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창업, 오래 지속가능하려면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은퇴 후 창업, 오래 지속가능하려면

글 : 신미화 /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 2026-01-21

일본에서 ‘라이프스타일 창업’이 조용한 흐름에서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10년을 전후해 뉴질랜드·호주 관광업 종사자들에 의해 제창된 개념이지만, 지금은 영국·미국 서부로 퍼지며 세계적 관심을 끄는 중이다. 핵심은 단순하다.


“가볍게 일하고, 적당히 벌고, 오래 지속하는 삶.”



일본에서 이 개념을 학문적으로 정리하고 사회에 소개한 대표 연구자가 바로 도쿄도립대학 대학원 경영학연구과의 다카하시 미사노리 부교수(高橋勅徳)다. 그는 수년간 IT창업가의 ‘극단적 열정→성과→붕괴’라는 사이클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급성장 과정에서 가정이 깨지고, 상장을 눈앞에 두고도 회사가 무너지는 사례를 수없이 본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왜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창업을 하면서, 정작 행복을 잃어버릴까.”


이 질문 끝에 그는 인간에게 지속 가능한 이상적 창업은 ‘라이프스타일 창업’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저서 <라이프스타일 창업>



“이 나이에 창업을?”에서 “이 나이니까 더 잘 할 수 있는 창업”으로


한국과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다. 평균수명은 길어졌지만 정년은 여전히 60세 근방에 묶여 있다. 그 때문에 많은 시니어가 다음과 같은 불안을 털어놓는다.


“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이 없으니 하루가 너무 길다.”

“사회와의 연결이 끊어진 느낌이다.”


해결책 중 하나가 ‘창업’이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반응한다. 


“이 나이에 가게 임대하고, 인테리어 투자하고, 대출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러나 다카하시 교수의 관점은 완전히 다르다.


“시니어에게 꼭 필요한 창업은, 작고 가볍고 오래 가는 창업입니다.”


그는 벤처 창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삶의 질을 우선에 둔 ‘라이프스타일 창업’이다.


토크 이벤트 중인 다카하시 교수



라이프스타일 창업이란 무엇인가

― 성공보다 ‘삶의 질’을 먼저 묻는 창업


다카하시 교수는 라이프스타일 창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가족·취미·생활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창업. 특별한 자본도 스킬도 크게 필요 없으며, 위험과 투자를 최소화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새로운 일 방식입니다.”


세 가지 원칙은 명확하다.

  • 저투자 : 가급적 빚을 지지 않는다.
  • 저성장 : ‘10배 성장’ 같은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 저관여 : 하루종일, 주 5일 일하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다.

즉, ‘크게 벌지 않아도 좋으니, 몸과 마음을 해치지 않고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것이다.

전통 창업은 매출·이익·점포 수를 기준으로 삼지만, 라이프스타일 창업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 생활비의 20~30%를 보탤 수 있는가?
  • 70~80세에도 무리 없이 지속 가능한가?
  • 가족·취미 시간을 해치지 않는가?

대답이 “예”라면, 그 창업은 이미 성공에 가깝다.



시니어가 창업에서 실패하는 이유

― “돈을 많이 들이는 가게 창업”은 가장 위험하다


한국·일본 모두 시니어가 가장 많이 도전하는 업종은 카페·식당 등 외식업이다. 그리고 가장 빨리 실패하는 업종도 외식업이다.

다카하시 교수는 단언한다.


“시니어에게 투자형 창업은 거의 금지에 가깝습니다.”


초기투자·임대료·인건비는 노후 자금을 한 번에 잠식하기 때문이다.


시니어가 흔히 빠지는 함정은 다음과 같다.


  • 오픈 전부터 간판·인테리어에 큰돈을 쓴다.
  • 회사처럼  ‘조직’을 만들려 한다.
  • 직원부터 뽑고 시작한다.


이는 젊을 때 대기업·중견기업에서 쌓은 관리 경험이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인다.


반면, 라이프스타일 창업의 핵심은 정반대다.


“나 혼자, 최소 비용으로 시작해서, 매달 조금씩 플러스가 나면 성공입니다. 은행이나 컨설턴트와 관계를 가질 필요가 없어요. 무엇보다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 일한다는 원칙이 중요합니다.”


특히 시니어에게 그는 이렇게 권한다.


“초기투자는 거의 0원으로 시작해서 일을 시작한 이튿날부터 현금수입이 들어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좌) 저서 <좋아하는 일로 연간 1억 벌기> / (우) 저서 <결혼 전략>


일본에서 이미 확산 중인 “작게, 길게, 행복하게” 일하는 시니어들


다카하시 교수의 연구에서 등장하는 실제 사례는 다음과 같다.



① 60대 전직 은행원의 ‘대출서류 코칭’


한 남성은 은행 법인영업을 오래 담당한 뒤 60세에 퇴직했다. 그는 자신이 수십 년 동안 해온 일을 이렇게 바꾸었다.


“은행이 좋아하는 대출 서류를 중소기업 사장들에게 코칭해 주는 일”

· 대출 심사에서 무엇을 보는지,

· 어떤 재무제표 설명이 설득력 있는지,

· 프레젠테이션에서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지.


이 노하우를 정리해, 온라인·오프라인 상담(1회 1~2시간)으로 제공한다.

초기 투자는 거의 0원 (노트북 한 대, 홈오피스)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예전 월급에 비하면 작은 돈이지만, 지금의 자유와 비교하면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② 60대 지식재산(특허) 전문가의 ‘지식 1인 기업’


또 다른 사례는 대기업에서 지식재산(특허)을 담당하던 60대 남성이다.

중소기업들은 특허·상표를 관리할 사람이 없지만, 막상 변리사를 쓰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그는 주 1~2회, 3시간씩 중소기업에 방문하여 지식재산 포트폴리오 점검, 출원 전략 자문을 해준다. 

이 역시, 초기 투자는 0원이며, 필요 인력은 본인 1인이다. 


“평일 중 이틀만 바쁘고, 나머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그의 말은 라이프스타일 창업의 모범 답안처럼 들린다.



③ 은퇴 교수의 ‘시민대학・독서모임’


대학교수를 지낸 A씨는 정년퇴직 후, 지역 시민센터의 프랑스 철학 강좌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학생도 아닌데 누가 들을까” 생각했지만, 막상 강좌를 열어보니 30~40명이 모였다. 그는 이후 다음과 같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월 2회 철학・인문학 강좌, 월 1회 소규모 독서모임, 비정기 공개 강연으로 

한 달 총수입은 50만~70만 원 정도. 하지만 그는 “돈보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삶의 의미를 다시 찾은 것이 더 크다”고 말한다.


④ 지역밀착 ‘생활 도우미・심부름 서비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가장 안정적인 모델 중 하나가 지역밀착형 생활도우미, 일명 ‘御用聞き(고용키키)’ 서비스다.

  • 전구 갈아주기
  • 가구 옮겨주기
  • 스마트폰 설정 도와주기
  • 장보기 동행, 은행 업무 동행

고정 고객이 20~30가구만 되어도 월 100만 원 정도의 현금 흐름이 생긴다.

중요한 점은,‘특별한 스킬’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지역에서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보람이다.

이런 형태의 일은 한국의 많은 60~70대에게도 충분히 재현 가능하다.


(좌) 저서 <기업가도감> / (우) 저서 <불법과 합법 경계형 기업가정신>



한국에서 라이프스타일 창업이 뿌리내리기 위해 필요한 조건


한국의 시니어가 라이프스타일 창업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화적・제도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① ‘열심히 해야 성공’이라는 신화를 내려놓기


한국은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메시지를 오래도록 반복해 왔다. 그러나 인생 후반부에는, 열심히 하기보다 오래가기 위한 전략이 더 중요하다.

“죽도록 고생해서 대박 내는 창업”이 아니라,

“조금씩 꾸준히 플러스가 되는 활동”을 

성공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② “투자형 창업” 말고 “지식・경험형 창업”으로


퇴직금을 털어 점포를 마련하는 창업이 아니라, 자신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시간과 신뢰를 활용하는 창업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전직 교사의 학습코칭

・전직 은행원의 금융 상담

・주부 경력 30년의 살림・정리 노하우 강좌

・지역 어르신 대상 스마트폰 교실

이런 형태의 비즈니스는, 지금 한국에서도 이미 여기저기에서 싹이 트고 있다.



③ 지역과 시니어를 잇는 플랫폼의 등장


일본에는 시니어와 지역의 일을 연결해 주는 NPO, 사회적 기업, 지자체 프로그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자체 평생학습관, 노인복지관 등이 시니어의 소규모 창업·강좌·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으로 발전한다면, 라이프스타일 창업은 훨씬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세미나 중인 다카하시 교수


80세가 되어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을, 지금부터 설계한다.


시니어에게 창업은 경쟁이 아니라, 인생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건강이 조금 떨어져도, 젊을 때만큼 체력이 없어도,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작은 가치를 건넬 수 있는 일.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순간부터, 라이프스타일 창업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필요한 것은

‘크게’가 아니라 ‘오래’.

‘성장’이 아니라 ‘지속’이다.

자신의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자신의 나이에 맞는 속도로 이어갈 수 있는 일.

바로 그것이 일본과 한국이 함께 모색하고 있는,

초고령 사회의 ‘행복한 노후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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