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주거시설은 혐오시설인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노인 주거시설은 혐오시설인가

글 : 이지희 /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2025-11-05

최근 신축 아파트 단지나 신도시에 노인요양시설이나 노인복지주택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리면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다는 기사가 잇따르고 있다. “휠체어를 탄 노인들을 보면 불편하다”, “구급차가 자주 오가면 소란스럽다”, “집값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등의 이유인 것 같다. 언제부터 노인시설이 혐오시설로 취급 받는 불편한 존재가 되었을까? 노인시설은 정말 혐오시설일까?




필요하지만 우리동네에는 안 되는 NIMBY


NIMBY는 Not In My Back Yard 즉,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뜻의 영어 약자다.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임을 알면서도 ‘우리 아파트에는, 우리 동네에는 짓지 말라’는 지역 주민의 심리를 가리킨다. 이 개념은 원래 서구에서 폐기물 처리장, 교도소, 원자력발전소, 정신병원 등과 같은 시설을 둘러싼 지역 갈등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노인요양시설이나 노인복지주택에도 이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노인은 돌봄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과, 노인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결합되면서 ‘노인을 위한 공간’이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노인’과 ‘노인시설’에 대한 인식 전환부터


필자가 대학에서 노인복지론 수업을 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꼭 묻는 질문이 있다. “노인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학생들의 답은 대부분 비슷하다. 지팡이, 틀니, 굽은 허리, 흰 머리, 힘이 없는 모습 등 대부분 부정적이거나 약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필자는 매번 이렇게 강조한다.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노인이 됩니다. 결국 노인은 우리가 될 미래의 모습입니다”. 노인복지론 수업의 진짜 목표는 노인을 이해하는 것도 있지만, 노인을 재인식 하는 것이다. 


신도시 지역 주민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지금 20~50대인 사람들 역시 10년, 20년 후에는 그들이 반대하던 시설의 문을 두드릴지도 모른다. 노인시설은 혐오시설이 아니라, 우리가 나이 들며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회 인프라다. 특히 가족이 더 이상 노인의 돌봄을 전담하지 않는 현대사회에서는 노인시설이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서비스제공고령자주택 니지노모리(https://nijinomori.jp 공식사이트)


일본사례 : 노인시설 옆에 카페와 유치원


일본 미에현에 위치한 サービス付き高齢者向け住宅 虹のもり(서비스제공고령자주택 니지노모리)는 노인시설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이곳은 단순한 노인주거시설이 아니라, 주거+데이서비스센터+커뮤니티카페+어린이집이 함께 운영되는 복합공간이다. 


커뮤니티 카페는 입주자뿐 아니라 지역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카페에서는 입주자와 지역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대화를 나누고,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처럼 虹のもり는 노인시설이 지역사회의 일부로 기능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시설이 지역과 분리되지 않고, 오히려 주민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노세권(노인시설이 가까이 있는) 시대를 꿈꾸며


요즘 거주지를 선택할 때 우리는 세권(勢權)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편의점이 가까우면 ‘편세권’, 스타벅스가 근처에 있으면 ‘스세권’, 붕어빵 파는 곳이 가까우면 ‘붕세권’ 이라고 부른다. 생활의 편의를 기준으로 한 이 세권들은 사람들이 집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곤 한다. 그렇다면 향후 우리에게 필요한 세권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앞으로는 요양시설이 가까운 ‘요세권’ , 노인복지주택이 인접한 ‘노세권’이 새로운 주거 선택의 가치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노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해야 하고, 노인시설이 지역주민과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의 거점으로 기능해야 한다. 노인시설은 혐오시설이 아니라 언젠가 우리가 찾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의 집이자 공동체의 기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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