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흐르는 생이 남긴 메시지
글 : 박창영 / '씨네프레소(영화 속 인생 상담소)' 저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2025-12-29
중년의 어느 날, 영화가 말을 건네왔다 <10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포스터 [사진 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62/1765247029437.jpg)
![노인의 얼굴을 하고 태어난 벤자민. 아버지는 그를 괴물이라고 생각해 양로원 앞에 버렸다. [출처=IMDb]](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62/1765247047855.jpg)
-줄거리-
노인의 몸과 얼굴을 갖고 태어난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은 태어나자마자 아버지에게서 버림받는다. 자신을 거둬준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자라면서 벤자민은 누구의 인생에나 끝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된다.
![퀴니(왼쪽)는 아버지에게서 버려진 벤자민 버튼을 자기 아들로 받아들여 정성을 다해 키운다. [출처=IMDb]](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62/1765247067289.jpg)

벤자민은 왜 인생이 이토록 힘든지 어릴 때부터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흔 살 노인처럼 보이는 외모 때문에 늘 차별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죠. 그런 그에게 양어머니인 퀴니의 존재는 축복이었습니다. 양로원을 운영하던 퀴니는 많은 이가 인생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봐왔기에 삶은 궁극적으로 공평하다는 점을 이해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결국 누구나 죽는다는 것이죠.
퀴니는 벤자민이 인생을 비관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가르쳐주죠. 그게 신의 뜻이 됐든 운명이 됐든 말이죠. 퀴니 역시 아이를 오랫동안 못 가지며 삶에 실망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덕에 벤자민이라는 소중한 아이를 가질 수 있었으니까요. 벤자민이 비정한 아버지에게 버림받으며 소중한 양어머니를 갖게 된 것처럼 말입니다.
![예인선의 선장은 벤자민에게 일자리를 준다. 세상이 어떤 곳인지 궁금했던 벤자민은 배를 타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게 된다. [출처=IMDb]](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62/1765247098570.jpg)

이 영화는 수용하는 자세에 관해 말합니다. 벤자민으로선 인간이 어떻게 노인의 외모를 갖고 태어나는 게 가능한지 질문할 수 있겠지만, 이미 그렇게 태어난 이상 불합리하다고 원망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죠. 인생은 인간이 불평하거나 말거나 그저 그 자리에 실체로서 존재합니다. 낙담하는 대신 일찍 받아들인 사람이 보다 충실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죠.
벤자민은 선장이 자신에게 해준 이야기를 오랜 시간 곱씹습니다. 그는 출발점부터 너무나 기이했던 자기 삶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기로 합니다. 일례로 벤자민이 성인이 된 뒤 아버지가 나타나 용서를 구하는데요. 벤자민은 그 또한 받아들입니다. 딱히 용서했다기보다는 그런 아버지도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죠.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도 별 고민 없이 사용합니다. 어차피 인생이 끝날 때 모든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면, 일찍 받아들이고 현실을 좀 더 충실하게 살아가겠다고 마음먹은 것입니다.
![남들이 늙어가는 동안 벤자민은 점점 젊어진다. 사랑하는 이와 나이 드는 경험을 공유할 수 없는 것 또한 그에게 씁쓸한 감정을 안겨준다. [출처=IMDb]](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63/1765247125016.jpg)

벤자민의 곁에는 인생의 길잡이가 될 만한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이 많았습니다. 벼락을 일곱 번이나 맞은 남자도 그 중 하나인데요. 낙뢰에 맞을 확률이 0.00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운이 억세게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남자가 신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은 벤자민의 머릿속에 남습니다. 이밖에도 인신매매를 당해 동물원에 갇혀 살았던 남자,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양로원의 할머니 등이 벤자민의 성장에 자양분이 될 말을 뿌려줍니다.
왜 벤자민 주변에는 유독 좋은 말을 들려주는 인물이 많았을까요. 어쩌면 그건 벤자민이 자기 삶의 등불로 삶을 만한 한 마디를 간절히 찾아 헤맸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남보다 훨씬 난도 높은 인생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했으니까요. 늘 귀를 열어놓고 자기 삶에 적용할 만한 진리를 탐색했던 것이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볼 수 있는 OTT(11월 30일 기준): 쿠팡플레이,애플TV
박창영 '씨네프레소(영화 속 인생 상담소)' 저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14년부터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일해 왔다. 매경닷컴에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OTT 영화를 리뷰하는 코너 '씨네프레소'를 연재하고 있으며 동명의 책을 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