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전력 급증, 에너지 기업이 움직인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AI 데이터센터 전력 급증, 에너지 기업이 움직인다

글 : 김인순 / 인사이트아웃 대표 2026-04-09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투자와 100% 재생에너지 공약으로 태양광, 배터리, 전력 인프라 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퍼스트솔라 제조공장. 코팅된 태양광 유리가 생산 공정을 거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인터뷰에서 “에너지는 생활 수준과 직결된다. 국가의 에너지 생산량이 클수록 GDP(국내총생산)도 커진다. 결국 에너지가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챗GPT 한 번 검색하는데 구글 검색의 10배 전력이 소모된다. AI 모델은 24시간 멈추지 않고, AI를 구동하는 데이터센터도 단 1초도 전기가 끊기면 안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 등 빅테크 4사의 데이터센터 자본지출 합산액은 2025년에만 3,71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 기업은 ‘100% 재생에너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결국 이 돈의 상당 부분이 태양광과 배터리로 흘러들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플랫폼 기업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


넥스트에라 에너지는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미국 17개 주 전력망의 핵심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가 최근 AI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보인 행보는 단순한 전력공급을 넘어 전력 인프라와 AI 기술을 통합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5년 12월 8일, 넥스트에라 에너지는 구글 클라우드와 ‘랜드마크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했다. 이 두 회사는 미국 전역에서 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복수 개발하기로 했으며, 이미 3.5GW를 운영 중이거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와 별도로 구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아이오와주의 듀에인 아널드(Duane Arnold) 핵발전소를 25년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아래 재가동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메타도 계약했다. 넥스트에라 에너지는 메타와 태양광 프로젝트 9건을 포함한 11건의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해 총 2.5GW의 청정에너지를 공급하기로 했으며, 이 프로젝트는 2026~2028년 순차적으로 가동된다.


2035년까지 데이터센터 허브에 15GW 이상의 신규 발전 설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넥스트에라 에너지의 존 케첨 CEO는 “이 목표가 보수적 수치라며, 이미 20개 데이터센터 허브 후보지를 확보했고 내년 말에는 40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술 협력도 단순 전력공급을 넘어선다.


넥스트에라 에너지와 구글은 2026년 중반까지 AI 기반 전력망 관리 소프트웨어를 공동개발해 구글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 도구는 설비 장애를 사전에 예측하고 전력 수요를 더욱 정밀하게 예측한다. 넥스트에라 에너지가 단순 발전사에서 에너지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미국 유일의 완전한 태양광 모듈 제조사 퍼스트 솔라(First Solar)


퍼스트 솔라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완전한 국내 공급망을 갖춘 태양광 모듈 제조사다. 중국산 폴리실리콘 기반의 모듈이 아닌 카드뮴텔루라이드(CdTe) 박막 기술을 사용한다. 2025년 말 기준 수주 잔고가 54.5GW, 계약 가치로는 164억 달러에 달한다. 2029년까지의 생산 물량이 이미 대부분 팔린 상태다.


퍼스트 솔라의 경쟁 우위는 미국 생산 기반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외국우려단체(FEOC) 규제가 강화될수록 퍼스트 솔라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는다. 마크 위드마 퍼스트 솔라 최고경영자는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우리의 경쟁력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내 생산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면 45X 세액공제(와트당 약 0.17달러)를 받을 수 있어 업계 최고 수준의 총이익률(40~45%)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 확대도 공격적이다. 퍼스트 솔라는 2026년 말 신규 3.7GW 규모의 미국 공장 착공을 발표했으며, 2027년 상반기까지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미국 내 총생산 능력은 14GW에 달한다.



AI 기반 태양광 트래커 세계 1위 넥스트파워(Nextpower)


태양광 패널은 고정된 방향으로 설치하면 하루 중 일부 시간대에만 최적의 효율을 발휘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태양광 트래커’다. 태양의 이동 방향을 따라 패널을 자동으로 회전시켜 발전량을 최대 25~30% 높이는 장치다. 넥스트파워는 이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이다.


넥스트파워의 강점은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AI와 로보틱스를 결합한 통합 플랫폼에 있다. 현재 수주 잔고는 47.5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유틸리티 규모의 태양광 설치가 늘어날수록 넥스트파워의 수주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구조다. 2025년 말 기준 AI 데이터센터 전용 태양광 프로젝트가 잇따라 발주되면서 수주 파이프라인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넥스트파워는 2025년 5월 전기 균형 시스템(eBOS) 전문 기업 벤텍(Bentek)을 7,800만 달러에 인수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신제품 넥스 파워머지(NX PowerMerge)를 출시했다. 패널 오염도를 실시간 측정하고 로봇 청소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락선(Fracsun)을 인수하며 발전소 운영 효율화 분야로도 사업을 넓혔다.


넥스트파워는 2025년 9월 말 기준 현금 보유액 8억 4,500만 달러에 부채는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부나얀 홀딩과 50 대 50 합작사 넥스트파워 아라비아(Nextpower Arabia)를 설립하며 중동·북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데이터센터 특화 배터리 솔루션 강자 플루언스 에너지(Fluence Energy)


태양광이 AI 데이터센터의 낮 전력을 담당한다면, 배터리는 밤과 흐린 날을 담당한다. AI는 24시간 전력을 요구하기에 태양광과 배터리는 불가분의 관계다. 플루언스 에너지는 지멘스(Siemens)와 AES의 합작사로 설립된 배터리 전문 기업으로, S&P글로벌의 ‘2025년 배터리 ESS 통합기업 보고서’에서 세계 3위 기업으로 선정됐다.


플루언스 에너지가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공개한 수치는 업계를 놀라게 했다. 데이터센터 전용 배터리 파이프라인 물량이 30GWh를 넘어선 것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 물량의 80% 이상이 2025년 9월 이후에 쏟아졌다는 사실이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뜻이다. 2025년 4분기 수주 잔고는 14억 달러로, 분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AI 데이터센터에는 기존 1~2시간 모델의 배터리가 아니라 6시간 저장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해 보이지만, 파급력은 크다. 동일한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기존 대비 배터리 수요가 7~8배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트렌드를 포착해 최신 제품 스마트스택(Smartstack)을 출시했다.


공급망 내재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6년 1월에는 애리조나주 유마 카운티에서 300MW 태양광발전소와 300MW/1,200MWh 배터리를 결합한 파이오니어 청정에너지 센터 프로젝트에 제품을 공급한다. 미국산 셀·모듈·인클로저·열 시스템을 모두 사용해 국내 제조 요건을 충족했다. 현재 미국 내 배터리 셀 공급사를 추가 확보하는 협상도 진행 중이며, 조만간 두 번째 미국산 셀 공급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전용 전력 단지 선도 기업 클리어웨이 에너지(Clearway Energy)


클리어웨이 에너지는 태양광·풍력·배터리 저장설비를 운영하는 미국 재생에너지 전문 기업이다. 신기술보다는 안정적 장기계약과 꾸준한 현금 창출로 알려진 회사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잇따른 대형 계약을 맺으며 주목받았다.


2026년 1월, 클리어웨이 에너지는 구글과 미주리·텍사스·웨스트버지니아 3개 주에서 총 1.17GW 규모의 태양광·풍력 프로젝트를 20년 장기 전력구매계약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의 총투자 규모는 24억 달러가 넘는다.


클리어웨이 에너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웨스트버지니아의 335MW 풍력발전소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한 해에만 데이터센터 수요를 겨냥한 신규 전력구매계약이 2GW에 달하며, 추가 계약 협상도 진행 중이다.


이 회사의 2025년 태양광 설비 가동률은 99.0%, 배터리 저장 설비 가동률은 98.6%로 업계 최고 수준의 운영 안정성을 기록했다. 클리어웨이 에너지는 2026년 1분기 워싱턴주에서 520MW 태양광과 배터리 복합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기회를 제안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겨냥한 20년 장기계약이다.


클리어웨이는 단순한 전력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 캠퍼스 전용 전력 단지 구축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소는 국가 전력망에 연결해 전기를 공급한다. 앞서 말했듯, 이 연결 허가를 받으려면 평균 5년은 걸린다. AI 데이터센터는 1~2년이면 완공되는데, 전기를 끌어올 발전소가 허가 대기 중이라면 데이터센터를 짓고도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클리어웨이 에너지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국가 전력망을 통하지 않고 데이터센터 바로 옆에 전용 발전 단지를 통째로 짓는 방식이다. 태양광으로 낮에 전기를 만들고, 풍력으로 밤에도 전기를 만들고, 배터리로 남은 전기를 저장했다가 꺼내 쓴다. 태양광도, 풍력도 부족한 날에는 가스발전으로 보완하는 식이다. 네 가지 전원을 한 곳에 묶어 24시간 끊김 없는 전기를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하는 구조다.


기존 전력공급 방식이 아파트 단지에 도시 전체 수도관을 연결하는 것이라면, 클리어웨이 에너지의 방식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자체 정수장을 짓는 것과 같다. 외부 인프라에 의존하지 않으니 허가를 기다릴 필요도, 다른 수요자와 전기를 나눠 쓸 필요도 없다. 데이터센터 입장에서는 전력 수급이 안정적인 데다 공급 시작 시점도 훨씬 빠르다. 빅테크 기업들이 수십조원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짓는 상황에서 전기 걱정을 덜어주는 이 모델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미국 최초 상장 태양광·배터리 시공 기업 솔브 에너지(SOLV Energy)


솔브 에너지는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제조사가 아닌, 태양광발전소와 배터리 저장 시설을 직접 짓는 시공 전문 기업이다. 쉽게 말해 ‘태양광 건설사’다. 2008년 설립 이후 미국 전역에서 500개 이상 발전소를 지었고, 현재 146개 발전소의 운영·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태양광발전소 9개 중 한 개는 솔브 에너지의 손을 거치는 셈이다.


이 회사가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26년 2월 11일 나스닥에 상장하면서부터다. 공모가 25달러보다 높은 30달러에 거래를 시작했고, 총 5억 1,250만 달러를 조달하며 약 6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미국에서 순수 태양광·배터리 시공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한 것은 솔브 에너지가 최초다.


솔브 에너지는 2025년 9월 기준 매출 17억 달러, 순이익 1억 1,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직전 연도 같은 기간의 순이익이 사실상 0에 가까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폭발적으로 개선된 것이다. 수주 잔고는 67억 달러에 달하며, 이 중 93%가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이다. 향후 수년간 일감이 이미 확보된 상태다.


사업 범위도 빠르게 확장 중이다. 2025년 1월 태양광 기초공사 전문 기업 새크라멘토 드릴링을 인수하고, 같은 해 6월에는 고압 송전 전문 기업 스파르탄 인프라스트럭처를 인수했다. 태양광 시공에서 송전망 구축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에너지 인프라 종합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내 독보적 기술력 인정 한화큐셀 & LG에너지솔루션


한화큐셀과 LG에너지솔루션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질문인 ‘미국에서 생산하는가?’에 가장 명확하게 ‘예스’라고 답할 수 있는 비중국 기업이다. 한화큐셀은 조지아주 돌턴과 카터스빌에 북미 최대 규모의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이른바 ‘솔라 허브’를 건설 중이다.


폴리실리콘부터 완성 모듈까지 미국 내에서 자체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며, 이 시설은 미국산 부품 요건을 충족해 45X 세액공제 혜택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마이크로소프트와는 12GW 규모의 8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약 18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단일 기업 간 계약으로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2025년 6월부터 에너지저장장치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 양산을 시작했다. 비중국 배터리 기업 최초의 미국 내 대규모 리튬인산철 생산으로,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던 이 세그먼트에서 비중국 공급망의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 2026년 2월에는 한화큐셀과 5GWh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해 태양광 모듈부터 배터리까지 완전한 미국산 밸류체인을 구현했다.


클리어웨이 에너지가 운영하는 태양광 발전 및 에너지 저장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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