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한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자율주행 기술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한다?

글 :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2025-12-17

한국은 전례 없는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65세 인구 비중은 곧 20%를 넘어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2040년에는 세계 평균 3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모빌리티 분야는 이미 그 영향을 직접 느끼고 있다. 


서울시 택시기사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이며, 지방의 버스 노선은 승객이 아니라 운전할 기사가 없어 폐지되는 사례도 속출한다. 운전자부족으로 버스 노선 32개가 사라진 일본 후쿠오카 사례가 더 이상 바다 건너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령 운전자와 교통 서비스 인력의 급감은 모두의 이동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도 대두되고 있다.한국의 맥락에서 자율주행 기술은 단순 첨단기술이 아니라 고령화 시대의 교통 공백을 채울 해결책으로 바라봐야 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수용성은 큰 과제이다.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신뢰와 공감이 필수이다. 자율주행 시대가 눈앞이라고 하지만, 기술보다 사회적 수용성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호주 캔버라의 자율주행 실험


기술적 완성도보다 사회적 수용성에 초점을 맞춘 행보는 해외 여러 곳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호주 캔버라도 그 중 하나이다. 2019년 호주 수도특별구 정부와 캔버라대학교는 70대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부분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실시했다. 테슬라 차량의 자동주행(오토파일럿) 기능을 활용하여 노년 운전자들이 일정 구간에서는 조항과 속도 유지를 자동차에 맡기는 경험을 하도록 한 것이다. 


실험의 목표는 고령 운전자가 자율주행 기능을 어떻게 배우고 받아들이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참가자 모두 도로 주행도 직접 해보고 싶다고 응답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필요시 언제든 운전대를 잡을 준비는 신체의 노화에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반응속도가 나이와 함께 조금씩 느려질 수밖에 없지만, 반자율주행차의 도움을 받으면 운전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캔버라 정부가 자율주행 시험을 실시한 이유는 분명하다. 운전이 어려워진 노인, 특히 외곽 거주노인의 심화되는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해서다. 차가 없으면 종교활동을 할수도, 장을 보러 갈수도 없는 탓에 사회와 단절되기 쉬운데, 이들 노인들의 이동할 자유를 돌려주고자 하는 목표였다. 


이동성이 보장되면 활동과 교류가 늘어 정신적 즐거움이 커지고, 병원 접근도 수월해져 건강과 수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자들의 분석도 존재한다. 캔버라 정부의 시각은 자율주행기술을 노년의 자유를 위한 도구로 삼겠다는 것이다. 물론 주 정부 입장에서는 시민의 안전 확보라는 추가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령 운전자가 많아지면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진만큼 자율주행 기술로 이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캔버라의 실험은 아주 작은 범위지만, 그 시사점은 작지 않다. 신기술을 도입할 때 민간기업의 이익이나 첨단 이미지보다 사회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출 때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점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사회구성원이 공감하지 못하거나 의심하면 현실에서 구현될 수 없다. 자율주행 기술은 그 자체로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지만, 특히 고령층에서 그 의구심이 훨씬 높다. 


미국의 한 조사에서 60세 이상 인구의 자율주행 탑승 의향은 20% 남짓에 불과했고, 로보택시가 실제 운행 중인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승객 중 노인 비율은 6%에 불과하다. 기술 불신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기술에 대한 불신은 기술이 사회에 주는 가치를 이해할 때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진은 자율주행차가 취약계층의 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제공되자 대중의 인식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상이 실험으로 확인됐다. 


자율주행차 도입에 긍정으로 답한 응답자 비율이 사회적 가치 시나리오를 제시한 후 26%에서 50%로 뛰어오른 것이다. 기술의 사회적 효과를 강조하니 수용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기술의 사회적 가치를 체감한 노년층은 자율주행차를 두려워하기보다 나에게 꼭 필요한 기술로 인식하게 되었다. 노인 스스로 뿐만 아니라이들의 가족과 지역사회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 아이치현의 한 마을에서는고령자 이동 지원을 위한 자율주행 실증실험 이후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수용도가 높아져 무인셔틀을 장보기나 병원 이동 등에 활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 중이다. 이렇듯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자울주행의 도입은 지역사회 전반의 신뢰를 쌓으며 기술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양한 국가들의 노력


‘고령자 이동’이라는 사회문제 해결에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하는 국가는 호주만이 아니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는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자율주행 셔틀 시범사업을 도입하기로 결정 했다. 영국 등에서도 은퇴자 커뮤니티를 돌며 저속 자율주행셔틀을 운영하여 노인들의 외출하고 사회와 교로하도록 돕는 서비스를 시험했다. 셔틀은 최대 4명이 함께 타는 전기차로 설계되어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는 새로운 이동수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시험사험에 참여하는 베이비부버 세대들은 가족에게 의존하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통해 개인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고령인구를 가지게 될 국가이다. 중국은 30년 후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러한 맥락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인구고령화 문제를 해결한 ‘노아의 방주’라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물류분야에서의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자율주행 트럭 도입으로 부족한 장거리 화물차 기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국가들이 노동력 감소나 돌봄인력 부족 등 사회·경제 전반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자율주행 활용 전략을 통해 기술 도입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리아나 마추카토 교수 저서 ‘미션 이코노미’



미션 이코노미와 자율주행


결국,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첨단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려면, 시장(민간 이익)이 아니라 미션(공공의 목표)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마리아나 마추카토 교수는 ‘미션 이코노미’에서 정부와기업이 달 착륙과 같은 대담한 목표를 공유하고 협력함으로써만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정부가 더 이상 시장실패를 바로잡는 시장 조력자가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의 미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나 불평등, 고령화 같은 거대한 도전은 시장에만 맡겨둔다고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난제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고 민간과 시민사회의 폭넓은 참여를 이끌어내는 ‘미션 지향 혁신’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공공의 목표를 중심에 두고 혁신을 조직할 때에만 사회 전체의 지지를 얻는 변화가 가능하다는의미다.


자율주행 기술도 마찬가지다. 미션 이코노미 관점에서 접근할 때 사회적 신뢰 확보가 가능하다.


기술 그 자체보다 ‘이 기술이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인가?’를 분명히 할 때 시민들은 열린 자세로 다가간다. 자율주행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이들이 안전성을 우려하며

불안해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일수록 완전자율주행(레벨 5) 차량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가 낮고, 부분 자동화(레벨2) 정도를 가장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오히려 새로운 기술일수록 사회적 수용성이 낮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고령자에게 이동 자유를 준다’는 뚜렷한 가치를 앞세워 접근할 경우 결고가 달라진다. 해외 사례에서 살펴봤듯, 일단 기술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이면 거부감은 빠르게 수그러든다. 오히려 처음에 망설이던 노인들이 앞장서서 기술이 상용화되길 바라며 적극 체험에 나서고, 언론도 ‘노년의 자유를 위한 실험’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소개한다. 캔버라나 일본 시골에서는 자율주행 버스가 느리거나 가끔멈추더라도 노인들을 돕기 위해 애쓰는 기특한 버스라며 이를 용인한다. 자율주행 기술의 ‘사회적 선(Social Good)’이 기술적 결함을 덥어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회적 신뢰가 가져올 선순환


고령자를 위한 미션 중심 도입 전략은 자율주행 기술 전반의 사회적 수용성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역할을 할 것이다. 노년층과 그 가족들의 신뢰에서 시작되어 입증된 성과는 다른 연령층도 혜택을 누릴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잇다. 고령층 대상 서비스로 시작된 자율주행 셔틀이 향후 장애인,청소년, 임산부 등 교통약자 전반의 이동수단이 된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이미 기술에 대한긍정 여론과 사회적 역할이 형성된 후라면 민간이 일반 상업용 자율주행 택시나 물류에 해당 기술을 투입하더라도 큰 사회적 반발은 줄어들 것이다. 사람들은 이 기술이 이로운 방향으로 쓰일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시대를 여는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미션에 있다. 눈앞의 이익이나 속도 경쟁에만 몰두하기보다 고령자 이동권 보장처럼 우리 공동체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 먼저 집중할 때 자율주행 기술이 단단한 사회적 신뢰 위에서 확산될 수 있다. 


달 탐사를 넘어 지구의 문제를 풀자는 ‘미션 이코노미’ 정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자율주행차는 어떻게사회에 통합하느냐에 따라 도로 위의 휴이가 될수도, 고립된 이들을 세상과 다시 연결하는 따듯한 손길이 될수도 있다. ‘돈’이 아닌 ‘사람’을 향해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혁신이 구현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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