 기준 인도 내 특허 출원 중 국내 출원이 50%를 넘어섰고, 전체 출원 건수는 10만 건을 돌파했다. 인도는 2024년 기준 세계 6위의 특허 출원 국가로 올라섰으며, 출원의 상당수가 인도 내 기관과 스타트업에서 나온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또 해외 연구소와 글로벌 스타트업에서 활동하던 인재들이 인도로 돌아오고 있다. 이들은 지식재산과 글로벌 네트워크, 운영 경험을 통해 인도에서 새로운 기업을 구축하고 있다. 인도의 글로벌 역량 센터(GCC) 역시 백오피스를 넘어 글로벌 핵심 프로세스를 직접 수행하는 조직으로 진화했다. 제약 산업만 봐도 지난 5년간 글로벌 역량 센터는 2.5배 확대됐고, 세계 상위 50대 제약사 중 23곳이 현재 인도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주도한다. 한때 주변부에 머물던 기술 역량이 이제는 인도 딥사이언스 기업의 기술적·상업적 경쟁력으로 전환되고 있다.



‘스타 인재’가 아닌 ‘상업 설계’ 중심으로


딥사이언스 기업은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 공급망을 구축하고, 전략적 파트너를 확보하며, 복잡한 조달 구조를 헤쳐나가야 한다. 특히 기술 검증 단계에서 첫 주문으로, 이를 다시 대규모 생산 단계로 이끄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보고서는 기존 ‘스타 인재’ 영업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기술과 시장을 함께 설계하는 ‘상업 설계’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가속화하는 요소는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초기 단계부터 상업적 사고를 내재화한 인큐베이션 프로그램, 또 하나는 인도 대기업의 조기 참여다. 대기업이 후기 구매자가 아니라 인큐베이션 단계의 파트너로 참여하면 시장 접근성과 제조 역량을 통해 리스크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분석한다.



자본구조 성숙과 정책의 역할


인도 딥사이언스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자본 구조 역시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초기 기업을 위한 보조금과 지원 자금을 공공·민간 전반에 걸쳐 다층적으로 제공하며, 생명공학산업연구지원위원회(BIRAC)와 DLI 제도(반도체 분야의 설계 단계에 투자 비용을 환급·지원) 등이 대표적 채널로 작동한다.


여기에 고성능 바이오 제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BioE3 정책, 국내 혁신가·스타트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iDEX, 반도체 산업 육성 인센티브 프로그램인 인도 반도체 미션(ISM) 같은 미션 중심 정책 프로그램은 자금과 앵커 주문을 통해 기술 검증 이후 상업 생산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을 완화한다. 또한 정부가 조성한 1조 루피(약 15조 9,6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혁신 펀드는 아누산단국립연구재단(ANRF)을 통해 집행되고 있다. 이는 민간 연구개발을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과 투자 환경의 변화


보고서는 인도의 중소기업 중심 시장 구조가 오히려 딥사이언스 기업 성장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평가한다. 소규모 고객은 검증 주기를 단축하게 하고, 복잡한 제도 절차보다는 성능과 가격을 중시한다. 이는 기업이 실제 환경에서 제품을 빠르게 시험하고 학습 속도를 높이는 데 유리한 조건이다.


그 결과 자본 집약도는 낮아지면서 수익성 잠재력은 유지된다. 실제로 한 인도 기업은 글로벌 경쟁사 대비 파일럿 플랜트 구축 비용이 8분의 1, 첫 상업용 플랜트 투자 비용이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대규모 자본 투입 없이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은 플랫폼 기술 분야에서 특히 강점으로 작용한다.


투자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Shell)과 우드사이드(Woodside), 인도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 조호(Zoho) 등 각 기업은 자본뿐 아니라 제조 전문성, 실사 역량, 시장 접근성을 함께 확보하고, 장기 자본을 통해 기후 기술과 딥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인도 딥사이언스 연도별 투자 규모



지정학이 만드는 새로운 기회


지정학적 환경도 인도 딥사이언스 생태계에 순풍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공급망은 낮은 지정학적 위험과 엔지니어링 역량을 추구한다. 이에 따라 중국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은 점차 ‘인도 플러스’ 전략 구도로 진화하고 있다.


인도는 신뢰할 수 있는 과학 역량, 자본 규율, 글로벌 시장 지향성을 시스템으로 결합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글로벌 규모의 딥사이언스 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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