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감소증 치료의 유일한 방법은
글 : 김재윤 / 재활의학과 전문의, 서울수정형외과의원 대표원장 2025-11-21

“약은 없나요?”
진료실에서 근감소증에 대해 한참을 설명하고, 꾸준히 운동하시도록 말씀드리면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먹는 약은 없나요? 근육 늘려주거나, 빠지는 걸 막는 약 같은거요.”
아쉽지만 그런 약은 아직 없습니다. 호르몬제, 단백동화제, 성장호르몬 등과 같은 다양한 기존 약제들은 물론, 근육생성의 생화학적 인자를 겨냥한 미오스타틴 억제제 등도 연구는 되고 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거의 없고 부작용이 많아 권장되지 않습니다. 결국 근감소증은 본인이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병입니다.
병원에서는 근감소증을 진단하고 운동 방향을 안내해드릴 수 있지만, 대신 운동을 해줄 수는 없습니다. 근육이 줄어든 이유가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라면, 해결책도 결국은 “움직이는 시간”을 늘리는 것뿐입니다.
운동만이 유일한 치료다
운동은 강력한 치료제입니다. 몸을 움직이면 근육세포가 자극을 받아 단백질 합성을 시작하고, 손상된 근섬유가 복구되며, 새로운 근육이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은 꾸준히 반복할 때 효과가 쌓입니다. 한 번에 오래 하는 것보다, 적당한 강도로 자주 하는 것이 효과도 더 좋고 부상 방지에도 더 좋습니다.
운동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저항운동 (resistance training)”, 또는 “근력운동 (strength training)”입니다. 유산소 운동이 심장과 폐를 훈련시키는 운동이라면, 근육의 성장은 저항운동이 책임집니다. 헬스장에서 무거운 기구를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것만이 근력운동이 아닙니다. 의자에서 반복적으로 앉았다 일어나기, 밴드 늘리기, 벽 밀기 같은 간단한 동작만드오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근력운동이 성립하는 핵심 조건 – 밀로의 송아지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인 레슬링 선수 밀로 (Milo of Croton)에게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집니다. 그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송아지를 매일같이 어깨에 메고 들판을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갓난 송아지였기에 어렵지 않았지만, 송아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자라면서 몸집이 커지고 무거워졌습니다. 그러나 밀로는 몇 년간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했기 때문에 송아지의 무게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채 묵묵히 매일 하던 일을 반복했습니다. 결국 송아지는 무럭무럭 커서 커다란 황소가 되었고, 밀로는 황소를 거뜬히 들어올릴 수 있는 괴력의 소유자가 되었습니다.
근육이 만들어지는 원리도 동일합니다. 이를 생리학적으로는 “점진적 과부하(principle of progressive overload)”라 부릅니다. 밀로의 일화가 주는 교훈은 아래 세 가지입니다.
꾸준히 할 것 – 반복이 핵심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하를 늘려나갈 것 – 항상 같은 강도로만 하면 근육은 더 이상 커지지 않습니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부하를 늘릴 것 – 서서히 늘려야 부상을 방지하고 오랫동안 할 수 있습니다

운동을 멈추면 어떻게 되나요?
근육은 한 번 만들어주면 끝나는 자산이 아닙니다. 훈련을 중단하면 근육은 빠르게 다시 줄어드는데, 이를 “디트레이닝 (detraining)”이라 부릅니다. 연구에 따르면 단 2-3주만 운동을 쉬어도 근육의 단면적은 약 5~10% 감소하고, 근력은 10~20% 가까이 감소하며, 이는 나이가 많을수록 더 극대화됩니다.
이것은 근육이 약해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쓰이지 않는 기능은 빠르게 정리하고,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재분배하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지극히 합리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그래서 근육을 지키는 일은 마치 시지푸스의 돌을 밀어올리는 일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끝이 없고, 멈추면 다시 굴러내려가는 것이 끊임 없이 반복되니까요. 하지만 그 반복이 바로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 한, 근육은 언제든 다시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끊임없이 운동해야만 근육이 유지된다는 사실은 누군가에게는 저주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게를 “형벌”로 느낄지, “삶의 리듬”으로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있습니다. 운동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해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끝내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매일의 일상에 스며드는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걷고, 오르고, 앉았다 일어나고, 몸을 쓰는 모든 행위가 우리의 기능을 유지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생명 활동입니다. 어차피 해야만 하는 운동이라면, 그것을 의무로 느끼고 버거워 하기보다는, 매일의 루틴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할 것입니다. 매일 자기 전 양치하는 것처럼, 매일 아침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는 것처럼,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체념”이 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약이 아니라, 습관이 치료한다
근감소증은 처방전으로 고치는 병이 아닙니다. 병원이 대신 치료해주지도, 약국이 해결해주지도 않습니다. 습관으로 치료하는 병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앉는 시간을 줄이고, 걷는 시간을 늘리고, 주 2회 이상 근육에 부하를 주고 땀 흘리는 것이 수십만원짜리 건강검진보다 훨씬 강력한 보험이 됩니다.
근육을 만드는 것은 오롯이 당신의 몫입니다. 그리고 근육은 움직인 만큼 반드시 응답합니다.
김재윤 재활의학과 전문의, 서울수정형외과의원 대표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최우등(Summa Cum Laude)으로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다. 다양한 임상 분야 중에서도 사람의 '기능'과 '회복 가능성'에 주목하는 재활의학의 전인적 시선에 깊이 공감하여 이 길을 선택했다. 전문의 자격시험에서는 수석으로 합격하며 전공에 대한 애정과 역량을 입증했다. 의학을 단순히 질병치료의 기술로 보지 않고, 환자의 '오늘의 통증'을 넘어 '10년 후의 삶'을 설계하는 일로 바라본다. 지속가능한 움직임과 삶의 질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지속 가능한 건강에 대한 연구와 진료철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