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신화의 주역 장판의 귀환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알리바바 신화의 주역 장판의 귀환

글 : 샹제(商界) / 중국 경제지 2026-04-09

알리바바의 모바일 혁신을 이끈 장판이 해외 사업 성과를 발판 삼아 다시금 핵심 경영진에 복귀했다.


알리바바 역사상 최연소 파트너 자리에 올랐던 장판의 귀환으로 알리바바는 다시 혁신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2018년 7월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拼多多)가 상장하자 메이퇀(美團) 창업자 왕싱(王興)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앞으로 몇 년간 핀둬둬의 황정(黃崢)과 타오바오·티몰을 이끄는 장판(蔣凡), 두 인물이 어떤 경쟁을 펼칠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만약 장판이 승리한다면 알리바바 CEO의 유력한 후계자로 설 수 있다. 물론 그가 그 자리에 뜻이 있다면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2년 뒤 장판은 사생활 문제로 큰 좌절을 겪으며 ‘황정과 장판의 전쟁’은 시작도 못한 채 막을 내렸다. 5년 후 그가 다시 돌아와 성과를 낸 무대는 알리바바의 배달 플랫폼 어러머(餓了麼)였고, 이번에는 왕싱의 메이퇀과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됐다.


중국 인터넷 산업은 창업자 세대의 빠른 교체 속에서 급격히 성장해 왔다. 메이퇀의 왕싱, 핀둬둬의 황정, 바이트댄스의 장이밍(張一鳴),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장판까지. 이들은 모두 독창적 사고와 추진력으로 업계를 이끌어온 ‘괴짜 천재’들이다. 그들의 발상과 선택은 인터넷 산업의 흐름을 결정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타오바오에는 매일 400만 명이 넘는 판매자가 활동하고, 4억 명 이상이 다양한 언어로 접속한다. 검색 광고, 맞춤형 추천, 라이브 커머스 등 우리가 키보드를 두드리고 화면을 터치하는 순간마다 사실상 장판과 ‘대화’하는 셈이다. 동시에 그는 메이퇀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알리바바의 차세대 전략을 이끌고 있다.



천재 괴짜의 탄생


1985년생인 장판은 전형적인 의미의 천재다. 신장 출신의 그는 올림피아드 입상을 계기로 상하이 푸단대학교 컴퓨터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시험 점수에는 큰 관심이 없고, 오직 컴퓨터에만 몰두했다. 그래서 늘 ‘60점만 넘으면 된다’는 식으로 공부해 ‘60점 만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합격선만 넘기면 충분하다’는 태도였다. 이 철학은 훗날 그의 창업과 경영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가 됐다.


장판이 말하는 60점은 대충이 아닌 불필요한 완벽주의를 버리고 에너지를 핵심에 집중하는 실용주의였다. 스티브 잡스가 매일 같은 옷을 입어 의사결정 피로를 줄이고, 젠슨 황이 가죽 재킷을 즐겨 입으며 불필요한 선택을 최소화한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내성적인 장판을 구글 차이나에 발탁한 이는 대만 출신 AI 전문가이자 구글 차이나 초대 사장인 리카이푸(李開復)였다. 그는 장판을 이끌어 창업 인큐베이터 촹신공장(創新工場)에서 모바일 데이터 분석 기업 ‘여우멍(友盟)’을 인큐베이팅하도록 만들었다. 매주 금요일 촹신공장은 각 프로젝트 CEO들이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대부분의 젊은 창업자들은 열정적으로 발표했다. 장판만 예외였다. 그는 거의 말이 없었고, 투자자들조차 특별한 인상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의 발표를 주의 깊게 들은 뒤 제품을 철저히 검증하며 결과를 만들어냈다.


장판이 인큐베이팅한 여우멍은 앱 개발자들에게 데이터 통계 서비스를 제공해 운영 현황을 파악하도록 돕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매트릭스 파트너스와 촹신공장으로부터 두 차례 투자를 유치한 뒤 사용자 수가 빠르게 늘었고 광고를 통한 수익도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또 하나의 신성이라고 기대하던 2013년에 장판은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여우멍을 8,000만 달러에 알리바바에 매각했다. 인수합병 시점이 너무 이르고 가격도 낮다는 불만이 뒤따랐지만, 그는 데이터를 근거로 중국 내 개발자 규모를 추산한 뒤 성장 한계를 냉정하게 판단해 매각을 결단했다. 같은 시기 촹신공장에서 완더우자(豌豆莢, 안드로이드 앱 마켓)를 창업한 왕쥔위(王俊煜)는 제품 경험과 디자인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 2016년 완더우자를 2억 달러에 알리바바에 매각했다. 금액은 더 컸지만 최종 스톡옵션 실현 상황은 여우멍보다 훨씬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 점만 놓고 보면 여우멍 창립 멤버들은 꽤 운이 좋았고, 장판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모바일 혁신의 주역이 되다


장판은 알리바바의 모바일 전환을 이끈 핵심 인물이다. 2013년, 당시 COO였던 장융(張勇)의 권유로 알리바바에 합류한 그는 기존 입사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모바일 타오바오 개선 작업에 투입됐다. 장융은 그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며 핵심 인재들을 장판의 팀에 배치했고, 이는 이후 성과의 밑거름이 됐다.


당시 모바일 타오바오는 조작이 번거롭고 로딩이 느려 쇼핑 한 번에 25초가 걸렸다. 장판은 거래 경로를 재구성해 주문 시간을 7~9초로 줄이고 끊김 현상을 개선했다. 1년 만에 1일 활성 사용자 수(DAU)는 3,000만 명에서 6,000만 명으로, 또 1년 뒤에는 1억 1,000만 명으로 급증했다. 거래량의 80% 이상이 모바일에서 발생하면서 알리바바는 빠르게 PC 중심에서 모바일 인터넷 중심으로 체질을 바꿨다.


또한 장판은 사용자 경험 혁신에도 나섰다. 구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취향 맞춤 추천 기능을 도입하고, 기존 카테고리별 ‘진열대식’ 상품 배열을 SNS형 ‘피드’ 방식으로 바꿨다. 이 변화는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 검색 흥미와 구매 전환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같은 성과로 그는 ‘알리바바 트래픽 킹’이라는 별칭을 얻었고, 2017년 말 타오바오 총재에 올랐다. 전임자들이 모두 알리바바 원로급 인물인 것과 달리 장판은 외부 경험과 데이터 기반 사고를 무기로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이다.


장판은 2013년 모바일 타오바오 사용 경험과 쇼핑 시간을 개선하며 1년 만에 1일 활성 사용자 수를 3,000만 명에서 6,000만 명으로 끌어올렸다.



장판에게 거는 알리바바의 미래


장판은 34세에 알리바바 역사상 최연소 파트너가 됐지만, 사생활 문제로 자격을 잃어 해외 디지털 부문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이는 징계인 동시에 기회가 됐다. 알리바바 해외 사업은 현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데다 경쟁사에도 뒤처지고 있었다.


그는 부임 직후 아시아와 유럽을 돌며 시장조사를 마친 뒤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알리바바닷컴(크로스보더 사업), 그리고 동남아의 라자다(Lazada), 스페인의 미라비아(Miravia), 튀르키예의 트렌디올(Trendyol), 남아시아의 다라즈(Daraz)라는 틀을 세우고 운영 모델을 정비한 것이다. 동시에 소통을 꺼리던 성격을 바꿔 설명회와 간담회를 자주 열며 리더십을 강화했다.


그 결과 해외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2022-23 회계연도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주문량은 30% 이상 늘었고, 트렌디올의 튀르키예 주문량은 45% 증가했으며, 현지 통화 기준 총거래액(GMV)은 110% 넘게 성장했다. 라자다, 알리익스프레스, 트렌디올, 다라즈 모두 주문량 확대에 성공하며 알리바바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 단위가 됐다.


성과에 힘입어 장판은 2023년 5월 국제디지털상업, 타오바오·티몰, 차이냐오 등 3개 사업 그룹 이사로 복귀했고, 7월에는 다시 알리바바 파트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그룹 수뇌부 교체가 이어지며 알리바바는 ‘대기업병’을 도려내고 기동성을 회복하려 했다.


현재 알리바바 경영진 중 타오바오·티몰 생태계를 깊이 이해하는 동시에 해외시장을 개척한 실전 경험을 가진 인물은 장판이 유일하다. 그는 이제 메이퇀과 ‘즉시 소매(instant retail)’ 전쟁을 벌이고 있다. 즉시 소매는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인근 매장과 배달망을 통해 1시간 안에 상품을 받아보는 초고속 전자상거래 모델이다. 2025년 5월에 출시한 ‘타오바오 산거우(閃購)’는 하루 주문이 최대 1억 2,000만 건에 달하고, 월간 이용자 수가 3억 명을 넘어서며 메이퇀의 핵심 사업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타오바오 산거우의 성과는 알리바바의 새로운 성장 방정식을 보여 준다. 장판의 귀환은 알리바바가 다시 한 번 혁신의 DNA를 되찾았음을 의미한다. 이제 그의 선택과 전략은 중국 전자상거래 산업의 다음 10년을 결정짓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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