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택시는 혁신인가
글 :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2025-11-21
최신 엔진을 장착했다고 자동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기술을 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서비스가 개선되고, 수익이 향상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언제가부터 혁신이라는 포장지로, 신기술은 그 존재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받은 듯하다. 동시에 신기술을 도입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듯한 위기감마저 조성한다. 로보택시가 대표적이다.
그 자체로 많은 잠재력을 지닌 기술과 서비스임에는 분명하지만, 새로운 기술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존 여객운송시장을 이끌어 온 수단들이 대체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에는 어딘가 어색하다.
신기술=혁신?
신기술이 곧 혁신이라는 오해는 혁신이 기술혁신을 의미한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혁신을 발명과 구분하지 못하면서 생겨난다. 발명은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반면 혁신은 어떤 조직이 노동이나 자본, 원재료 그리고 정부를 한층 더 높은 가치의 제품과 서비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로 정의된다.
발명은 전례 없는 아이디어지만, 혁신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이다. 종종 발명가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찾아냈지만, 생각보다 영예나 이득을 누리지 못했다고 불평한다. 이 역시 혁신을 이해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 발명이 적당한 가격으로 실용화 되어 실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혁신이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 간과한 것이다.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도 보잘 것 없고 값싸게 구현될 때 사회적 공감도가 높아진다.
인공지능과 로보틱스가 결합된 휴머노이드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관심사는 고도의 복잡성보다 적절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가 여부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성취는 여왕에게 실크 스타킹을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노력에 따른 보상이 줄어드는 여공들도 실크 스타킹을 살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는 표현으로 혁신을 표현했다. 이는 혁신이란 ‘시장 확장’으로 정의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 확장은 너무 비싸거나 지나치게 복잡해서 일부의 집단만 사용할 수 있던 상품과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일이다. 시장을 확장할 수만 있다면 그 수단이 신기술이건, 낡은 기술을 재조합한 비즈니스 모델이건 상관없다. 기술은 가격을 낮추고, 손쉬운 이용을 도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혁신과 맞닿아 있을 뿐, 그 자체가 혁신은 아니다.

혁신이니까 로보택시를 도입한다?
혁신에 대한 오해는 잘못된 처방으로 이어진다. 급진적이고 파괴적인 처방이 그것이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로보택시 도입 주장도 유사하다. 피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로보택시 도입 주장 근거의 전부이다. 이유야 어떻든 로보택시의 도입은 여객운송시장의 확장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의 확장 없이 전통적인 택시를 그저 로보택시로 대체한다면 택시 산업은 달라질 것이 없지만, 탈락한 운수종사자들은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로보택시가 시장확장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매번 등장하더라도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만 높아질 뿐이다.
시장 확장 없이는 혁신이라 평가할 수 없는 이유이다. 로보택시의 도입이 여객운송시장의 확장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과도 맞닿아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사회 구성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저소득 국가에 해마다 수십억 달러가 지출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전수되지만 여전히 가난에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장실이 없어서 10명 중 1명이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사망하는 인도지만, 정부 주도로 아무리 화장실을 지어봐야 이용 문화가 자리잡히지 않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무언가를 밀어붙여도 제대로 뿌리 내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로보택시도 아무리 훌륭한 기술임을 강조하더라도 시장 확장에 기여한다는 측면으로 사회구성원 스스로 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않으면, 아무리 밀어붙이더라도 사회구성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전통택시를 로보택시에 대비해 오래된 비효율적인 운송수단으로 규정하는 최근의 주장이 밀어붙이는 태도와 닮아 있다.

관점을 달리하면 보이는 시장
하지만 관점을 시장 확장을 중심으로 바꾸면 상황이 달라진다.
장애인콜택시를 로보택시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시장의 논리로는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한정된 정부 재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콜택시에 로보택시가 도입되면 비용의효율성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처럼 로보택시의 도입으로 사회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시장의 확장이 이뤄진다면 사회적 수용성도 높아질 수 있다.
한편, 고령화 사회는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기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고령화 사회로 인해 필연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이동성 위기’는 로보택시 입장에서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시의 ‘Accessibili-D’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62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병원, 상점 등 필수 목적지까지 온디맨드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를 제공한다.
남호주의 엘리엇 가든 은퇴자 마을에서 진행된 ‘엘리엇’ 자율주행 시범 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로보택시가 교외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자들의 사회적 고립을 막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시범 운영이 추진되고 있다. 비용이 높고, 수요가 작아 기존 셈법으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했던 영역이 로보택시라는 수단으로 고령자를 비롯한 교통약자라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사회문제 해결형 서비스는 로보택시의 경제적 기회의 창출은 물론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촉매가 될 수 있다.

기술을 개발하는 입장 vs, 완성된 기술을 도입하는 입장
한 사회와 국가에 혁신이 강조되는 이유는 부유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번영하기 위해서다. 번영이란 어떤 지역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적·사회적·정치적 복지를 개선하는 과정이다. 가치 있는 천연자원을 보유한 국가들 같은 경우 별로 번영하지는 않지만 분명 부유한 나라로 분류할 수 있다. 또한 어떤 나라들은 분명 부유하지만 국가의 부를 일부에게만 분배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런 나라를 번영한 국가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이러한 사회는 부유함이 사라지면 몰락하기 십상이다.
국가마다 번영이 이르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로보택시도 좋은 예다. 미국과 중국은 로보택시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구글의 웨이모는 이미 로보택시 상용화가 이뤄져 주당 운행건수가 25만 건에 달하며,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LA, 오스틴 등지에서 약 1,500대 차량이 실제 손님을 실어 나르고 있다. 중국의 부상도 엄청나다. 바이두와 포니 AI가 대표주자다. 베이징, 상해, 심천에서 경험한 중국 로보택시는 기술 측면에서는 이미 완성되었다고 간주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들 국가들은 자율주행이라는 기술개발 과정으로 인공지능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생겨나고, 인재들이 모여들며, 개발된 자율주행 기술의 확산으로 자국 인공지능 기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혁신을 번영으로 연결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완성된 기술을 도입하는 입장이다. 같은 자율주행 기술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혁신으로 기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모빌리티는 우리 사회에서 혁신의 감별사 역할을 수행했다. 우버와 타다, 카풀이 그랬고, 이제는 로보택시 차례이다. 모빌리티의 혁신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술과 서비스가 시장확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에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신기술은 기술일뿐이지 그 자체로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부유함이 아닌 번영을 위한 과정이라는 시각을 놓치지 않을 때 신기술을 혁신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디지털, 플랫폼 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경제학 박사로 중앙대 겸임교수이자 사단법인 모빌리티&플랫폼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KBS1라디오 '성기영의 경제쇼' 디지털 경제 코너에 출연중이며, 디지털 경제 관련 칼럼을 다수 기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