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의 안전성은 보증금의 크기에 비례할까?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실버타운의 안전성은 보증금의 크기에 비례할까?

글 : 이지희 /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2026-03-03

우리나라 실버타운의 보증금은 매우 다양하다. 수도권 외곽의 일부 시설은 1억 원 안팎에서 입주가 가능한 시설도 존재하지만, 서울 도심의 고급 실버타운은 수십억 원에 이른다. 격차는 몇 배가 아니라 수십 배다. 이처럼 보증금 차이가 커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나의 인식이 자리잡는다. 비싸면 안전하고, 저렴하면 불안하다는 생각이다. 


실버타운의 안전성은 보증금의 크기에 비례할까?



보증금 상한선이 깨지다


국내 실버타운 시장의 보증금 상한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때 ‘가장 비싼 실버타운’의 기준으로 언급되던 곳은 서울 광진구의 더클래식 500이었다. 그러나 최근 서울 마곡지구에 들어선 VL르웨스트가 등장하면서 보증금 규모는 한 단계 더 올라갔다. 


2026년 기준 VL르웨스트 입소 보증금을 살펴보면 149m2타입의 최저 보증금은 22억 5,200만 원, 최고 보증금은 23억 3,100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더클래식 500의 보증금이 10억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한선이 두 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더 나아가 서울 한남동 일대에는 보증금 50억 원 수준의 초고가 실버타운이 계획되고 있다. 하이엔드 실버타운의 가격의 기준이 계속 새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50억을 넘어섰다.


가격의 상한선이 높아지는 흐름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일본 도쿄 도심에도 2024년, 입주 일시금이 50억 원을 넘는 초고가 유료노인홈이 등장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파크 웰스테이트 니시아자부다. 이 시설은 미쓰이부동산이 만든 유료노인홈으로 최대 입주일시금이 54억 원 수준에 이르며 월 생활비도 530만 원에 달한다. 일본에서도 극히 일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시장이다. 


파크 웰스테이트 니시아자부의 경우 입주 일시금은 120개월에서 360개월, 즉 10년에서 30년에 걸쳐 상각되는 구조다. 퇴거할 때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우리나라와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초기 20%를 상각하고, 나머지 금액은 거주 기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소멸된다. 일정 기간 내 퇴거할 경우 잔여 상각분은 반환되지만, 보통 일본의 경우 건강할 때 입주하여 생을 마감할 때까지 생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장기 거주를 전제로 설계된 구조라는 점은 분명하다. 일본에서는 고액의 일시금이 단순한 ‘보증금’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비용화되는 구조로 운영된다. 


파크 웰스테이트 니시아자부 - 개호형 유료노인홈


우리나라의 경우 보증금은 자산이 아니라 ‘부채’


우리나라 실버타운의 보증금은 겉으로 보면 큰 금액의 현금 유입처럼 보인다. 그러나 회계상으로는 수익이 아니라 부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실버타운은 전세와 유사한 구조이기 때문에, 입주자가 퇴거할 경우 이를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금은 실제로 유입되기 때문에, 일정한 입주율이 유지되는 구조에서는 이 보증금이 운영 자금으로 활용되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형성한다. 기존 입주자가 퇴거하더라도 곧바로 새로운 입주자가 들어오면 신규 보증금으로 반환이 가능하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문제는 공실이 늘어날 때다. 입주자 모집이 원활하지 않거나 장기간 공실이 발생하면, 반환해야 할 보증금을 내부 자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이때부터 현금 흐름에 압박이 생긴다. 관리비〮인건비〮식자재비 등 고정비는 계속 발생하는데, 신규 보증금 유입이 줄어들면 수지 구조는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결국 실버타운의 안전성은 보증금의 크기에 달려 있지 않다. 50억 원의 보증금이라도 입주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운영이 가능하다. 반대로 1억 원의 보증금이라도 공실이 지속되면 재무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핵심은 보증금의 가격이 아니라 입주율을 유지할 수 있는 운영 역량과 재무 구조다. 



실버타운의 보증금은 규모에 따라 시설의 위상을 상징하는 지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보증금의 많고 적음이 곧 시설의 안전성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높은 보증금이 안정성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도 아니며, 낮은 보증금이 곧 위험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보증금은 그 자체로 시설의 재무 건전성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실버타운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입주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운영 역량과 재무 구조, 그리고 장기적인 관리 체계다. 가격은 그 구조의 일부일 수는 있지만, 판단의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 


결국 실버타운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은 보증금의 크기가 아니라, 그 보증금이 어떤 구조 위에서 운영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실버타운 선택의 핵심은 ‘보증금이 얼마짜리인가’가 아니라 이 구조가 10년, 20년 뒤에도 유지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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