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젊은이들은 왜 결혼을 안 하거나 주저하는 걸까
글 : 김웅철 / 지방자치TV 대표이사, 매일경제 전 도쿄특파원 2026-04-09
일본에서 요즘 저출산 원인을 ‘부부상(像)’의 변화에서 찾으려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30년간 이상적인 부부상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는데, 고용 제도 등 사회 시스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를 초래했고, 혼인의 감소는 고스란히 출산율 저하로 이어졌다’는 것이 ‘부부상 변화론’의 골자다.
결혼 세대가 희망하는 부부상과 저출산의 상관관계에 천착하는 대표적 인물은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아마노 가나코(天野 馨南子) 시니어 연구원.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일본 최대 보험사 일본(닛폰)생명보험이 세운 대표적인 싱크탱크다. 30년 연구 경력의 아마노 연구원의 전공 분야는 인구동태에 관한 제반 사회 문제. 그는 특히 저출산 대책과 여성 활약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저출산 전문가인 아마노 연구원은 일본 저출산의 원흉으로 ‘미혼화(未婚化)’를 지목하면서 기혼자 중심의 육아지원과 고용지원 정책을 비판해 왔다. 그는 2024년 펴낸 <오해투성이 저출산 대책-급감하는 혼인 수를 왜 직시하지 않는가>(원제: まちがいだらけの少子化策: 激減する婚姻になぜ向き合わないのか, 2024.7)라는 저서에서 제대로 된 원인 규명 없는 엉터리 저출산 대책으로 수십 년간 헛돈만 쓰고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그 결과 급격한 인구 감소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아마노 연구원이 그동안 다양한 인구 관련 통계를 분석해 미혼화와 저출산의 상관관계를 찾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출생자 수 감소율과 혼인 건수 감소율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후생노동성의 ‘인구동태조사’를 분석한 데 따르면, 지난 1970년 출생 수와 혼인 건수(초혼끼리)는 각각 193만4000건, 91만5000건. 이 수치가 50년 후인 2023년에는 각각 72만7000건, 35만6000건으로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50년간 출생 수와 초혼 건수가 동일하게 3분의 2(60%)나 줄어든 것이다. 감소율 추세 또한 양쪽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아마노 연구원은 이에 관한 보고서에서 “논에 비료를 잘 주지 못해서 쌀 수확이 60% 감소한 것이 아니라, 지난 50년간 논의 면적이 60% 줄어 그만큼 쌀 수확도 줄어든 것”이라고 풀어 설명했다.

일본 젊은이들은 왜 갈수록 결혼을 기피하는 걸까
아마노 연구원은 매스컴에서 일반적으로 제기되는 ‘젊은 세대의 결혼 의욕이 떨어져 혼인 건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에 “데이터에 기초하지 않은 명백한 오류”라고 비판한다.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출생동향 기본조사(2010년)’에 따르면 18~34세 미혼 남녀의 결혼 의사는 지난 30년간 큰 차이가 없다는 것. 1987년에는 미혼 남녀 각각 92%가 결혼하고 싶다고 했고 2021년에도 남성 81%, 여성 84%로 조금 줄었지만 결혼 의지는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싶어도 못 하는 젊은이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아마노 연구원의 반론이다.
결혼하고 싶은 젊은이들의 의욕을 꺾는 주범은 누구일까. 아마노 연구원은 미혼화의 핵심 요인을 결혼 세대가 희망하는 미래 부부상의 변화에서 찾는다. 특히 이상적 부부상에 대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 차이에 주목한다. 그는 1987년부터 2021년까지 30여 년간의 ‘출생동향 기본조사’(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결혼 세대가 동경하는 부부상의 인식 변화를 추적했다.
먼저 현재 5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인 부모 세대가 젊었을 때 부부 역할에 대한 가치관을 분석해 보니, ‘전업주부’ ‘육아 후 취업’이 미혼 세대가 동경하는 이상적 부부 라이프 코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남성 10명 중 4명이, 미혼 여성 3명 중 1명이 두 항목을 이상적 코스로 꼽았다. 이에 비해 여성 배우자가 육아 기간에도 남편과 함께 일을 지속하는 이른바 ‘맞벌이 코스’에 대한 지지자는 남성 10%(10.5%), 여성 20%(18.5)에 그쳤다.
반면 현재(2021년) 자녀 세대의 생각은 부모 세대와 크게 달랐다. 남성 40%, 여성 3명 중 1명이 이상적이라고 꼽은 부부 라이프 코스는 ‘맞벌이’였고, 부모 세대의 이상향이었던 전업주부형 코스는 남녀 모두 10%를 밑돌았다.
눈에 띄는 점은 전업주부형 코스에 대한 미혼 남녀의 선택이 큰 차이를 보였는데, 전업주부형 코스를 지지한 여성은 13.8%인 데 비해 남성은 6.8%에 그쳤다. 맞벌이 희망은 여성보다 남성 쪽이 두 배 높았다. 그만큼 가정의 경제력을 전담하는 것에 대한 남성의 부담이 크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고 아마노 연구원은 설명했다.

조사 대상을 도쿄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로 좁혀 보면 이상적인 부부상에 대한 젊은 세대의 생각은 더 뚜렷해진다. 2024년 8월 도쿄상공회의소가 ‘도쿄에 취업 중인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 의식조사’를 해 보니 육아기에도 맞벌이를 희망하는 젊은 세대가 전체 평균치(2021년 조사)보다 크게 높았다. 미혼 여성과 남성 모두 맞벌이 지지자가 절반을 넘었고(여성 55.3%, 남성 51.9%), 이 추세는 앞으로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비혼 취업과 무자녀 딩크족 코스를 이상적 라이프 코스로 꼽은 응답도 여성은 4명 중 1명(24.4%), 남성은 15.6%였다. 도쿄 미혼 여성의 사회활동(취업)과 독립생활에 대한 의지가 남성보다 강한 것을 보여줬다.
구시대적 관념에 갇힌 해결책은 상황만 악화
아마노 연구원은 “젊은 세대가 동경하는 부부 역할에 관한 라이프 디자인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사회 시스템이 과거의 가족 형태에 얽매여 있고, 고용주도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젊은 세대는 이상적이지 않은 결혼 코스를 선택하기보다 개인 생활을 우선하는 인생 코스(미혼)를 택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꼬집었다.
아마노 연구원은 부모 세대의 부부상을 롤 모델로 여기는 젊은 세대는 남녀 모두 6분의 1 수준에 그치고, 부모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는다(2021년 ‘출생동향 기본조사’)며, 이 같은 흐름은 이미 20년 전인 2002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의 몸에 맞지 않는 고용 제도 등 과거의 잣대와 가치관을 지속적으로 강요해온 것이 일본의 미혼화를 낳았다”고 일갈했다.
“복지를 늘리면 우리 회사 남성 사원들이 기뻐할 것이다. 그러면 결혼을 생각할 것이고, 기혼 남성 직원도 자녀를 더 낳을 것”이라는 등의 직장 관리직, 경영자 즉 부모 세대의 생각은 큰 오산이라는 얘기다. 남성이 가정 경제의 주요 전력이라는 전제하에 시행되는 남성 직원들만을 상대로 한 소득 상승 정책은 젊은 세대에게 외면받을 것이라는 것이 아마노 연구원의 분석이다.
더구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간병을 하면서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것은 매우 힘든데, 부부 둘 중 한 명에게 경제적 책임이 맡겨져 있는 과거 구조에서는 간병 상황이 오면 둘 중 한 명은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이상의 가족 가치관에 걸맞게 고용 개혁이 추진되어야 하며 가족 내 부부 한 명에게 의존하지 않는 고용 체제를 위한 개혁이 당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는 어떤 형태의 고용 제도를 희망할까
도쿄상공회의소가 ‘도쿄 직장인 18~34세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2024년 8월)에서 결혼과 육아를 전제로 할 때 가장 바람직한 고용 제도는 텔레워크 등 재택근무인 것으로 조사됐다(61.2%, 복수 응답). 탄력근무시간제가 58.5%로 두 번째로 선호하는 고용 시스템이었다.
이 밖에 주 4일제(34%), 시간 단축 근무제(31%), 고용 복리후생(베이비시터·가사대행 지원 등, 19.3%) 등 유연한 일의 방식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마노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연한 일의 방식이 부모 세대의 경우 ‘시간’에 맞춰져 있다면 요즘 젊은 세대는 ‘장소’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음을 정책 당국자나 고용주들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결혼을 희망하는 미혼 세대의 희망에 응답하는 것이 바로 실효성 있는 저출산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김웅철 지방자치TV 대표이사, 매일경제 전 도쿄특파원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同대학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를 받고 상명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 대학 연구원, 매일경제신문 도쿄특파원과 국제부장, 매경비즈 대표, 매일경제TV 국장, 경제tv EBC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법》의 저자로, ‘노인대국 일본’을 주제로 다양한 칼럼과 책을 쓰면서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초고령사회의 모습과 해법에 대해 연구했다. 《복잡계 경제학》, 《대공황 2.0》, 《2014년 일본파산》, 《똑똑하게 화내는 기술》 《아직도 상사인줄 아는 남편, 그런 꼴 못보는 아내》등 다수의 일본 서적을 번역했고, 《연금밖에 없다던 김부장은 어떻게 노후 걱정이 없어졌을까》, 《일본어 회화 무작정 따라하기》를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