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노인이 요양원을 박차고 나간 이유는?
글 : 박창영 / '씨네프레소(영화 속 인생 상담소)' 저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2026-03-16
중년의 어느 날, 영화가 말을 건네왔다 <13화>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포스터 [출처=영화사 빅]](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67/1773047266619.jpg)
![알란은 100세 생일에 양로원 밖으로 탈출을 감행한다. 답답한 양로원 생활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출처=IMDb]](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67/1773047280899.jpg)
-줄거리-
스페인 내전 참전부터 맨해튼 프로젝트 참여까지.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알란은 근현대사의 산증인이 됐다. 100살이 된 그는 이제 답답한 양로원을 탈출해 무작정 떠나게 되는데… 과연 알란의 앞엔 또 어떤 역사가 기다리고 있을까.
![알란은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파란만장한 근현대사의 중심에 있었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절망적인 순간도 있었지만 알란은 그저 살아갔다. [출처=IMDb]](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67/1773047305519.jpg)

우리는 인생의 어느 순간에 지나치게 조심스러워지기도 합니다. 만약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삶이 나쁜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인데요. 때때로 갈림길에서 고민하다가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죠. 이 영화는 신중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조언입니다. 인간은 결론을 모르는 채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죠.
알란은 어릴 때부터 걱정하는 대신 행동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남긴 유언에 따라 살아간 것이죠. 알란은 ‘이런 일이 왜 나에게 일어났지’라며 좌절하지 않습니다. 자기 앞에 펼쳐진 환경에 맞게 최선을 다해 움직일 뿐입니다. 의지할 곳 없었던 그는 남에게서 주어지는 조언을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역사를 써 내려갔습니다. 자기로 살아본 사람은 자기밖에 없으니까요.
![알란은 얼떨결에 스탈린을 만나기도 한다. 영화는 농담 같은 전개 속에 질문을 던진다. 사실 역사에 필연은 없는 게 아닐까. [출처=IMDb]](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67/1773047337475.jpg)

영화에는 행동파인 알란과 정반대로 살아가는 남자가 나옵니다. 그의 이름은 베니인데요. 식이요법부터 경제학, 약리학에 기업 인사정책까지 폭넓게 관심을 갖습니다. 18년간 무려 920학점을 따며 수많은 분야를 공부했죠. 그는 “알고 싶은 게 많아서 나도 미치겠다”며 자신의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은근히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런 삶의 자세는 베니가 광범위한 영역을 ‘거의 다’ 알게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온전히 파고들진 못했죠. 좋게 말하면 궁금증이 많은 것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는 우유부단하게 살아왔을 뿐인 것입니다. 결단하지 못하는 그의 태도를 꼬집는 건 최근 호감을 갖게 된 여성 구닐라인데요. 관심의 확장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는 조언입니다. 수만 가지 가능성에 모두 열려 있는 인생은 결국 그 어떤 가능성도 실현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자기 때문에 대소동이 일어난 와중에 알란은 호수에서 수영한다. 그는 고민해 봤자 바뀌지 않을 상황을 두고 심각해지지 않는다. [출처=IMDb]](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67/1773047373148.jpg)

영화에서 주인공 알란을 하필 100세 노인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대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새롭게 무언가를 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여겨지는 연령이죠. 양로원에서 준비해준 100살 생일 케이크를 먹으며 남은 날을 편하게 마무리하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되는 나이입니다.
그렇지만 알란은 계속해서 도전합니다. 늘 자기 상황을 더 낫게 하기 위해 결정하고 움직이죠. 그저 수영하기도 하고요. 때로 아주 위험해 보이는 모험도 합니다. 그렇게 알란은 100세의 하루하루도 청년기의 매일매일과 마찬가지로 알차게 채워갑니다. 영화 속에서 그보다 훨씬 젊은 사람들이 별 의미 없는 나날을 보내다가 죽어가는 도중에도 말이죠.
당장 몇 초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젊은이와 100세 노인은 차이가 없습니다. 적어도 그 점에서 만큼은 우리 모두 공평한 셈이죠. 그렇기에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보다 충만하게 만들기 위한 행동이 필요한 시점 아닐까요. 고민과 계산만 하다 끝내기엔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볼 수 있는 OTT(3월 3일 기준): U+모바일tv+
박창영 '씨네프레소(영화 속 인생 상담소)' 저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14년부터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일해 왔다. 매경닷컴에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OTT 영화를 리뷰하는 코너 '씨네프레소'를 연재하고 있으며 동명의 책을 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