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후에도 그들이 일하는 이유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65세 이후에도 그들이 일하는 이유

글 : 신미화 /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 2025-12-29


정년 후의 당신은 어떤 모습일까.


노후에 대한 막연한 불안, 연금만으로는 부족한 가계, 사회와의 단절──


많은 사람들이 이런 걱정을 품고 있다. 그 불안을 향해, 조용하지만 단단한 언어로 답을 건네는 연구자가 있다.


리크루트워크스연구소(リクルートワークス研究所)의 사카모토 타카시(坂本貴志) 연구원이다.그는 후생노동성·내각부·미쓰비시종합연구소를 거쳐, 노동정책과 고령자 고용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일본의 대표적 전문가다. 정부 통계와 현장의 목소리를 면밀하게 수집하고, 숫자와 이야기를 오가면서 ‘100세 시대의 일하는 방식’을 꾸준히 그려 왔다.


진짜 정년 후 - 작은 일이 일본 사회를구한다 / 정년 후의 일자리 도감


저서 『정년 후의 일자리 도감』에서 그는 일본의 ‘일하는 시니어’ 64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100개의 직업을 소개했고, 『진짜 정년 후 ― 「작은 일」이 일본 사회를 구한다』는 10만 부가 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사카모토 연구의 밑바탕에는

“누구나 나이에 상관없이 사회의 일원으로 기여하길 바란다”

는 확고한 신념이 자리잡고 있다.



“정년”이라는 경계가 사라지는 사회


과거 일본에서는 60세 정년은 곧 ‘회사 인생이 끝’을 의미했다. 그러나 지금 사회는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달라지고 있다.

사카모토 씨가 제시하는 커리어의 3단계는, 이 변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커리어의 3단계


특히 중요한 것이 바로 스테이지 3, 즉 ‘작은 일’의 단계다. 

노후 파산이 불안하다고 해서, 평생을 자산 형성에만 몰두할 필요는 없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되, 정년 후에도 자신에게 맞는‘작은 일’을 이어가며 일하는 것. 사카모토 씨는 이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예전에는 60세에 모두 일괄적으로 고용이 끝났지만, 지금은 재고용 제도, 위탁 계약, 부업 등 다양한 방식이 생기면서 70세, 80세까지 일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이제 정년은 더 이상 “끝”이 아니다. “새로운 일의 시작”이자 “자신을 다시 디자인하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월 10만 엔의 희망 ― 작은 일이 삶을 지탱한다


총무성의 최신 조사(2025년 9월 15일 발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취업자는 930만 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65~70세 미만의 취업률은 50%를 넘어섰다.

65세 이상 임원을 제외한 고용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76.9%. 즉, 일본 시니어의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계속 일하고 있는 셈이다.


사카모토 씨는 이렇게 말한다.


“노후에는 현역 시절과 같은 소득을 바라지 않아도 됩니다. 스스로 10만 엔만 벌어도 가계에는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중요한 건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희망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일이다.


・슈퍼마켓 진열

・학교 급식 조리 보조

・지역 도시락 배달·포장 지원


이 일들에는 특별한 자격이 꼭 필요하지 않다. 주 2〜3일만 일해도 사회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나에게 맞는 일’,‘내 삶에 맞는 사이즈의 일’이다. 일하니 사람을 만나고, 몸을 움직이니 건강해지며, 누군가에게 필요로 되니 마음이 충족된다. 작은 일은 단순한 수입원이 아니다. 사람을 다시 사회로, 그리고 삶의 중심으로 연결해 주는 장치다.



“직책”이 아니라 “역할”로 사는 것


정년 후 많은 사람이 혼란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직책의 상실’ 때문이다. 회사를 떠나는 순간, 자신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리는 것 같은 감각이 찾아온다.



사카모토 씨는 말한다.


“특히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분일수록 은퇴 후의 공백이 크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직책’이 아닌 ‘역할’로 살아간다는 발상이 필요합니다.”


그는 방위성(防衛省) 간부로 일하던 한 남성의 사례를 소개한다. 퇴직 후 그 남성은 학생 기숙사 관리인으로 새 일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학생들에게 인사하고, 정원을 정리하고, 짧은 대화를 나누는 일상 속에서 그는 깊은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젊은이들과 관계를 맺고, 누군가에게 필요로 되어주는 것이 큰 보람이 되고 있어요. 지금이 가장 일을 즐기고 있다고 봅니다.”


‘직책’은 사라져도, ‘역할’을 얻는 순간 사람은 다시 사회의 일원이 된다. 사카모토 씨는 이런 사례가 “정년 이후의 전형적인 행복 모델”이라고 말한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년 후에는 ‘작은 일’을 하나의 유력한 선택지로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것은 정년 이후에 찾아오는 ‘새로운 자유’의 시작이기도 하다.



일하는 고령자가 일본 사회를 지탱한다


일본에서 정년 후에도 일하는 시니어가 급격하게 늘어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① 연금 제도의 지속성 약화

노후 생활을 지키기 위해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수단이 되고 있다.


② 기업의 인력 부족 심화

“사람을 확보하지 못해 도산하는 회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중소기업일수록 시니어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생존 조건이 될 것입니다.”

지방 관광업, 돌봄 현장에서는 70대 직원이 핵심 전력인 경우도 적지 않다.


시니어는 이미 일본 사회를 떠받치는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사카모토 씨는 단언한다.


“시니어가 조금씩이라도 계속 일하는 것이 일본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지탱합니다.”


일한다는 것은 개인의 삶의 보람일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를 살리는 힘이 되기도 한다.



“마음의 준비”는 40대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정년을 앞둔 40〜50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사카모토 씨는 “마음가짐을 미리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 갑자기 일할 의욕이 완전히 사라지는 분이 많습니다. 특히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분일수록 충격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일찍부터 ‘은퇴 후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인

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준비를 들 수 있다.


・현역 시절부터 지역 활동·봉사에 참여해 보기

・자격 취득이나 부업으로 ‘두 번째 나의 자리’를 하나 만들어 두기


“일의 형태는 바뀌더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평생 변하지 않습니다. 그 마음을 꾸준히 간직한 분일수록 정년 후에도 행복하게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그는 구체적인 자산・연금 점검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먼저 자신의 연금 수령액이 어느 정도가 될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년 후 가계 흐름을 가늠해 보면, 어느 정도의 추가 수입이 필요한지, 그 수입을 위해 얼마나, 어떻게 일할지 설계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현역 시절부터‘어떤 일이라면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취미나 지역 활동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면, 그 경험을 살린 일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러한 준비가 정년 후의 ‘행복지수’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어떤 일이라면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오늘도 한번 가 보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정년 후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카모토 씨는 정년 후의 행복을 위해 “미리 그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역 시절에는 높은 소득을 얻기 위해 스트레스가 큰 일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정년 후에는 ‘많이 벌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그만큼 일을 선택할 자유가 커집니다. 저는 이 변화가 곧 정년 후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강조한다.


“정년 후의 일은 단순히 수입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충실함을 채워주는 일이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필요로 되고, ‘고맙다’는 말을 듣는 순간, 사람은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농산물 직거래 매장에서 야채를 정리하는 전직 은행원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전직 기술자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는 전직 비서


승진과 실적 경쟁에서 벗어난 세계에서, 그들은 다시 한 번 빛나고 있다.


“사회적 연결은 행복지수를 높이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고령자들이 일을 통해 사람과의 접점을 유지하는 것은 삶의 보람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는 남녀 모두가 지역사회로 돌아가 ‘작은 일’을 꾸준히 이어가는 모습이 점점 일반적인 노후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일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기쁨’으로 귀결된다.


일본 경제의 진실



「작은 일」이 일본을 구하고, 한국에 길을 제시한다


사카모토 씨는 힘주어 말한다.


“인력 부족, 연금 불안, 지역의 쇠퇴― 이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는 ‘시니어의 힘’입니다. 일본에는 경험과 지혜를 가진 고령자가 아주 많습니다. 그분들이 조금씩이라도 계속 일하는 것만으로도, 일본은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의 말에는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가치관이 담겨 있다. 일하는 방식의 다양화는 곧 삶의 방식의 자유화이기도 하다.


정년이란, 다시 한 번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다. 작더라도, ‘나다움’이 담긴 일을 갖는 것. 일하는 것은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 ‘살아가는 힘’ 그 자체다.


이 메시지는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급속한 초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역시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운 현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조기퇴직 관행,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렇기에 일본의 시니어들이 선택하기 시작한 ‘작은 일’이라는 새로운 일의 방식은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큰일이 아니어도 된다. 짧은 시간이라도 괜찮다. 높은 수입이 아니어도 좋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와 계속 연결되는 그 활동이 노후의 고립을 막고, 건강을 지키며, 삶의 존엄을 지탱한다.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서, ‘작은 일’을 통해 다시 역할을 찾고 인생을 즐기는 시니어가 늘어나는 미래. 그 미래야말로, 일본과 한국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다음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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