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감소, 나이 탓이 아니라 질병이라고?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근육 감소, 나이 탓이 아니라 질병이라고?

글 : 김재윤 / 재활의학과 전문의, 서울수정형외과의원 대표원장 2025-10-31


나이가 들면 근육이 빠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이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병리적으로 근육량이 줄고 근력이 약해지는 현상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진단 가능한 질환, 즉 근감소증(Sarcopenia)으로 분류됩니다. 


이 개념은 1989년 미국 터프츠(Tufts) 대학의 어윈 로젠버그(Irwin Rosenberg) 교수가 처음 제안했습니다. 그리스어 sarx(살)와 penia(결핍)에서 온 단어로, 처음에는 “나이 들어 살이 빠지는 현상” 정도로만 여겨졌지만, 이후 다양한 연구를 통해 현재는 그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지금의 근감소증은 단순히 팔·다리의 근육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신체의 대사·면역·호르몬 기능이 함께 붕괴되는 전신 질환으로 이해됩니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니라 치료와 예방 가능한 질병


2010년, 유럽 근감소증 연구그룹(EWGSOP)은 근감소증을 “진단 가능한 임상 질환”으로 선언했습니다. 그전까지는 “노화에 의해 여러 장기의 항상성 유지 능력이 저하되어, 작은 스트레스에도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상태”를 의미하는 “노쇠(frailty)”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주로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근육량·근력·기능을 객관적으로 측정해 진단할 수 있는 질병으로 발전했습니다. 2014년, 국제질병분류(ICD-10-CM)에 M62.84 (Sarcopenia) 라는 코드가 등재되면서, 근감소증은 “나이 들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니라 치료와 예방이 가능한 질병으로 공식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근육은 대체 왜 줄어드나


노화에 의한 근육 감소는 단순한 운동 부족으로만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핵심에는 단백질 합성과 분해의 불균형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근육세포를 만드는 위성세포(satellite cell)의 재생능력이 떨어지고,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생화학적 신호도 약해집니다. 


여기에 만성 염증, 인슐린 저항성,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겹치면서 근육은 점점 합성보다 분해가 우세한 상태로 기울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근육은 단순히 힘을 잃는 것이 아니라, 당대사와 면역조절 능력까지 함께 잃습니다. 결국 근육의 감소는 ‘움직임의 문제’를 넘어서, 몸 전체의 대사 균형이 무너지는 과정인 것입니다.




근감소증을 진단하는 3 박자


근감소증의 진단 기준은 인종과 체형에 따라 다릅니다. 서양인의 체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기에, 근감소증의 진단 또한 구분 지어 생각해야 합니다. 아시아 근감소증 연구그룹(AWGS, Asian Working Group for Sarcopenia)은 다양한 연구들과 컨소시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여 2019년 우리 체형에 맞는 진단 수치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위 수치를 하나하나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각 항목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 골격근량 : 근육의 “절대적 양”


- 악력 : 근육을 이용하는 “근력” 


- 보행속도: 근육량 및 근력을 종합하여 이용하는 “일상 기능 능력”


근육의 절대적인 양도 중요하지만, 근육을 이용하여 힘을 내는 능력, 그리고 그 힘을 이용해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능력을 평가합니다. 그리고 이 ‘세 박자’를 종합하여 근감소증의 존재와 중증도를 평가하게 됩니다. 


세계적으로 60세 이상 인구의 약 10~20%, 한국 노년층에서는 약 13~17%가 근감소증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60세 이상 인구에서의 고혈압과 당뇨의 유병률이 대략적으로 20~3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근감소증은 결코 드문 질환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의 인식은 부족하고, ‘체중이 줄었다’는 신호가 건강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우리를 무너뜨리는 한방 


노년의학, 재활의학, 중환자의학 등의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 중 하나가 “기능적 예비력(機能的 豫備力, functional reserve)”입니다. 평상시에는 사용되지 않지만, 스트레스나 질병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동원될 수 있는 신체 기능의 여유를 의미합니다. 


근감소증은 이 “기능적 예비력”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상태입니다. 근감소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낙상 위험은 약 2~3배, 입원율은 1.8배, 사망률은 1.5배 높다고 보고됩니다. 암 환자, 심부전 환자, 수술 환자 모두 근감소증이 있는 경우 합병증과 사망률이 눈에 띄게 높습니다. 근


육량이 적은 노인은 수술, 항암치료 등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회복이 늦고, 입원 중 합병증이 더 많이 발생하며, 유의미하게 입원 기간이 길고 의료비용도 높습니다. 


퇴원 후에도 기능 회복이 어렵고, 일상생활 복귀에 실패해 요양시설로 옮겨갈 확률도 높습니다.

근감소증은 위기의 순간에 우리를 무너뜨립니다.



근감소증은 늙음이 아니라 ‘질병’


근감소증은 단순한 노화 과정과는 확연히 구분됩니다. 진단과 치료, 그리고 예방이 가능한 질병입니다. 악력과 보행속도는 간단한 검사지만, 노년의 건강을 가장 정확히 예측하는 신호입니다. 체중보다 근육량, 나이보다 근력의 변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근육은 단순한 움직임의 기관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지탱하는 생명 자본(health capital) 입니다. 근육을 잃는다는 건 단순히 몸이 약해지는 게 아니라, 삶의 회복력과 생존 가능성을 잃는 일입니다. 근감소증은 관리 가능한 질병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근육은 언제든 다시 불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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