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신체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맛
글 : 이한나 / 요리전문가, 작가 2025-12-29
올 봄 ‘평화의 나무 합창단’ 공연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광복 80주년 기념 공연과 일본 사이타마 합창단과의 합동공연, ‘나 하나 꽃 피어’.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령대로 구성된 단원들의 아름답고 때로는 힘찬 음율, 자료 영상과 한일 화합의 기운은 서막-기억-투쟁-연대-희망이란 주제로 펼쳐진 한국 근현대사 속으로 빠져들게 했고 무척 인상적이면서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평화의 나무 합창단 단원이자 60-70년대 미싱공들로 산업현장에 있었던 여성 노동자들과 청계피복노동조합 활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미싱 타는 여자들>를 기획, 제작, 공동연출한 김정영 감독은 평화의 나무 합창단 노래로 <미싱을 타는 여자들>의 에필로그를 장식했는데, 알토, 소프라노 등 각 파트 별로 서로 맞춰가며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그 과정이 좋아 이후 직접 오디션을 통해 합창단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3년차에 접어든 김감독의 합창단 활동은 여러 순기능이 있다고 말한다. 한겨레통일문화 재단이 후원사인 합창단은 매주 한겨레 신문사 2층에 모여 연습을 하고, 특히 정기공연이나 특별공연이 잡힐 겨우 공연 전 토요일 오전 10시 - 오후 6시까지 가벼운 식사 외에는 거의 휴식 없이 쉴 새 없이 연습을 한다고 한다. 끊임없이 가사를 외우고 열심히 합을 맞추는 작업, 그리고 공연 전의 긴장감까지 이 모든 과정은 치열하지만 집중하게 만들고, 모두 하나가 되어 멋진 하모니가 나와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때 희열과 성취감을 준다고 한다.

서울 아산병원은 정상노화는 기억력, 주의력, 언어능력, 시공간 능력, 판단력 등이 저하되는 ‘경미한 인지 장애’를 동반한다고 설명한다. 어쩔 수 없는 순리다. 그런데 뇌 영상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뉴로이마지’에 실린 한 논문은 나이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몸의 전반적인 노화 과정에 있어서 음악과 관련된 활동은 뇌와 뇌세포의 지속적인 변화와 재조직하는 능력인 ‘뇌 가소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음악은 인지능력, 운동기능, 정서적,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활동들을 작동시킨다고 한다. 하물며 합창, 연주, 뮤지컬 공연, 춤 공연 등 음악을 동반한 단체활동은 김감독의 경우처럼 집중력, 기억력, 언어능력, 인지능력 등 뇌와 신체의 노화 속도 조절에는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존재할 것이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목표 지향적인 단체 활동을 통해 고독감 완화는 물론 성취감 및 관객과의 교감을 통한 소통과 효능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 있을 것이다. 미국 국립 생명공학 정보센터는 수명연장에 따라 노화로 인한 질병 및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툴은 다양하게 개발되어야 함을 강조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음악의 과학적인 효능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단체활동은 권장할만한 취미임은 틀림없다.

철강 산업 도시로 번창하던 영국 북부에 위치한 셰필드는 80년대말부터 지역 제철소 페업으로 극심한 실직 문제와 지역 경제 침체로 고통을 받는다. 공장이 문닫으면서 직장을 잃은 가즈와 데이브는 폐공장에 버려진 고철을 몰래 팔아 생계를 잇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어느 날 마을 클럽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유명 남성 스트립 쇼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수입도 꽤 짭짤하다는 소식을 들은 둘은 멤버들을 모아 스트립 쇼 공연을 하기로 한다. 당장에 이혼 후 엄마와 살고 있는 아들 네이선의 양육비를 벌어야 하는 가즈와 데이브를 주축으로 자살 직전에 구조한 경비원 출신의 롬퍼, 아내에게 실업 사실을 숨긴 전 공장 작업반장 제럴드, 오디션을 통해 영입한 춤 실력이 나름 출중한 홀스와 춤 실력은 아쉽지만 아랫도리가 남다른(?) 가이 포함 6인조 그룹이 구성된다.
본격 연습에 돌입한 그들은 모든 면에서 오합지졸이지만 공연할 장소를 섭외하고, 홍보 포스터도 붙이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완전 나체인 ‘풀 몬티’로 추는 스트립 쇼를 셀링 포인트로 하기로 합의한다. 한편 이들은 멤버 탈퇴와 각자의 개인적인 이유와 리허설 중 풍기문란으로 신고를 당하면서 갈등과 위기에 직면하지만 결국 완전체로 가족과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모든 것을 벗어 던진 공연을 올린다.
피터 카타네오 감독의 97년작인 <풀 몬티>는 당시 흥행을 하며 영국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미국 아카데미 음악상 외 다수의 상을 수상했고, 이후 뮤지컬, 연극 그리고 TV 시리즈로 오랫동안 사랑 받은 작품이다. 무엇보다 실직, 이혼과 양육, 발기불능, 동성애, 자살, 외모에 대한 자신감 등의 다양한 사회적 화두를 때로는 유쾌하면서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어 개봉 당시 국내에서도 꽤 화제성과 흥행을 일으키기도 했다.
음악에 맞춰 안무를 짜고, 규칙적인 연습으로 합을 맞추는 일, 공연장 섭외와 홍보, 멤버 탈퇴와 재합류, 문제 해결의 과정들을 통해 6명의 멤버들이 삶의 이유와 활력을 되찾는 성장담을 보는 재미가 솔솔한 영화가 <풀 몬티>이다.

음악이 있는 단체활동을 취미생활에 추가하고 싶다면 같이 먹으면 좋은 요리 하나 소개한다. 노화로 인해 감퇴되는 뇌와 신체 활동에 좀 더 활력을 줄 수 있는 식재료들이 있다.
활성산소와 염증 억제 기능 있는 오메가-3 풍부한 연어, 고등어, 정어리 등,
활성산소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녹황색 채소와 브로콜리, 방울 양배추 같은 십자화과 채소,
영양가 있는 지방, 비타민과 미네랄 가득한 견과류,
그리고 항염, 항산화 효과가 있는 단일 불포화지방산 풍부한 올리브유.
이 재료들이 풍부하게 들어간 연어, 녹황색 채소, 견과에 제철 귤이 들어간 연어 견과 샐러드와 애플 사이더, 디죵 머스터드 드레싱을 소개한다.

이한나 요리전문가, 작가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지만 다큐멘터리 연출자가 되기 위해 미국 뉴욕대에서 영화학을 공부하며 다큐 제작, 배급사에서 인턴쉽을 수행. 그 경험은 오히려 영화와 대중간의 소통 창구 역할이 적성에 더 맞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귀국 후 영화제, 기자, 영화진흥위원회 공무원, 한국영화 자막 및 시나리오 번역 작업 등의 업무들을 거치지만 또 한번의 방향 전환을 하게 된다. 우연한 제안으로 영화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밀양〉 등의 프로듀서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아마 마지막일 세 번째 방향 전환은 요리. 오래 품었던 요리에 대한 열정은 목포에서 서양 가정식 쿠킹 스튜디오로 출발, 2023년 서울의 ‘푸드 살롱’으로 재정비 한 ‘스프레드 17’. 살롱지기로 서양 가정식 원 테이블 밥집 운영하며 요리 과학서 <풍미의 법칙> 역서도 내고, 영화와 요리 관련 요리책 집필과, 쿠킹 클래스, 다양한 영화-요리 관련 팝업 등을 준비하며 재미있는 컨텐츠를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