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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착해선 안 된다고? 왜냐하면

글 : 박창영 / '씨네프레소(영화 속 인생 상담소)' 저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2025-10-22

중년의 어느 날, 영화가 말을 건네왔다 <8화>


영화 <문라이트> 포스터 [사진 제공=AUD]


 

어린 샤이론은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으로 침묵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선함을 약함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로 인해 고통을 받으며 깨닫는다.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선 때론 저항할 수 있는 용기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출처=IMDb]



-줄거리-


어린 샤이론에겐 휴식할 곳이 없다. 학교에서는 토끼몰이 하듯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피해 도망치기 급급하고, 집에서는 약물 중독자 엄마에게 정서적 학대를 당한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후안이란 아저씨에게 지속적인 보살핌을 받으며 마음 둘 곳을 찾게 된다. 아저씨의 진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 말이다.

 

부친이 없었던 샤이론(왼쪽)에게 후안은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해줬다. 후안은 샤이론을 따뜻하게 품어줬고, 세상을 헤쳐 나가는 법을 알려줬다. [출처=IMDb]



<1>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해.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마”(후안)


<문라이트>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샤이론이라는 이름이 있는데도 학교에서 리틀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왜소하다는 의미였죠. 유쾌하지 않은 별명이었지만 샤이론은 말리지 않았습니다. 부딪히기 싫었던 것이죠. 놀리는데도 가만히 있는 그를 어떤 이들은 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죠.


후안 아저씨는 샤이론에게 남이 부르는 대로 규정지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해줍니다. 어떤 사람이 될지는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한편으론 아이의 성향을 한 번에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변화를 강요하다가 외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죠. 그래서 후안은 말없는 아이의 옆을 계속 지킵니다. 샤이론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사랑을 아버지 대신 전해준 것이죠.


괴롭힘을 당하는 샤이론이었지만 외롭지만은 않았다. 그의 옆엔 후안 아저씨가 있었고, 친구 케빈이 있었다. 케빈은 착한 샤이론이 무시당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다. [출처=IMDb]



<2> “애들이 괴롭혀도 가만히 있잖아.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줘야지. 안 보여주면 어떻게 아냐”(케빈)


샤이론에겐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의 곁을 지킨 친구 케빈이 있었습니다. 내성적인 샤이론과 달리 활달한 케빈은 인기가 많았죠. 케빈은 샤이론이 결코 곤란해하지 않을 방식으로 도와줍니다. 케빈이 괴롭힘을 당할 것 같으면 자신이 외려 익살스러운 행동을 해서 시선을 돌리는 식이었죠. 


케빈은 모두와 평화롭게 지내려고 하는 샤이론의 성향이 공동체 생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합니다. 자신이 약하지 않다는 걸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어디선가 착한 사람을 짓누르려는 악한 이가 나타나기 마련이니까요. 


샤이론은 자신의 연약함 때문에 케빈과의 관계마저 망가지는 위기를 겪는데요. 이를 통해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강해지지 않으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없다고요.

 

샤이론(왼쪽)은 어린 시절 한 차례 자신을 배신한 케빈을 다시 찾아간다. 그때는 두 사람 모두 어렸을 뿐이란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저 친구가 따뜻하게 대해줬던 기억만 남기기로 했다. [출처=IMDb]



<3> “안녕, 낯선 그대여. 다시 보니 정말 좋아요. 안부를 전하려고 들러주다니 기뻐요. 그 시절을 기억해줘요.”(바바라 루이스의 ‘Hello Stranger’)


어느 날, 성인이 된 샤이론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오랜 친구 케빈에게서 걸려온 전화였죠. 사실 두 친구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토록 묵묵히 샤이론을 지켜주던 케빈이 한 차례 배신한 뒤로 연락이 끊겼죠. 이제 요리사가 됐다는 케빈은 자신이 일하는 식당으로 샤이론을 초대합니다. 


샤이론이 자신을 왜 불렀느냐고 묻자 케빈은 즉답하지 않습니다. 대신 바바라 루이스의 노래 ‘Hello Stranger’를 틀어주죠. 거기엔 케빈이 샤이론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제는 낯선 사람으로 느껴질 만큼 변해버린 둘이지만, 그저 다시 만나니 기쁘다는 것이죠. ‘그 시절’을 기억하며 반가운 마음만 남기자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포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어른이 된 샤이론은 한때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어머니와 후안 아저씨, 케빈을 모두 용서하죠. 그러나 무턱대고 누구나 품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샤이론은 사랑하는 이를 품기 위해서는 세상의 악의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 정도는 갖춰야 함을 배웠습니다. 모두에게 착해선 누구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그는 더 이상 침묵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문라이트>를 볼 수 있는 OTT(9월 30일 기준): U+모바일tv,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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