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랑의 기술 못지 않게 싸움의 기술도 중요하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부부, 사랑의 기술 못지 않게 싸움의 기술도 중요하다?

글 : 한혜경 / 작가, 前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5-10-10

몇 달 전에 이혼 상담을 받는 남성 중 60대 이상의 비율이 43.6%에 이를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발표 내용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런가 보다, 무심하게 넘겼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이혼을 결심하고 준비 중이라는 60대 남성 K씨와 L씨를 연달아 만나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가?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 부부 중에 더 많이 참는 사람은 아무래도 아내 쪽일 것이다. 

- 싸우지 않는 부부일수록 사이가 좋을 것이다.

- 황혼이혼을 원하고 준비하는 쪽은 주로 여자일 것이다.

- 황혼이혼으로 더 손해를 보고,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은 남자일 것이다. 




내겐 너무도 무서워진 아내 


K씨는 이혼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그 사유를 ‘성격과 가치관의 차이’라고 밝혔고 따지듯이 물었다. 


“요즘 여자들 너무 심하지 않나요? 목소리가 큰 정도를 넘어서 저에게만 마치 폭군처럼 굴어요.” 


는 매사에 일방적이고 자신의 얘기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아내한테 너무나도 서운하다고 했다. 그래도 참고 살려고 했는데, 삼십이 넘도록 제 길을 찾지 못한 캥거루족 아들 때문에 상황이 최악으로 내달았다. 


“물론 저라고 왜 걱정이 안 되겠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아들 먹여 살려야 하니 ‘돈 좀 벌어 보라’고 닦달하고, 일주일에 두 번쯤 친구도 만날 겸 외출할 때마다 돈도 벌지 못하면서 돈 쓰고 돌아다녀도 되겠냐? 그 돈 있으면 아들 용돈 줘라,라고 잔소리해요... 그런 소리를 자꾸 듣다 보니까 내가 정말 한심한 인간인가, 헷갈리더군요.” 


그의 표정은 결연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게 바로 ‘가스라이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신이 번쩍 들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어요.” 



이젠 내 삶을 살아야겠다 


40,50대에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일했다는 L씨는 ‘소외감’의 문제를 지적했다. 잘 벌 때 저축 했던 돈으로 아내가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해서 돈을 불렸을 때만 해도 노후 걱정 없이 행복 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아내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자기 혼자 돈을 벌고 재산을 모은 사람처럼 굴고, 아이들한테 돈 주거나 뭐 사줄 때도 L씨에게는 의논 한마디 하지 않는 식이었다. 


“그래도 퇴직하고 나서 여행도 같이 다니고 하면 다시 사이가 좋아지겠지, 기대했는데 상황이 점점 더 나빠졌어요. 보란 듯이 친구들이나 아이들하고만 여행 다니고 놀러다녔습니다. 처음에는 내 눈치를 보던 아이들도 이젠 노골적으로 엄마 편만 들고, 집안에서 완전 왕따 신세가 돼버렸죠.” 


L씨는 이제라도 자기 몫을 찾아야겠다고 했다. 


“재산 분할하면 각자 집도 줄이고 생활 규모도 줄여야겠죠. 어쨌든 더 이상 참고 살 수는 없 는 일입니다. 이제라도 내 인생을 살고 싶어요.”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K씨와 L씨는 ‘이젠 내 삶을 살아야겠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불과 얼 마 전까지만 해도 여자들의 전용 멘트처럼 여겨졌던 말을 남자들로부터 듣게 되는 기분이 묘하고도 씁쓸했다. 




아내와 싸우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들의 이혼 결심 사유보다 더 안타까웠던 점은 따로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아내도 알고 있는가? 자세히 말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둘 다 약속이 나 한 듯이 이렇게 대답했기 때문이다. 


“아뇨. 전혀 모릅니다.” 


K씨는 한 술 더 떠서 결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앞으로도 싸우고 싶지 않아요. 싸워봤자 내 입만 아프죠.” 


놀라운 일이었다. 이혼은 혼자 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싸워보지도 않고 이혼을 결심하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 마음을 읽기나 한 것처럼 K씨가 말했다. 


“대판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진작 내 마음을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닙니다. 하지만 남자의 자존심이랄까, 일일이 부딪히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말로는 그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너무 오랫동안 감정을 꾹꾹 눌러왔고, 결국 폭발하게 된 셈이죠.” 


L씨의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 


“싸움요? 너무 늦었어요. 이혼은 최후의 수단이겠지만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남자들, 참지만 말고 잘 싸우는 법 익혀야 


아내들이 나이 들면서 폭력적이고 권위주의적으로 변해가는 걸 보는 건 슬픈 일이다. 하지만 더 슬프고 위험한 건 부부싸움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부부가 싸우지 않는다는 건 어느 한쪽이 무작정 참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니까. 특히 말로는 아내를 이길 수 없다고 여기고 웬만한 일에는 ‘알았다’며 넘어가려고 하는 남자들, 그러다가 제대로 된 싸움 한번 해보지 못한 채 꾹꾹 눌러둔 감정을 폭발시키는 남자들. 이들이 앞으로의 황혼이혼 증가율을 견인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해서 남자들일수록 너무 참지만 말고 잘 싸우는 법을 익혀야 한다. 잘 싸운다는 건 할 말은 하면서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대한 내 감정이 어떤 것인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라. 내가 상대에게 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혀보자. 


‘사랑의 기술’ 못지않게 ‘싸움의 기술’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뉴스레터 구독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주 2회 노후준비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이메일
  •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보기
  • 광고성 정보 수신

    약관보기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정보변경이 가능합니다.

  • 신규 이메일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구독취소가 가능합니다.

  •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