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최고령 신인 작가 데뷔, 진짜 이유는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82세 최고령 신인 작가 데뷔, 진짜 이유는

글 : 신미화 /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 2025-10-10

직장인으로서 비즈니스 세계를 살아가는 것은 많은 경험을 안겨준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고, 놀라운 사건 사고를 겪기도 한다. 특히 거시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의 경험은 개개인의 삶에 특별한 자취를 남긴다. 


일본 버블 경제의 전성기와 붕괴를 현장에서 경험한 세대가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 그 시대의 공기와 인간군상을 직접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에, 오히려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40년 전의 경험을 소설로 승화시킨 사람이 있다. 바로 82세의 나이로 소설가라는 전혀 다른 삶에 뛰어든 쓰다 미키오(津田三紀夫, 84세) 씨다.


그의 도전은 단순히 개인의 늦깎이 꿈이 아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살아온 한 세대의 기록이며, 시니어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다. 인생 100세 시대, 나이는 더 이상 장벽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몸소 증명하고 있다.



 직장인 시절의 경험을 소설로 피워내기까지 



📌 어떻게 소설가의 길을 선택하게 되셨습니까?


“어릴 적부터 책 속에서 자라 독서를 많이 했습니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을 많이 좋아했죠. 언젠가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지만, 평생 회사 생활에 매달리다 보니 실현할 기회가 없었죠. 그러던 중 코로나 시절, 외출도 못한 채 카뮈의 『페스트』를 읽게 됐습니다.

‘살아 있는 의미 따위는 생각하지 마라,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라는 말에 감동을 받아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82세의 첫 도전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82세라도 의욕과 기력, 체력만 있다면 소설을 쓸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이 보이는 사회와 시대의 단면. 바로 그것을 글로 기록하고 싶었다. 이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동기가, 평범한 직장인을 작가로 바꿔 놓았다.



📌 소설 속의 내용은 체험에서 비롯된 것인가요?


"생명보험 회사 퇴사 직전까지, 저는 그 회사의 법인 부문 영업의 중추에 있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상장기업 약 700여 곳에 대한 출자·융자는, 사실상 제 추천 없이는 불가능했죠. 마침 일본의 버블이 붕괴한 1990년부터 1997년 무렵의 이야기입니다. 그 시기에 수많은 기업의 최고경영층과 대화하며, 많은 것을 알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벤처캐피털로 전직하여, 이번에는 수많은 창업가들과 만나면서 참으로 신기한 체험(한마디로는 표현할 수 없는)을 했습니다. 그것이 소설의 자양분이 되었죠."



생명보험회사 재직할 당시(47세), 워싱턴 출장



📌 당시의 경제상황과 혼란을 소설에 담고자 하셨을까요? 


"제가 소설을 쓰는 이유가 버블 붕괴나 금융업계의 혼란을 묘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은 '사람'을 그리는 것입니다. 제 소설은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제가 경험한 경제·정치 상황의 혼란상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앞으로 역사서나 학술서나 교과서에 다뤄지지 않을 '국가 운영의 혼란'이 불러온 서민들의 생활 변화와 고뇌 같은 것들을, 사회상 한 구석을 조금 '흥미롭게' 그려보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아마존 전자출판, 꿈의 문을 열다


오늘날 무명의 작가가 출판계에 발을 들이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독서 인구 감소, 출판 불황, 신인 문학상의 높은 벽. 하지만 쓰다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길을 찾았다.


“아마존 전자출판이 제 꿈을 이어주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특히 POD(Print on Demand, 주문형 출판) 방식 덕분에 종이책도 발행할 수 있었죠. 인세는 정말 ‘참새 눈물만큼’ 적었지만, 제게는 큰 힘이 됐습니다. 한 권이라도 누군가 제 책을 읽는다는 사실, 그것만으로 충분했어요.”


단 한권의 주문에도 종이책이 발행되는 POD 시스템은, 그에게 소설 집필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었다. 

아마존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은 그에게 ‘작가’라는 정체성을 부여했고, 늦깎이 데뷔를 가능하게 했다.



화장품 사업가에서 소설가로


쓰다 작가는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이미 다채로운 비즈니스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70대에 시작한 스킨케어 화장품 사업 이야기는 그의 도전 정신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인 덕분에 아프리카에서 시어버터 원료를 구매해 일본에서 스킨케어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피부 보습에 탁월한 천연 오일이었고, 전문점인 로프트, 도큐핸즈, 세븐일레븐 등 전국적으로 잘 판매되어 거의 80세가 될 때까지 사업을 지속했습니다."


이처럼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던 그가 사업을 접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나이' 때문이었다.


"신제품을 계속 개발하고 사업을 키우려면 은행 융자가 필요했는데, 은행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융자를 해주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사업체를 지인에게 양도했답니다."


못내 아쉬운 듯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꺼낸 스킨케어 제품 팜플렛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80세까지 사업가로 치열하게 살았던 그의 열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모든 파란만장했던 비즈니스 경험은 현재 그가 쓰고 있는 장편 경제 서스펜스 소설에 살아있는 디테일로 녹아 들었다. 



📌 하루 일과는 어떻습니까?


“소설을 쓰고 있으면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요. 나이든 사람들이 밤에 잠이 잘 안 온다고들 하시지만,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산책과 식사, 그리고 잠깐의 낮잠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평균 10시간가량 소설을 씁니다. 밤 11시가 되면 쓰러질 듯 잠들지요. 이번 여름은 워낙 더워서 간혹 잠에서 깨기도 했지만요(웃음). 지금처럼 오직 소설 쓰기에만 몰두하는 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충실한 순간이라고 느낍니다."


그는 체력 관리를 철저히 하며 소설 집필을 이어간다. 다른 80대와 달리, 그의 눈빛은 맑고 목소리는 힘찼다. 글쓰기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책 <사금은 사라졌다> 상권과 하권 표지


80년의 변화를 기록하고 전달하고 싶은 열망 


“남은 여생을 지혜와 경험으로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쓰다의 소설은 단순한 ‘체험담’이 아니다. 전후 일본 사회의 변화를 배경으로, 경제와 권력, 인간 심리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그는 말한다.


“제가 살아온 80여 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의 시대였습니다. 굶주림에서 풍요의 시대로, 빨래판에서 전자동 세탁기로, 그리고 IT 정보혁명과 AI 시대로. 이 모든 변화를 온전히 경험한 세대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없을 겁니다. 이 변화의 단면을 후세에 남기는 것이 제 책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단편적인 기록을 넘어, 한 세대가 겪은 문명사의 거대한 흐름을 담고 있다.


소설 집필에 도전하게 된 배경에는 이른바 ‘인생 100년 시대’의 도래가 있다.


“만약 신이 정말로 앞으로 20년 건강한 시간을 더 허락해 준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소설 집필이라고 생각했죠. 물론 옛 문호들만큼의 재능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컴퓨터가 글쓰기를 보완해 주고, IT를 통한 정보 수집은 무한히 가능합니다.”


문명의 도구들은 고령자들에게도 새로운 길을 열어주며, 끝없는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책 <사이코패스의 덫> 표지

은퇴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하나 묻는다면 


그의 책은 독자들로부터 프로 작가들도 부러워할 만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금은 사라졌다(상권)』: ★4.8

『사금은 사라졌다(하권)』: ★4.3

『사이코패스의 덫』: ★4.8


독자들은 그의 작품에 대해 ‘영상을 보는 듯 생생하다’, ‘반전이 연속돼 압도적이다’,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는 아낌없는 찬사가 이어졌다. 특히 버블 붕괴 이후 금융업계의 혼란상 등 실제 비즈니스 경험이 녹아든 리얼리티에 대한 높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 뜨거운 독자들의 지지는 그가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무조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쓰다 작가는 망설임 없이 말한다.


"현재 3권째 책 교정을 하고 있습니다. 체력이 뒷받침하는 한 죽을 때까지 소설을 쓸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은퇴 후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명쾌한 조언을 남긴다.


"은퇴 후 뭘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무조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림이 좋다면 그림을 그리고, 음악이 좋다면 음악을 하는 거죠. 저는 소설 쓰는 게 좋기 때문에 소설을 쓰고, 그 순간이 정말 즐겁습니다."


쓰다 미키오 작가는 소설로 그려내는 세상사와 사회현상이 50년, 100년 후에는 커다란 문화유산으로 남을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고령이 되어서도 '자신의 시각'으로 시대를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려는 그의 도전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열정에는 유통기한이 없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다. 



쓰다 미키오 작가가 시니어 세대에게 전하는 3가지 메시지 


1. 나이는 장벽이 아니다

80세 이후에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하고자 하는 마음과 의지다.


2. 경험은 가장 큰 자산이다

평생 쌓아온 비즈니스 경험, 시대의 변화 속에서 체득한 통찰은 글쓰기든 창업이든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인생의 후반전은 그 자산을 꽃피울 기회다.


3.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라

은퇴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기보다, 마음이 끌리는 일을 시작하라.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순간, 삶의 만족감은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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