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보를 걸으면 정말 건강해질까?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1만보를 걸으면 정말 건강해질까?

글 : 김재윤 / 재활의학과 전문의, 서울수정형외과의원 대표원장 2025-12-17

“하루 만 보씩은 걸으려고 해요.” 

“2주 전부터 매일 만 보씩 걷고 있는데, 무릎이랑 발목이 시큰거리고 아파요.” 

“만 보는 못 채우고, 7~8,000 보 정도 걸어요.”


진료실에서 정말 많이 듣는 말입니다. 우리 생활에서 “만 보”는 어느새 하나의 건강 기준선과 같은 숫자가 되었고, 스스로 얼마나 활동적인지를 판단하는 일종의 체크리스트처럼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가 과학적으로 도출된 수치가 아니라, 1960년대 일본 시계 부품 회사의 마케팅 문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만보 (10,000보)는 어디서 온 숫자일까?


일본의 시계 부품 제조사 “야마사 토케이 (Yamasa Clock & Instrument Co.)”는 1965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걸음 계량기’를 출시했습니다 (그림1). 이 제품의 이름이 바로 지금까지 이어지는 ‘만보계 (万歩計)’였습니다. 


때마침 그 직전 해인 1964년, 일본은 아시아 최초로 도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국가적 자신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고, 자연스럽게 건강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도 높아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달성하기에 너무 쉽지도, 그렇다고 대단히 어렵지도 않은 이 ‘하루 1만보’라는 숫자는 대중들에게 금세 각인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만 보가 과학적으로 ‘건강의 기준선’일까요?


야마사 '만보계' 신문광고



하루 몇 보를 걸어야 건강해질까?


‘만 보’라는 숫자가 한 회사의 마케팅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연구한 사람이 바로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I-Min Lee 교수 연구팀입니다. 이미 2016년에, 앞선 화에서 언급하였던 ‘좌식시간과 건강의 관계’에 대해 대규모 연구를 발표했던 Lee 교수 연구팀은 2019년 JAMA Internal Medicine 저널에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 


2011~2015년 약 4년간 진행된 이 연구에서는 미국 고령 여성 (평균 연령 72세) 16,741명을 대상으로 하루 24시간 착용하는 가속도계(accelerometer)를 이용하여 실제 걸음수를 측정했습니다. 자가보고 또는 설문지 형식이 아니라 실제 기계를 이용해서 측정한 객관적 데이터라는 점, 그리고 참여자 수가 10,000명을 넘는 대규모 연구라는 점에서 과학적 신뢰도가 높은 연구였지요. 해당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은 매우 명확합니다. 


걸음수가 많을수록 사망률이 감소하고, 그 효과는 일정 수준에서 점점 더뎌집니다. (아래 그림2 참조) 


“하루 몇보를 걸어야 건강해질까?” – 걸음수와 사망률 감소 곡선

-4,400보/일 → 사망률 41% 감소 

(2700보/일 이하 걸음군과 비교 시)

-7,500보/일 전후 → 추가 효과가 점점 더뎌짐

-10,000보/일 이상 → 추가 이득은 미미


연구에 참여한 16000여명의 여성 참여자 중 하위 5%에 해당하는 걸음수는 2,000보였습니다. 3,000보를 걸은 사람은 2,000보를 걸은 사람보다 향후 5년내 사망률이 낮았고, 4,000보를 걸은 사람은 3,000보를 걸은 사람보다 향후 5년내 사망률이 낮았습니다. 하루 4,400보를 걸은 사람은 하루 2,700보 이하로 걸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향후 5년내 사망률이 무려 41%나 낮았습니다. 


걸음수의 이로운 효과는 약 7,500보까지 꾸준히 증가합니다. 이후부터 서서히 더뎌지는 양상을 보이다가, 우리에게 익숙한 ‘10,000보’ 구간에서는 사실상 추가적인 걸음수에 따른 이득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만보의 기적’에 찬물을 끼얹은 셈입니다.


I-Min Lee 교수 연구진의 연구는 평균 연령 72세의 고령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기에, 이후에는 남성도 포함하고 좀 더 젊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후속연구들이 진행되었습니다. 2022년 Lancet Public Health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Lee 교수진의 연구를 뒷받침함과 동시에 추가적인 결과를 보여줍니다. (아래 그림3 참조) 



나이에 따라, 걸음수의 효과가 미미해지는 구간이 달라집니다.

-“일정 수준”까지는 걸음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망률이 낮아지고, 

그 이후부터는 점점 효과가 더뎌지다가 미미해집니다.

-나이에 따라, 걸음수의 효과가 미미해지는 구간이 다릅니다. 

60세 이상의 경우 약 6,000~8,000보 사이에서 점점 더뎌지는 반면,

 60세 이하의 경우 8,000~10,000보 사이에서 더뎌지는 양상입니다.


여러 연구들이 일관되게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걷는 것은 안 걷는 것보다 백 번 낫고, 더 걸으면 걸을수록 추가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건강을 위해 반드시 “만 보”에 집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엄청 많이 걷는 것이 아니라, 너무 적게 걷지 않는 것입니다. 



빨리 걸으면 더 좋을까?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빨리 걷는 것이 더 효과가 좋지 않을까?” 


이에 대해서는 의외로 아직 논쟁의 여지가 많습니다. I-Min Lee 교수 연구진의 2016년도 연구에서는, 걸음 속도와 사망률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걸음 속도보다 절대적인 걸음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다양한 후속 연구들에서는 상반되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젊을수록 빨리 걸었을 때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다만, 빠르게 걷는 것 자체는 분명 이점이 있습니다. 빠른 보행은 허벅지 근육의 대사를 더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고, 심폐 기능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그러므로, 하루 총 걸음수 중 일부(예: 2,000~3,000보 정도)는 의식적으로 힘차게, 빠르게 걷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할까?


지금까지 걸음수에 대한 연구들과 그 결론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걷는 것이 사망률을 낮추는 중요한 활동임을 분명해보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 걷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하루 7,000~8,000보 가량을 걸음으로써, ‘걷기’가 줄 수 있는 건강상의 이득을 모두 챙기면 이제 우리는 건강한 미래를 꿈꾸기에 충분한 걸까요?


아쉽지만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최근 10년간의 노인의학(Geriatrics)과 근감소증 연구의 흐름은 “근력운동”의 중요성을 점점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근력, 균형, 활동성, 신진대사, 정신건강 전반의 중심에는 근육량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허벅지와 엉덩이, 종아리에 충분한 근육이 있어야 의자에서 쉽게 일어나고, 계단을 문제없이 오르내리고,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으며, 먼 거리를 스스로 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걷기’는 아쉽게도 근력운동에는 끼지 못합니다. 걷기만으로는 허벅지 근육, 엉덩이 근육, 종아리 근육에 충분한 저항 자극을 주지 못합니다. ‘걷기’는 꾸준한 ‘움직임’이지, ‘근력운동’은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이전 글에서, “좌식생활(sedentary behavior)의 독”을 설명하면서, “나쁜 것(좌식생활)을 피하는 것이 좋은 것(운동)을 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걷기’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적게 걷는 것은 “좌식생활”의 연장선에 해당합니다. 하루에 충분한 양을 걷는 것은 “나쁜 것을 피하는 것”에 가깝고, 근력운동은 “좋은 것을 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하루 최소 수준을 걸으려는 노력은 몸이 나빠지는 것을 억제하는 최소한의 건강 방어선이지, 건강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WHO 신체활동 가이드라인 (2020), 미국 HHS에서 발표한 미국 신체활동 가이드라인 (Physical Activity Guidelines for Americans, 2018), 한국 질병관리청 신체활동지침 (2021) 모두 살펴보면, 하루 걸음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좌식시간”을 줄이고, 1시간마다 1-2분씩 일어나기를 권고하는 정도입니다. 반면, 근력운동에 대해서는 세 기관 모두 예외 없이 “주2회 이상 반드시 할 것”을 강조합니다. 이는 매우 명확한 메시지입니다. 


WHO 신체활동 가이드라인(2020) / 미국 HHS 신체활동 가이드라인(2018) / 한국질병청 신체활동지침 (2021)


하루 7,000~8,000보를 걷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근육 감소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근감소증, 좌식생활의 독, 걸음수와 사망률 곡선을 통해 “피해야 할 나쁜 것들”을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회부터는 능동적으로 “해야할 좋은 것”들이 무엇인지 하나하나씩 살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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