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화이트 칼라 근로자 늘어나면 기업에서 생기는 일
글 : 김웅철 / 지방자치TV 대표이사, 매일경제 전 도쿄특파원 2025-11-06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고령층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면서, 사무직 등 이른바 ‘화이트칼라’ 직종에서도 65세 이상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순한 고용 연장이 아니라,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시니어 인재를 조직의 경쟁력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일본은 2021년부터 기업에 70세까지의 고용 확보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거나, 계약직·업무 위탁 형태로 시니어를 계속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솜포(SOMPO) 미래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60~69세 취업자수(2017년 기준)는 약 970만 명으로, 이 가운데 화이트칼러 취업자는 35%(약 340만 명) 정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고서는 “65세 이상 화이트칼라의 비중은 향후 더 높아질 것”이라며 “고령 인력의 활약을 뒷받침할 환경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눈·청력·기억력… 나이에 맞는 일터로
보고서는 고령 근로자는 시력 저하, 청력 감퇴, 처리 속도 둔화 등 신체·인지 기능의 변화가 크지만, 반대로 언어 이해력과 의미 기억, 업무 경험은 오히려 풍부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고려해 기업은 조명, 책상, 시스템 설계 등 물리적·디지털 환경 전반의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충분한 밝기의 LED 조명,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스탠딩 데스크, 큰 화면의 PC는 고령자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피로도도 줄입니다. 또한 글자 크기를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 단순한 화면 구성, 중앙 집중형 정보 배치 등은 고령 사용자뿐 아니라 모든 직원의 작업 효율을 높이는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평가됩니다.

솜포 미래연구소의 오카지마 마사야 연구원은 “시니어에게 편한 직장은 젊은 세대에게도 편안한 직장”이라며 “고령 친화적인 근무 환경은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 올린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시니어 인력이 늘어나는 것은 사회보장제도를 지탱할 뿐 아니라, 소비력 높은 고령층 고객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 같은 제도는 시니어의 통근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육아나 간병으로 제약이 있는 직원들에게도 유용합니다. 즉, 시니어 고용정책이 일하는 방식 전반의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고령 인력, ‘비용’ 아닌 ‘자산’
보고서는 “기업이 고령 화이트칼라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면, 이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미래 시장을 대비한 전략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시니어의 경험을 제품 매뉴얼, 서비스 설계, 매장 디자인 등에 반영하면 고령 고객층을 이해하는 역량이 커지고, 이는 새로운 경쟁력이 된다는 것입니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는 고령자 고용이 더 이상 ‘의무’나 ‘시혜’가 아닌 시대가 됐습니다. 70세 현역 시대를 맞이한 일본 기업들에겐, 시니어를 어떻게 일하게 할 것인가가 곧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습니다.
김웅철 지방자치TV 대표이사, 매일경제 전 도쿄특파원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同대학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를 받고 상명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 대학 연구원, 매일경제신문 도쿄특파원과 국제부장, 매경비즈 대표, 매일경제TV 국장, 경제tv EBC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법》의 저자로, ‘노인대국 일본’을 주제로 다양한 칼럼과 책을 쓰면서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초고령사회의 모습과 해법에 대해 연구했다. 《복잡계 경제학》, 《대공황 2.0》, 《2014년 일본파산》, 《똑똑하게 화내는 기술》 《아직도 상사인줄 아는 남편, 그런 꼴 못보는 아내》등 다수의 일본 서적을 번역했고, 《연금밖에 없다던 김부장은 어떻게 노후 걱정이 없어졌을까》, 《일본어 회화 무작정 따라하기》를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