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중국 함정에 빠진 걸까?
글 : 한우덕 / 중앙일보 차이나랩 2025-12-09
“에이 설마~, 천하의 애플이 그럴 리 있겠어?”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애플의 강력한 생태계와 브랜드 충성도, 소프트 서비스 역량 으로 볼 때 ‘제2의 노키아’ 주장은 너무 나간듯싶다.
그렇다고 전혀 허무맹랑한 얘기라고도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중국 공급망이다.
오늘 그 얘기해보자.

중국 함정에 빠진 애플?
최근 국내에서도 번역 출판된 책 ‘애플 인 차이나’의 저자 패트릭 맥기는 ‘애플이 중국에 포획됐다’고 말한다. 중국 함정에 빠졌다는 얘기다. 생산 공급망을 한 나라, 그것도 권위주의 체제를 갖고 있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처지는 더 곤궁해지고 있다.
애플도 중국에서 빠져나오고 싶다. 인도에서도 공장을 운영한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인도 공장 역시 중국에서 부품을 조달하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애플은 세계 최고 기술을 모두 소싱해 중국에 일관 공급망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인도 공장은 그 부품을 중국에서 수입해와야 할 판이다.
시계를 22년 전으로 돌려보자.
2003년 초여름, 대만 기업 폭스콘 창업자 궈타이밍(郭台銘)은 애플의 제품디자인팀 핵심 인사를 중국 선전(深圳)공장으로 초대했다. 그들에게 당시 애플의 히트작인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보여줬다.
“우리가 역설계로 만든 제품입니다.”
진품을 뜯어보고 만든 ‘짝퉁’이라는 말에 애플 관계자들은 놀랐다. 외관만 조금 다를 뿐, 모든 기능이 진품과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저 정도 실력이라면 제품 생산을 맡겨도 되겠다…’
애플은 그때부터 폭스콘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고 패트릭 맥기는 말한다. 애플과 폭스콘의 전면적인 협력이 시작된 거다. 이미 90년대 말부터 아이팟을 생산하던 폭스콘은 아이폰도 독점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물론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다. 지금도 애플 제품의 약 90%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스마트 폰 제작은 고도기술이 요구된다. 민감한 설비가 필요하다. 중국에 그 기술이 있을 리 없다. 스티브 잡스는 기술에 관한 한 까다로웠다. 다른 회사 제품의 품질을 믿지 않았다. 품질 관리를 위해 필요하면 본사 엔지니어를 중국에 직접 파견해 가르쳤다. 그들은 벌떼처럼 달려들어 설비 작동 방법 등을 전수했다. ‘애플 벌떼 효과’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그 과정에서 기술과 노하우는 속속 중국으로 넘어갔고, 현지 직원들의 기술력도 쑥쑥 자랐다. 2008년 이후 애플이 중국에서 훈련한 노동자 수만 최소 3000만 명에 달한다(애플 자체 추산). 현재 중국에서 아이폰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대략 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중 320만명은 생산직, 180만 명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다.
애플의 ‘벌떼 교육’은 스마트 폰에 관한 한 기술 불모지나 다름없던 중국을 스마트 기술 성지로 탈바꿈시키게 된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폭스콘 출신 기술자들은 화웨이, BYD, 샤오미,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기업으로 퍼져 나갔다. 애플이 오늘 중국 혁신의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애플이 중국에 뿌린 씨앗
애플은 중국에 생태계를 심었다. 스마트 폰 생산은 복잡한 부품이 필요하다. 아이폰은 최고의 기술 제품만을 골라 쓴다. 중국이 이를 갖췄을 리 없다. 그렇다고 중국 기술이 향상하기를 기다릴 수도 없는 처지다. 애플이 직접 나섰다. 한국, 일본, 대만, 심지어 이스라엘에 있는 기술이라도 필요하면 모두 찾아서 중국으로 모아줬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 부품업체에 중국 투자를 권유했다. 애플이 사 줄 테니, 중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권고다. Why not? 부품업체들은 애플 공장이 있는 곳으로 모였다. 그래서 형성된 게 중국 각지에 흩어진 ‘iPhone city’다.
정저우(鄭州)에 있는 ‘아이폰시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면적은 축구장 약 470개 규모, 여기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만 약 25만~30만 명에 달한다. 자족 커뮤니티다. 그곳에서 자고, 먹고, 쇼핑하고, 또 공부할 수 있도록 각종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애플 공장이 있으니 부품회사들이 몰려든다. 디스플레이, 카메라, 건전지 등 부품 회사들이 주변에 포진해 있다. 핵심 부품을 한 시간 안에 조달할 수 있다. 전체 아이폰의 60% 이상이 이곳 정저우 아이폰 시티에서 만들어진다. 작년 1억대가 넘었다.
애플은 정저우 이외에도 선전(深圳), 타이위안(太原), 청두(成都), 쿤산(崑山), 옌타이(烟台) 등에 아이폰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애플 생태계가 중국 전역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기술도 주고, 공급망도 만들어주고… 애플이 중국에 ICT 생태계 형성의 가장 큰 공헌자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모두 애플이 뿌린 씨앗이다.

로컬 기업들의 위협에 흔들리는 애플의 위상
부품 회사들도 애플을 떠났다. 2010년대 초 애플로부터 기술을 배운 중국 부품 기업들은 애플 생태계로부터 탈출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화웨이, 샤오미, 비보, 오포 등 자국 브랜드에 부품을 공급했다. 애플이 부품 회사에 전수한 기술을 고스란히 중국 로컬 기업으로 확산된다.
자승자박. 애플은 부쩍 성장한 중국 스마트폰에 밀려 지금은 시장에서 밀려나야 할 처지다. 애플의 지금 중국 시장 점유율은 15% 남짓이다. 최고점이었던 2020년의 25%보다 10%포인트 줄어들었다.
그 간격을 매운 건 중국 로컬 회사들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 비율은 2009년 10% 남짓에서 2014년 74%로, 지금은 85%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비보, 오포 등은 아이폰과 거의 같은 등급의 제품을 절반 가격에 팔았다. 그들의 독특한 가성비를 당할 수 없다. 중국 로컬 브랜드들은 노키아를 먼저 침몰시키고, 애플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2023년 9월, 중국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아이폰 들고 출근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애플을 쓰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애플 견제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왜? 애플이 기술도 주고, 생태계를 만들어줬는데, 나가라고?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애플이 중국에 포획된 얘기, 다음 칼럼에서 계속하자….
한우덕 중앙일보 차이나랩
저널리즘과 아카데미즘의 경제를 자유롭게 오가는 중국 경제 전문가. 1989년 한국외국어대학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하여 국제부 · 정치부 · 정보통신부를 거쳐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베이징과 상하이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상하이 화둥사범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중앙일보 차이나랩 선임기자로 두 눈 부릅뜨고 한국이 중국과 함께 살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중국의 13억 경제학', '세계 경제의 슈퍼엔진 중국', '상하이 리포트', '뉴차이나, 그들의 속도로 가라', '경제특파원의 신중국견문록', '차이나 인사이트 2021'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뉴차이나 리더 후진타오' 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