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육을 최고의 연금이라 부르는 이유
글 : 김재윤 / 재활의학과 전문의, 서울수정형외과의원 대표원장 2025-10-21

근육은 단순한 움직임의 기관을 넘어, 우리 몸의 대사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입니다. 근육은 혈당을 저장하는 가장 큰 저장소이며, 통칭하여 마이오카인 (myokine)이라 부르는 근육호르몬을 분비하여 간, 췌장, 혈관, 뇌 등 우리 몸의 내부 장기에 다양하게 좋은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이 소중한 자산은 저절로 불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빠져나갑니다. 마치 연금을 꾸준히 적립하지 않으면 노후생활이 불안해지는 것처럼, 근육도 젊을 때부터 의식적으로 모으고 불려야 안정적인 노후 건강을 보장합니다.
노화라는 인플레이션 속, 당신의 근육은 오늘도 줄어드는 중
근육량은 30대를 정점으로 이미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40대 이후에는 매년 대략 1% 안팎의 감소가 누적되는데, 70대가 되면 20대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경우도 흔합니다. 복리의 효과를 아는 분이라면, 연 1~2%의 누적 효과를 쉽사리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근육은 가만히 둔다고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금을 가만히 집에 쌓아두면 인플레이션으로 해마다 실질 가치가 떨어지듯, 근육도 의식적으로 키우고 훈련하지 않으면 노화라는 인플레이션 속에서 점점 그 가치가 퇴색됩니다. 결국 근육은 단순한 ‘안전자산’이 아니라, 꾸준히 운용하고 불려야하는 투자 자산인 셈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팔 힘이나 다리 힘이 약해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근육이 줄면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지며 여러가지 내과적 합병증을 유발하고, 체지방률이 높아지며, 낙상 및 골절의 위험도 급격히 커집니다. 실제로 고령층에서 근육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심혈관질환·당뇨·치매의 위험이 낮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는 연구가 다수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들은 “근육이 많으면 당연히 건강하겠지” 수준의 추론이 아니라, 수십만명, 수백만명의 데이터와 다국가적 임상자료를 바탕으로 엄밀하게 관찰하고 검증한 결과들입니다.
운동하기엔 ‘늦었다'는 핑계는 그만
희망적인 점은, 근육은 평생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은 자산이라는 것입니다. 70~80대 고령자를 대상으로 주 2~3회, 12주 정도의 저항운동을 꾸준히 시켰더니, 허벅지 근육 단면적이 5~10% 증가하고, 근력은 30% 이상 향상된다는 연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운동에는 “너무 늦었다”는 핑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저항운동은 단순히 근육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고, 혈압과 염증 지표를 낮추는 등 전신 건강 지표를 개선합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근육이 “투자 불가능한 자산”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오히려 지금이라도 시작한다면, 확실히 달라진 미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가볍게 시작해도 의미있는 근육연금, 오늘부터 시작하기
매일 30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힘차게 걷기, 의자에서 10번 앉았다 일어나기, 평소 한두 층 정도는 계단으로 오르기, 제자리서 까치발 반복하기 등과 같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동작들이 바로 근육연금의 첫 적금납입과 같습니다. 가볍게 시작해도,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WHO 운동 가이드라인은 주 150분 이상의 중등도 유산소운동과 주 2회 이상의 근력운동을 권장합니다. 다만, 이는 최종 목표치에 해당합니다. 위 기준에 못 미치는 운동량이라도, “모든 신체 활동은 하지 않는 것보다 낫습니다 (All physical activity counts, and doing some is better than none)”. 꾸준히, 정기적으로 납입하는 적립식 투자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듯, 근육도 작은 습관을 쌓아서 목표치에 도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100세 시대를 대비한 최고의 건강자산은 근육입니다. 저절로 줄어드는 근육을 내버려두면, 우리는 점점 노쇠해지며 불안정해집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결심한다면, 근육연금은 누구나 불릴 수 있는 자산입니다. 오늘의 작은 스쿼트가, 내일의 큰 건강 배당금이 됩니다.
김재윤 재활의학과 전문의, 서울수정형외과의원 대표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최우등(Summa Cum Laude)으로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다. 다양한 임상 분야 중에서도 사람의 '기능'과 '회복 가능성'에 주목하는 재활의학의 전인적 시선에 깊이 공감하여 이 길을 선택했다. 전문의 자격시험에서는 수석으로 합격하며 전공에 대한 애정과 역량을 입증했다. 의학을 단순히 질병치료의 기술로 보지 않고, 환자의 '오늘의 통증'을 넘어 '10년 후의 삶'을 설계하는 일로 바라본다. 지속가능한 움직임과 삶의 질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지속 가능한 건강에 대한 연구와 진료철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