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것 같은 내 인생, 아들도 그렇게 생각하면 어쩌지
글 : 박창영 / '씨네프레소(영화 속 인생 상담소)' 저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2026-01-20
중년의 어느 날, 영화가 말을 건네왔다 <11화>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포스터 [제공=플랜B엔터테인먼트]](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64/1768275183340.jpg)
![브래드는 잘 나가는 동창생들과 자기 삶을 비교하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제공=플랜B엔터테인먼트]](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64/1768275266323.jpg)
-줄거리-
브래드(벤 스틸러)는 어느 날 문득 자기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동창들이 저명인사가 돼 승승장구하는 동안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자신은 유명하지도 않고 돈도 못 버는 초라한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그러다 대학 진학을 앞둔 아들이 하버드 대학교에 갈 정도로 학업 성적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이 좋아지지만, 한편으로는 아들이 각종 성취를 거둔 뒤 아버지를 무시하게 될까 봐 걱정하게 된다.
![브래드는 아들과 대학 투어 중이지만 아들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 그의 머릿속엔 동창들에 비해 자기 인생이 얼마나 볼품없는지에 대한 생각이 가득하다. [출처=IMDb]](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64/1768275240514.jpg)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비영리단체 일에 투신한 브래드는 언젠가부터 자기 인생을 평가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자기와 함께 일하던 직원이 일을 그만두며 “내가 많이 벌어서 기부하는 게 낫지 남들에게 기부하라고 쫓아다니긴 싫다”는 말을 했을 때부터인데요. 자기 인생을 부정당한 듯한 기분에 그는 그야말로 땅굴을 파고 들어갑니다. 굳이 동창생들의 SNS를 찾아보며 열등감에 괴로워하는 건 그 단편적인 모습이죠.
본인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노후 대비는 턱없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고, 자신과 함께 식사하는 이웃들도 시시해 보입니다. 늘 자신을 지지해주는 아내마저 원망스럽게 느껴집니다. 작은 것에도 만족하는 아내의 성향 때문에 자기가 발전할 기회를 뺏겼다고 화살을 돌리는 것이죠. 주변에 책임을 전가하는 브래드의 모습은 타인을 탓하는 태도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자기에게 불만족하는 사람은 애먼 곳에 불평하기 쉽다는 것이죠.
![아래로 자꾸만 가라앉던 브래드의 기분은 일순간 고양된다. 아들이 하버드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을 정도로 학업 성적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시 걱정에 휩싸이는데, 아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쟁취한 뒤 아버지를 깔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올라서다. [출처=IMDb]](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64/1768275298959.jpg)

아들 트로이가 갈 만한 학교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 북동부를 여행하던 브래드는 갑작스레 들뜨게 됩니다. 트로이가 하버드 대학교에 진학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우등생이라는 점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들을 통해 자기 삶을 보상받는 꿈을 꿉니다. 브래드의 상상 속에서 트로이는 이미 하버드를 졸업한 뒤 승승장구하며 부모에게 효도하고 있죠.
그러나 곧 다시 우울해지는데요. 부와 명예를 거머쥔 아들이 아버지를 무시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쳤기 때문입니다. 외려 비참한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고 걱정하죠. 이건 자존감이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줍니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사람은 자식의 성공에 있는 그대로 기뻐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브래드는 대학 투어를 하던 도중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아들이 창피할 만한 상황을 만든다. [출처=IMDb]](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64/1768275328101.jpg)

브래드는 트로이와 함께 대학을 돌아다니는 동안 내내 불안해하며 수차례 부끄러운 상황을 만듭니다. 면접 일정을 착각한 트로이를 남들 앞에서 혼내는가 하면, 아들의 친구에게 부적절할 정도로 솔직한 말을 하기도 하죠. 아버지가 왜 이토록 불안정해 보이는지 궁금해하는 아들에게 브래드는 고백합니다. 타인이 자기를 패배자로 볼까 봐 두렵다고요.
트로이는 아빠에 대한 자기 의견을 들려주겠다고 하는데요. 브래드는 꽤나 긴장하는 표정입니다. 아들마저도 자신의 삶을 별것 아니라고 평가할까 봐 걱정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브래드의 삶이 훌륭하다거나 부족하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자기는 아빠를 사랑한다는 것이었죠.
이 영화는 자기를 평가하는 기준을 어디에 둘지 묻습니다. 브래드의 삶에는 늘 가치가 있었고, 주변에는 그것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그런데 브래드는 자기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너무 큰 가점을 부여해왔습니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의 채점표를 기준으로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겼죠. 자기도 괴로워지고 주변 사람도 피곤하게 만드는 선택이었습니다.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의 시선을 존중하고, 또 나도 그들 삶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것. 그건 객관적인 성취를 만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를 볼 수 있는 OTT(1월 5일 기준): 티빙, 웨이브, 왓챠, U+모바일tv
박창영 '씨네프레소(영화 속 인생 상담소)' 저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14년부터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일해 왔다. 매경닷컴에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OTT 영화를 리뷰하는 코너 '씨네프레소'를 연재하고 있으며 동명의 책을 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